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유키와 니나'-어른들의 이별에 대처하는 아이들의 방식...

송씨네 2010. 7. 10. 11:48



이별하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중의 하나가 '사랑해서 이별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 말은 좀 거짓말 같아 보이는 이야기죠. 

사랑한다면 더 열심히 살아야지 왜 이별을 택하는가 말이죠.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는 아이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여기 한 소녀가 이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프랑스와 일본 합작 영화인 '유키와 니나'입니다.









유키는 아홉살 여자 아이입니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죠.

사실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아요.

유키에게는 단짝 친구인 니나가 있었고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며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유키의 어머니가 유키에게 잘 살던 프랑스를 떠나 일본으로 가야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유인 즉슨 아버지와 이별을 고하고 일본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죠.

유키는 일본에 가는게 싫습니다. 친구도 다시 사귀어야 함은 물론이고 니나와도 작별을 해야 하거든요.

왜 헤어지냐고 묻지만 어머니는 그녀에게 명쾌한 대답을 하지는 않습니다.

역시 어머니와 홀로 살고 있는 니나 역시 왜 사랑하는데 헤어지는지 그 이유를 모릅니다.

그들은 가출을 결심하고 니나의 아버지가 살던 곳으로 무작정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숲으로, 숲으로... 그들은 어느 사이 다른 공간에 서 있습니다. 






아이들의 눈을 통해 바라본 영화들의 특징은 연기를 하는 아이들도 그렇고 이야기들도 꾸밈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조금씩 뒤틀어진다면 그 아이가 연기를 하는 것은 힘들겠지요. 현실적이지 못하니깐요.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유키와 니나'는 특이한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국제결혼을 한 커플과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여자아이, 그리고 부모의 결별에 적지 않게 당황하는 소녀의 모습을 통해 정체성과 더불어 사랑과 이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장황스럽게 그런 것을을 소개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소녀들이 맞딱뜨리게 된 인정할 수 없는 현실이 그것이죠.

두 아이들은 사랑의 요정이라는 이름으로 유키의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내며 그녀의 속마음을 알고 싶어합니다. 눈물 흘리는 어머니 앞에서 어떤 말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친구와 헤어진다는 것은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죠.



극단적인 상황... 바로 가출입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의 경우 아이들이 삐딱하게 변하거나 혹은 큰 사고가 나서 좋지 않은 결과로 이야기가 매듭 짓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두 여자 아이들의 여정은 조금 다른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니나의 아버지 집에 몰래 들어온 유키와 니나는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즐겁게 놀기도 하고 숲으로 나아가 도깨비와 요정이 주는 밥을 먹고 평생토록 살겠노라 이야기합니다. 여기서부터 이 영화의 판타지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숲에서 길을 잃은 니나는 어느 덧 자신이 일본의 한 작은 마을로 넘어온 것을 알게 됩니다. 낯선 친구들과 만나 즐겁게 놀고 할머니가 주시는 간식도 맛나게 먹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떠나가고 다시 홀로 남은 유키는 다시 숲을 향해 달려가죠.

숲은 이 영화에서 판타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면서 순간이동을 하게되는 재미있는 장치로도 이용이 됩니다. 물론 유키가 찾아간 마을과 아이들과 할머니는 어쩌면 환상이고 꿈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장면은 몇 분이 지나서는 이게 현실일 수도 있었구나라는 묘한 느낌을 줍니다. 바로 유키가 일본에서 정착하는 장면이 그것이죠. 결국 일본에 정착한 유키는 어머니와 시골길을 향하게 되는데 자신이 보았고 즐겼던 그 마을 숲을 다시 발견하게 된 것이죠.

거긴 아무도 없는 흉가였지만 어쩌면 거기에 유키는 정말로 즐겁게 놀다가 돌아갔을지도 모르는 정겨운 길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런 기분은 유키만 느낀 것이 아니었죠. 유키의 어머니도 그 묘한 기분을 느꼈으니깐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판타지가 낯설지가 않다는 것이죠.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단골 소재인데요, 동화 같은 느낌으로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전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시간여행을 떠나는 점에서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처음 보는 아이들과 즐겁게 뛰어노는 장면들은 마치 '이웃집 토토로'를 연상하게 합니다. 전형적인 일본의 시골마을을 보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이 묘한 영화의 묘한 느낌을 주는데 일등공신을 한 것은 바로 유키 역의 노에 삼피라는 다소 발음하기 어려운 소녀입니다. 웃음도 거의 없고 무표정에 가까운 모습에서 부모님의 이혼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기구한 운명을 가진 아이로 등장합니다. 

아울러 이 영화는 앞에도 말씀드렸듯이 프랑스와 일본의 합작영화입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프랑스 감독겸 배우인 이폴리트 지라드로와 일본 감독인 스와 노부히로 감독이 공동으로 작업한 작품입니다. 프랑스의 자연과 일본의 자연이 공존한다는 점은 그래서 이 작품의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유키는 결국 현실을 택했습니다. 니나는 가끔 보내주는 동영상 메일로 만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고 정말 다행인 것은 유키는 친구를 어렵지 않게 사귀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유키는 이방인이 될 뻔 했던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는데요. 그 환상에서 보았던 자기 또래의 그 친구들이 유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들의 사정으로 이혼을 하고 헤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헤어지는 가족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죠. '엄마와 아빠는 정말 사랑하는데... 아니, 사랑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어서 헤어지는 것이란다. 너의 잘못은 아무것도 없어... 그냥 우리 일이란다...'라고 말이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헤어지기에는 이 아이들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은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