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인셉션'-놀란 감독의 꿈에서 펼쳐지는 버라이어티 액션...

송씨네 2010. 7. 15. 14:07




 


※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의심되시는 분들은 이 리뷰를 건너 뛰셔도 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메맨토'라는 작품으로 획기적인 시나리오와 연출로 사랑을 받은 이 감독은 '배트맨'의 또 다른 이야기인 '베트맨 비긴즈'와 '다크나이트'로 '시리즈는 망한다'와 더불어 '시리즈는 작품성이 떨어진다'라는 불안요소를 깨준 사람이 바로 이 감독이죠.

7월 13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는 기자와 파워블로거들을 상대로 '인셉션'의 시사회가 있었습니다. 오전과 오후로 나뉜 시사회에서 오전 시사회를 마친 분들이 트위터를 비롯한 커뮤니티를 통해 이 영화의 짧은 평이 올라오면서 기대치는 더욱더 높아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우리에게 이번에도 논란을 줄까요? 아니면 놀라게 만들까요?

꿈과 시간을 훔치는 거대 프로젝트... 영화 '인셉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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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브라는 사내가 있습니다.

그는 지금 사이토라는 일본인과 싸우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큰 기업체를 운영하는 양반인데 코브와 그의 일행은 그의 꿈속에 들어와서 그의 비밀문서를 빼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꿈을 깨어나보니 어느 한 고장에서 다시 그들은 싸우고 있네요. 그렇게 싸움이 끝나는 듯 싶더니만 이건 코브 일행 중의 한 명의 꿈이랍니다. 다시 깨어나니 일본 열차를 타고 있습니다.

사이토와의 싸움에서 이긴 것 같지만 웬지 모를 이 찝찝함...

헬기장까지 찾아온 사이토는 또다른 제안을 합니다. 자신의 경쟁 업체의 회장 아들인 피셔에게 접근하여 이들 회사의 비밀금고를 알아내고 이들 사업을 방해 해달라는 제안입니다.

피셔의 아버지는 죽음을 앞둔 상태이고 더구나 아버지와 아들 사이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그에게 접근하여 꿈속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파고들라니... 쉽지 않은 일이죠.

그는 아서를 비롯해 임스, 아리아드네 등의 기술좋은 친구들을 불러모아 이 작전을 실현시키기로 합니다. 그리고 적으로 생각되었던 사이토도 이 일에 합류합니다.

꿈의 설계를 맡은 아리아드네의 도움으로 일은 순탄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코브의 부인이었던 맬이 자꾸만 그에게 찾아오면서 사태는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합니다.

에디트 피아프의 감미로운 음악과 킥(충격요법)으로 이들은 이 꿈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물론 임무도 완수해야 하고요.

복잡한 이 상황... 과연 최강의 드림팀은 이 일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요?






이 영화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사실 그게 큰 고민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스포일러도 많은 작품이 되어버릴 수도 있고 꿈이라는 식상한 소재이긴 하지만 그것을 까뒤집고 보면 의외로 복잡한 구조의 영화라는 것이죠. 그런데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의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란입니다. 복잡한 구조의 이야기를 자주 만드는 감독이죠. 

우리에게 복잡한 구조로 골치 아프게 만들었던 그의 초기 데뷔작은 '메맨토'입니다. 문신을 지닌 남자가 자신의 문신을 통해 거꾸로 상황을 인식하고 아내의 죽음을 파해쳤던 이야기였는데 당시 이 영화를 본 분들의 이야기는 한 번 봐서는 절대 이해못한다는 이야기였죠. 

자, 이 작품 '인벤션'도 어떨까요? 물론 제 느낌이지만 '메맨토' 시절로의 복귀가 아닐까 싶어집니다.



이 이야기의 구조가 복잡하다고 생각되는 이유에는 현란하게 움직이는 꿈속의 액션과 대량으로 등장한 CG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꿈이 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2중, 3중으로 꾼다는 점도 이 영화가 상당히 복잡한 영화로 인식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첫 장면에서 사이토의 꿈들 속에서 싸우던 코브 일당들은 피셔를 꼬셔서 그의 경영승계를 방해하는 역할을 하게되는데 재미있게도 꿈속에 빠지면 빠질 수록 이들 코브 일당과 하나가 되는 상황으로 변하게 됩니다. 물론 피셔의 꿈속의 방어능력은 이들 코브 일당에게 최고의 방해가 되지만 말이죠.


