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리뷰의 특성상 스포일러가 불가피 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유괴를 소재로한 범죄 스릴러는 많은 것들을 요합니다.
주인공과 악당과의 심리전도 그렇고 그 사람이 왜 주인공의 아이들을 납치 했는가 혹은 왜 연쇄 살인을 하는가에 대한 의문점을 시원하게 밝혀야 합니다.
'그 놈 목소리'나 '친절한 금자씨' 등 유괴가 등장하는 범죄 스릴러나 혹은 연쇄살인범과의 심리전을 그린 '추격자' 같은 영화들이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그 심리전이 관객의 심장을 떨리게 만들정도로 아슬아슬 했기 때문이죠.
연기에 있어서는 늘 좋은 평가를 받은 김명민 씨와 선한 역할과 코믹한 역할로 사랑받아온 엄기준 씨가 각각 타락한 목사와 연쇄 살인범으로 정면승부를 벌입니다. 과연 기존의 범죄 스릴러와는 얼마나 차별화가 있을까요?
영화 '파괴된 사나이' 입니다.
약 8 년 전... 한 여자 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됩니다.
유괴범은 여러번 거금의 몸값을 요구하지만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거래를 취소하고 행적을 감춥니다.
목사였던 영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나님에게 기도했지만 그런 그에게 신께서는 별다른 응답을 주시지 않았나 봅니다.
8 년이 지나고 그는 폐인이 되어버렸습니다.
목사직을 그만두고 의료용품기기 판매업자가 되어버렸죠. 하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빛더미와 부인과 소홀해진 삶입니다.
그의 아내 민경은 여전히 딸 혜린을 찾으려고 백방을 수소문하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던 중 엎친데 덮친격으로 민경은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 영수는 듣고 싶지 않던 유괴범의 목소리를 8 년만에 다시 듣게 됩니다. 그리고 혜린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유괴범 병철... 그는 교회 등의 곳에 음향기기를 설치해주는 지극히 평범해보이는 사람이지만 그것은 겉으로 보는 그의 모습일 뿐입니다. 그런 그와 영수의 만남은 그렇게 유쾌해 보이지 않습니다.
과연 영수는 혜린을 찾고 재자리로 돌아올까요?
어쩌면 이 작품은 기존의 범죄 스릴러에서 그렇게 진일보한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앞에도 이야기했듯이 김명민 씨가 연기한 타락한 목사 역할이 기존의 작품과 조금은 다른 점에서 이 작품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구나 재미있는 것은 신을 믿던 사람이 그것을 부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영화에서 신을 부정하는 내용은 없지만 사실상 타락함으로써 신을 부정하고 그야말로 삐뚤어진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기존의 타락한 형사들의 모습을 보여준 영화들이 많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 식상함에서 벗어나고자 형사에서 목사로 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과거 영화들이 범인이 누군지를 뒤에 밝히는 영화들이 많았다면 최근 영화들은 아예 대놓고 범인이 누군지를 밝히고 시작합니다. 2007 년 큰 흥행을 거둔 '추격자'에서도 영민을 연기한 하정우 씨의 배역보다도 '4885'를 기억하는 것이 더 당연시 되어버린 것처럼 영화에서 무언가를 각인시켜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분명 아니라고 봅니다. 얼마나 악날한가에 대한 배틀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죠.
그런 점에서 병철 역을 맡은 엄기준 씨는 그 역할을 충실히 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하실텐데요.
사실 이 영화는 배우가 문제가 아니라 시나리오가 아쉬운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병철이 연쇄살인 및 연쇄 유괴를 하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고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고가의 희귀성이 있는 진공관 오디오를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인데요.
단지 고가의 오디오를 가지고 싶어서 살인을 저지르는 것보다는 그럴 바에는 그냥 목적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가 더 나았을지도 모를일입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라는 소재 역시 너무나도 식상하다는 점에서 이 역시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범죄 장면의 경우에도 일부 약간의 비논리적인 장면들도 보입니다.
가령 택배기사 부부를 살해하는 장면이라고 하더라도 살인을 저지르고 그들이 실종되었다면 대대적으로 뉴스에 보도되었을 것이고 지문이나 다른 혈흔이 분명히 발견되었을 텐데 그 시간동안이면 분명히 병철은 잡히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탄탄한 시나리오라면 그들을 어떻게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살인을 저질렀는가에 대한 완벽한 시나리오가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고가의 진공관 오디오를 가지고 있던 중년의 사내를 살인하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경찰은 영수의 지문과 흔적들만 발견되었다고 이야기하지만 변기 수압기 보호 뚜껑으로 내리치는 장면에서 오히려 더 많은 지문이 남아야 할 사람은 병철이라는 것이죠. 굳이 인터넷 카페를 들어가고 전화기록 조회를 하지 않고도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죠.
이런 스릴러는 어떻게 보면 범인이 빨리 잡히면 김이 빠지게 되는데 어설픈 단서들로 인해 오히려 이러다가는 범인을 빨리 잡게 되는 단서를 제공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김명민 씨나 엄기준 씨 같은 실력있는 연기파 배우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요리를 못한 것은 시나리오의 논리성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캐릭터도 나름 괜찮은데 그 캐릭터를 잘 이용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그 점이 이 영화의 최고의 아쉬움이 남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추격자' 같은 영화를 따라 할려다가 그의 반에도 못미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해야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배우들의 열연과 더불어 혜린 역으로 나온 김소연 양의 연기력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무표정한 모습에서도 자신의 심리를 드러내야 하는 유괴당한 소녀의 역할이었는데 충실히 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죠.
이 영화의 감독인 우민호 감독은 과거 단편 '누가 예수를 죽였는가?'를 통해 이미 종교적 이야기를 담은 경력이 있는 감독으로 생각됩니다. 그의 단편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뭐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이 작품 '파괴된 사나이'를 통해 장편으로 데뷔하면서 과거 자신이 담아내고자 했던 이야기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종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죠.
신을 부정하는 이야기는 의외로 많습니다. 이창동 감독은 '밀양'과 '시'를 통해 용서라는 의미를 종교적 삶들과 연관지어 직간접적으로 표현한 경우도 있었으니깐요.
신을 부정하는 영화들을 그렇다고 신을 무시하는 그들의 종교를 무시하는 도전적인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카톨릭 신자로 알려진 박찬욱 감독도 '박쥐'를 통해 그 종교의 양면성을 이야기하기도 했으니깐요. 그래서 여전히 이런 것들을 결론 내리는 것도 쉽지가 않은 것이고요.
영수는 과연 안정적인 삶으로 돌아왔을까요?
모든 것을 잃고 그나마 마지막 딸까지 잃을 뻔한 그에게 더 이상의 시련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그에게 필요한 것은 종교적 안식이 아니라 가족과의 행복한 삶이 우선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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