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맨발의 꿈'-착한 사람들의 착한 이야기, 그리고 착한 꿈...

송씨네 2010. 6. 17. 03:03






※ 시사회로 미리 관람한 영화입니다. 6월 24일 개봉 예정인 작품으로 스포일러 있을 수 있습니다.


월드컵 시즌입니다. 여러분은 얼마나 우리 팀을 응원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가 개봉되는 시점에서는 대한민국 팀이 어디까지 달려왔는지 그 윤곽이 드러날 시점일지도 모르겠네요. 월드컵의 열기속에 잠시 식혀가는 의미로 오늘 이 영화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말레이 열도의 티모르 섬의 동반부에 위치한 나라, 동티모르...

분쟁이 끊이지 않던 이 나라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그것을 이뤄낸 것은 다름아닌 축구였습니다.

축구로 하나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 '맨발의 꿈' 입니다.



왕년의 축구선수 원광... 그는 길을 잃었습니다.

밀림 한 가운데 그는 길을 잃었지만 그가 길을 잃은 것은 밀림 같은 이 세상에서 길을 잃은 것 같습니다.

왕년의 축구선수이지만 꿈을 잃은지는 오래고 도피성으로 여러 나라를 오가고 사업을 했지만 사업은 모두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한 기자에게 동티모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는 무작정 이 곳을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하고 이 곳으로 향했습니다.

기회의 땅? 기회는 없었습니다. 종족간의 분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나라는 너무나도 가난해서 여기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스포츠 용품을 팔기로 한 원광의 도전은 그래서 더 무모해보였죠.

동티모르에 있는 한국대사관 직원인 인기는 그를 말려보지만 소용도 없고요.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팔아보려는 속셈으로 그는 축구화를 주는 대신 하루에 1 달러를 받는 조건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가난한 이 아이들에게 1 달러는 큰 돈입니다. 구걸은 물론이요, 모자이며 이런 저런 것들을 팔아야 하지만 그걸로는 1 센트 벌기도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운동장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원광과 함꼐한 이 아이들은 돼지 한마리를 걸고 운동장 되찾기를 위한 필사의 훈련에 돌입합니다. 

원광의 사업에 반대를 하던 동네 청년의 동생인 라모스와, 영양실조로 실명 위기에 처했지만 축구가 좋은 모따비오, 키는 작아도 남들만큼 축구는 잘하는 뚜아... 

거기에 원광과 함께하는 아이들까지...

하지만 이들의 도전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그들의 새로운 도전은 계속 되고 있었습니다. 







'화산고', '늑대의 유혹', '키스할까요'등의 다양한 작품을 시도한 김태균 감독은 쌩뚱맞지는 몰라도 동티모르행을 결정합니다. 그가 이 곳에 도착한 이유는 그곳에 특별한 인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팀 감독인 김신환 씨가 주인공입니다.

2003년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동티모르에 유소년 축구팀을 만들어내고 그것도 모자라서 2년 후에 일본에서 벌어진 히로시마 리베리노컵 국제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일궈냈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는 과거 2002년 마술과 같은 쾌거를 이륙한 히딩크가 있었다면 동티모르에는 김신환 감독이 있었다는 이야기죠.


영화속에서도 실제와 마찬가지로 사업차 방문한 동티모르에서 김 감독은 사업을 포기하고 이 어린 아이들의 든든한 스폰서가 되어주기로 방침을 정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영화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가난한 국가, 가난한 아이들이다보니 아이들 개개인의 지원이 쉽지 않고 동티모르 국가 자체에서도 이들 소년들에게 지원을 해주는 것 역시 쉽지 않은 결정이었기 때문이죠. 이 무식한 도전은 그러나 많은 이들이 김 감독(영화에서는 원광)의 진심을 알아주면서 모든 일들은 속전속결로 잘 풀리게 되죠.


이 작품이 무엇보다도 인상깊은 것은 동티모르의 사회적인 상황에서도 이것을 이겨내고 축구로 하나가 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이 작품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만큼의 적은 없었습니다. 적을 만든 것은 이 사회의 이데올로기였고 정치적인 분쟁이었으니깐요. 아이들끼리도 서로 다른 부족으로 인해 의견충돌이 생기기도 하고 원광을 돈벌이에 급급한 사람으로만 생각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것을 이겨낸 것은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진심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동티모르 현지에서 활동하는 실제 유소년 축구 선수들이 연기를 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엔딩크레딧도 박희순 씨나 고창석 씨의 이름이 먼저 올라온 것이 아니라 이들 동티모르 축구단의 아이들이 먼저 엔딩크레딧에 올라왔으니깐요. 실제로도 진정한 주인공은 이들 아이들이거든요.

특히나 이들 아역 4 인방의 활약은 대단했다고 보여집니다. 프란시스코(라모스 역), 페르디난도(모따비오 역), 주니오르(또아 역)의 남자 아이들과 가장 눈물 많은 연기를 보여준 꼬마 소녀 말레나(조세핀 역)의 활약도 돋보였지요. 이 친구들은 얼마전 한국을 방문하여 포스터 촬영과 기타 활동을 하였고 영화가 개봉되는 시기에 다시 내한을 앞두고 있습니다. 더운 나라에서만 살던 친구들이 추운 일본에서 현지촬영을 하는 등의 고생이 많았지만 이것을 이겨내고 열정을 다해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 인상적입니다.


착한 남자로 돌아온 박희순 씨와 이웃집 동네 아저씨 포스로 사랑받는 고창석 씨의 연기도 볼만합니다. 

특별출연으로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 임원희 씨와 김서형씨도 인상적이죠. 그러나 무엇보다도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카메오는 조진웅 씨입니다. 이 분에 대해서는 두말하면 잔소리인 열혈 감초 배우라서 더 이상 이야기 안해도 될 것 같네요. 아울러 이 영화에서는 특별한 출연도 있었는데 현 동티모르 총리이자 과거 동티모르를 다스렸던 구스마오 총리가 대통령 역으로 잠깐 등장하는 모습도 선보였습니다. 현직 관료가 영화에 등장하는 것도 사실 흔치 않은 일이거든요.



하지만 '맨발의 꿈'은 작품성은 좋은데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당초 6월 10일 개봉을 앞둔 작품이지만 작품 개봉일자가 미뤄졌습니다.

월드컵 시기라서 조금 앞당겨졌어야 했지만 여러 작품들과의 경쟁을 피하고 우리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경우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하는지라 개봉시기가 늦춰진 경우라고 할 수 있죠. 잘만든 영화인데도 너무 개봉시기가 미뤄진 것은 최대 약점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늦어진 만큼 관객에게 큰 감동을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외교통상부, 동티모르 정부라는 특별한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영화이며, 영화속 PPL들은 실제로도 과거 이들 동티모르의 유소년 축구단을 지속적으로 지원하였고 앞으로도 그 지원을 약속했으니 이들 소년들이 웃음을 계속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이 작품을 많이 봐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지속적인 관심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바램이 있다면 영화속에 등장한 이들 친구들에 대해서도 영화사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았으면 하는 생각도 갖아봅니다. 우리는 이미 그런 불편한 사례를 데니 보일 감독의 '슬럼독 밀레니어'를 통해 봤으니깐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여러분도 동티모르의 행복을 기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래간만에 즐거웠고 행복했던 영화 '맨발의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