얼마전 임상수 감독 버전의 '하녀'가 칸에 올랐습니다. 결과는 입상은 하지 못했지만 '하하하'와 '시'와 더불어 한국영화를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임상수 감독버전의 '하녀'가 칸에서 입상에 실패한 이유는 여러 이야기가 나돌고 있지만 일부 관객들 중에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본 이들이 있었던 것 같고 그들중에서 이 영화와의 비교가 불가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국내에서도 '하녀'가 개봉하면서 오리지날 '하녀'를 볼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갖는 분들도 많았으리라 봅니다.
다행히도 한국영상자료원은 이 영화의 복원에 성공했고 이미 일부 관객들에게 영화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더 좋은 기회로 관객과 더 가깝게 오리지널 하녀와 새로운 하녀를 비교해보는 것은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즐거운 시간은 작업후 음악 강사인 동식이 진행하는 음악강좌 시간입니다.
자상한 남자로 소문이 난 그는 집에서도 나름 일등 남편이죠.
부인과 몸이 불편한 딸이 있고 개구쟁이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동식이 사는 집은 얼마전 보수를 마치고 새로 단장을 했습니다.
쥐가 들끓을 정도라서 하녀없이는 집안 운영이 힘들 정도이죠.
같이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경희의 도움으로 역시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그녀를 데려옵니다.
이름 모를 그녀는 여기서 하녀가 되기로 한 것이죠.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순해 보이는 그녀...
한편 경희는 동식을 사모하게 되고 피아노 강습을 받는 것을 핑계삼아 두 사람의 애정관계는 더 발전하게 됩니다. 이를 발견한 하녀 역시 자신도 경희처럼 사랑받고 싶어했고 동식에게 서서히 접근하기 시작합니다.
한편 동식에게 연예편지를 보내가 발각되어 회사에서 쫓겨난 직원은 몇 일 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동식을 파렴치한 사람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게 되지요.
하녀의 동식에 대한 유혹은 계속되고 그리고 결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루게 됩니다.
사실 원작을 능가하는 리메이크란 없다고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그 말에 부정을 하실분들은 없다고 보고 저도 그렇게 생각이 되어지는데요.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흑백화면에 약간 어눌한 대사처리를 문제삼을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2010년 리메이크작 보다 더 치밀한 스릴러 영화라는 것입니다. 복잡한 가족관계와 많은 여성들이 동식의 뒤에 등장하긴 하지만 그것이 이 영화를 어렵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스릴러적인 묘미를 주기 위해 비가오는 장면이 많은 것도 인상적이며 쥐약이나 계단등의 소품들을 적절히 활용한 것도 좋은 예가 될 수 있겠지요. 2010년 '하녀'가 사실 놓친 것은 미스테리적 요소가 너무 많이 사라졌고 애로티즘에 강조를 하다보니 영화가 심심해졌다는 것입니다.
1960 년 오리지날 '하녀'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아무래도 쥐가 등장하는 장면들일텐데요. 그만큼 임팩트가 강한 장면은 분명 없으리라 봅니다. 이후 김기영 영화들에는 어김없이 이 쥐들의 자주 등장했고요. 임상수 감독이 리메이크하면서는 이 쥐떼도 사라졌지요. 쥐가 사라진 만큼 더 강한 임팩트가 필요했을테고 임상수 감독은 엔딩에서 그 자극적인 장면을 집어넣음으로써 그나마 위안을 삼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영화의 일등공신은 뭐니뭐니 해도 하녀로 등장한 이은심 선생님입니다.
아, 1960 년대에도 저런 뛰어난 미모를 가진 배우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이 시절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엄행란 선생님과 주종녀 선생님과 대결을 펼쳤다는 것이 인상적이죠. 이 영화 때문에 그녀는 큰 인기를 얻었지만 그와 동시에 악녀 이미지(팜므파탈)가 너무 강해 그녀는 더 이상 연기를 할 수가 없었지요.
현재 이은심 선생님은 멕시코에서 행복난 노후를 보내시고 계신 중인데 정말 언젠가 고국에 오셔서 그 때 영화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하는 아쉬움도 듭니다.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아역시절의 안성기 씨나 50 년전 엄앵란 선생님의 미모를 감상하는 것도 이 작품의 핵심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일부 장면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요.
그럼에도 이 작품의 디지털 복원이 놀라운 이유는 필름 프린터들이 다 따로 놀았던데다가 영문 자막버전도 있었고 이런 저런 프린트의 상태들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점에서 최대한 복원을 하려고 노력했던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영상자료원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디지털 복원에 큰 공은 앞에 말씀드린 한국영상자료원도 있지만 마틴 스콜세지가 운영하는 재단인 세계영화재단(WCF, World Cinema Foundation)의 공도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시작 말미에 영상자료원의 로고와 더불어 영어로 주저리주저리 알 수 없는 자막들이 이어져서 나오는데요. 스콜세지가 각나라의 고전영화의 복원사업에 힘을 실어준다는 점에서 이 영화 '하녀'의 디지털 복원이 갖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영화의 끝은 다소 좀 계몽적인 모습으로 끝을 맺습니다.
모두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비오는 화면을 비추더니 처음의 오프닝에 해당되는 장면으로 돌아온 것이지요.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실뜨기를 하고 있고 하녀가 다가오지만 동식(김진규 선생님)은 관객을 향해 이런 일은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다면서 훈계를 내리면서 끝을 맺습니다. 다름 관객과의 쌍방향 시도를 했다는 점과 더불어 1960 년대의 상황임에도 복잡한 미스테리한 상황들을 거침없이 풀어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이야기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50 년이 지났습니다.
고층빌딩이 많아졌고 대처택 같은 집들로 즐비합니다.
하녀들은 사라졌고 파출부나 식모라는 이름들이 그들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 많던 쥐들도 사라졌죠. 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이야기하던 동식의 모습이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정말로 웃고 있어도 계속 웃고만 있을 수는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2010년 리메이크 '하녀'와 비교해볼까요?
http://blog.daum.net/songcine81/1374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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