아리아드네의 꿈속에서 등장하던 거울로 뒤덮힌 거리나 거리의 시작과 끝 부분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마치 끝없이 이어진 장면등은 이 영화가 추구하는 내용이 얼마나 복잡해질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보여집니다. 후반에 들어서는 CG보다는 액션에 초점을 준 장면들이 많아짐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코브의 부인 맬과 과거 유토피아를 이루던 도시에서의 장면은 상당한 CG가 들어가는 장면이기도 했지만 말이죠.







이 복잡함은 과거 '매트릭스' 시리즈를 비롯하여 많은 영화에서 등장한 것들입니다. 이런 영화의 공통점은 몽환적인 장면들과 실제인지 가상인지 구분하기 힘든 CG들입니다. 현실과 비현실에서 주인공들은 갈등하고 현실로 돌아와도 이들은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죠.

중반에 들어서면 코브의 아내인 맬이 왜 그에게 자꾸만 꿈속에 다가와 그를 괴롭히는가에 대한 것에 대해 상당히 궁금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맬과 코브는 과거 이 꿈의 공장에 참여한 전력이 있었고 유토피아를 만들었지만 점차 그것에 식상해지고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맬은 꿈속의 세상을 동경하고 그것은 그녀를 자살로 이어지게 만드는 악순환을 이루게 됩니다.

부인의 죽음으로 죄책감을 느낀 코브는 결국 꿈속에서 등장하지 말아야 할 아내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이죠. 



또 하나의 의문점은 왜 하필이면 그들이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트는 음악이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아니, 난 후회하지 않아)라는 제목이냐는 것이죠. 이건 정말 놀란 감독에게 묻고 싶어지더군요. 하필이면 이런 감미로운 음악이 이들의 긴박한 순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느냐는 것입니다. 심지어 슬로우 모션 역시 이 영화에서는 은근히 많이 등장하죠. 밴 차량이 물속에 빠지는 장면이나, 무중력 순간의 악당들과의 싸움들은 이 영화에서 오히려 긴박한 장면에서 더 느려짐을 볼 수 있습니다. 느려지는 음악, 느려지는 장면들은 오히려 이 영화에서 긴박함을 배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영화의 최고의 장점이라면 물론 최강의 드림팀으로 구성된 배우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렇다치더라도 일본과 미국을 넘나들면서 연기를 펼치는 와타나베 켄도 등장하며 마리안 꼬띠아르, 엘렌 페이지, 킬리언 머피 등의 현재 헐리웃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타들이 총출동했다는 점이 이 작품은 캐스팅에서도 다양한 볼꺼리를 만들어줍니다.

더구나 앞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에디트 피아프의 음악 이야기를 했지만 이 영화에서 맬로 등장한 마리안 꼬띠아르의 경우 공교롭게도 에디트 피아프의 전기 영화인 '라비앙 로즈'에 출연한 경력이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죠. '주노'를 통해 스타로 자리매김한 엘렌 페이지의 깜찍한 모습도 남성관객들을 즐겁게 합니다.




이 작품은 긴박한 액션과 CG로 관객을 사로잡은 것은 분명하지만 다소 어려운 이야기 때문에 관객들의 시선을 끌게 만들지는 의문입니다. 오히려 놀란 감독의 전작이 그러했듯 한 번 보기보다는 여러번 보는 재관람 현상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꿈이 현실같고 현실같은 꿈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

어떤때는 우리가 이 꿈속에서 깨어나지 않길 원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악몽이라면 꿈 속에서 깨어나고 싶겠지요. 하지만 이 삶이 지옥이라면 차리리 잠든 순깐 꾸는 행복한 꿈이 현실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갖게 될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그 꿈에서 깨어나야 할 순간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킥으로, 그리고 에디트의 음악으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