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한국형 액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많이 생각해보셨을 껍니다.
물론 다른 감독들이 액션영화에 있어서는 각자의 방식도 있고 노하우도 있지만 류승완 감독 같은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코믹 액션은 물론이요, 드라마적 액션도 보여주고, 전통액션도 보여주는 것이 류승완 감독의 특징이죠.
그렇다면 류승완 감독 밑에서 배운 그의 제자는 과연 어떨까요?
한국형 액션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 권혁재 감독의 작품, 영화 '해결사'입니다.
홍신소, 혹은 심부름 센터... 그것도 아니면 범죄 연구소?
태식이 운영하는 센터의 다른 이름들입니다. 과거 부인과 사별하고 딸을 홀로 키우는 그는 불륜현장의 사진을 찍는 그야말로 쓰레기 중의 쓰레기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의뢰를 받아 찾아간 길에 그가 본 것은 칼로 난도질 당한 시신 하나...
그리고 경찰 출동... 그는 얼떨결에 살인자의 누명을 쓰게 된 것이지요.
그런 사이에 걸려온 전화, 정치인의 돈세탁에 관여한 변호사 출신사업가인 대희를 납치하라는 지령입니다.
납치하고 그가 가지고 있는 중요 자료만 넘겨주면 누명에서 벗겨주겠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된 태식은 의문속에서 대희를 납치합니다.
한편 형사인 상철과 종규 역시 태식을 살인자로 생각하기에는 이상한 점들이 발견되었다는 것이죠.
알고보니 이 사건은 태식의 부인 피살과도 관련 있고 납치한 대희 역시 알고보니 태식과 악연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러나 문제는 다른데 있습니다. 태식을 도와주던 과거 동료 형사들이었던 필호와 주봉이 이번 사건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죠. 특히나 필호는 정당 대변인인 경신과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사태는 꼬여가고 이제 태식과 대희의 목숨마져도 위험한 상황입니다.
과연 이 사건을 해결하고 모든 의문증을 풀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은 설경구 씨의 액션으로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뭐, 설경구 씨가 그동안 '강철중' 시리즈나 다른 영화들에서 보여준 건 액션이 아니고 뭐냐고 물으시겠지만 살아생전에 그가 와이어 액션에 처음으로 도전했다는 것은 의외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으셨을껍니다.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권혁재 감독은 단편으로 시작해서 류승완 감독의 조감독으로 꾸준히 필모그레피를 쌓던 분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자신의 감독 첫데뷔작을 류승완 감독과 그의 부인인 강혜정 대표가 운영하는 영화사 외유내강이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액션장면이라던과 여러 모습들이 스승인 류승완 감독과 겹쳐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더구나 무술감독 역시 류승완 감독의 영원한 동료이자 동반자인 정두홍 감독이라는 점 역시 이 영화의 스타일이 류승완 감독의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액션에 있어서는 류승완 감독만큼이나 강렬한 액션을 보여준다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입니다.
성룡 영화에서 보여주는 사물이나 물건들을 이용하는 액션을 여기서 선보인다는 것이죠. 의자나 옷걸이는 물론이요. 자동으로 닫치는 셔터에서 벌어지는 아슬아슬한 액션도 이 영화의 볼꺼리 중 하나이죠.
더구나 대전시청 도로를 막으면서 여의도인척 벌였던 자동차 추격 장면도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서울이었다면 이런 차량 통제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죠. 그런면에서 대전시의 선택도 의외로 작용을 했던 것이고요.
이 작품은 누명을 쓴 도망자의 누명을 벗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치적인 문제도 약간씩 건드리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는 점입니다. 사실상 정치에서 모든 것을 휘젓고 있는 여당의 모습과 여당의 이런 행태에 반대하면서 알고 보면 여당과 야당과 다를 바 없다는 모순을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정치에 관한 상당한 거부감을 영화속에서 그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구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당의 대변인이자 정치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딸로 등장하는 경신(문정희 씨)의 모습은 흡사 어딘가 본 듯한 모습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들에게 눈웃음으로 엠바고를 강조하고 상대편 정치가들에게는 거의 협박수준의 말을 하고 있으니 말이죠. 그야말로 언론플레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TV에서 본 듯한 너무나도 낯익은 모습들이라는 점이죠.
설경구 씨의 액션도 액션이지만 사실 더 눈에 띄었던 것은 오달수, 주진모, 이성민, 송새벽 씨의 모습입니다.
과거 동료 형사였던 태식에게 어쩔 수 없는 배반을 한 주봉 역을 맡은 주진모 씨의 경우 악역임에도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었고 껄렁하면서도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겼던 사업가로 등장한 이성민 씨의 캐릭터도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정말 재미있는 커플은 오달수, 송새벽 씨 였죠.
미친 존재감으로 너무나 익숙한 감초 연기의 대가들이지만 특히나 송새벽 씨의 미친 존재감은 관객들을 열광하게 만들죠. 더구나 송새벽 씨의 경우 '시라노;연애조작단'에도 출연하시니 그의 같은 듯 다른 연기를 구경하는 것도 큰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분이 이야기하셨듯 상철과 종규의 이야기를 담은 외전을 따로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동감하는 바입니다.)
악역 도전을 했던 우리의 영원한 '비덩'(비쥬얼 덩어리), 이정진 씨의 활약도 돋보였습니다만 그동안의 착한 이미지도 그렇고 그렇다고 강렬한 이미지가 없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정진 씨에게는 이 영화가 가장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웬지 모르게 분명 미운 캐릭터는 맞는데 나쁜 놈 하고 욕할 정도로 분노가 생기지는 않네요. 너무 어리숙한 모습의 캐릭터만 보여줘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빨리 '비덩'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할텐데 말이죠.
권혁재 감독의 '해결사'는 일단 추석 액션영화로는 합격점입니다.
하지만 일부 배우들이 말하는 덜 자극적이라서 가족들과 오붓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칼부림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적어도 어린아이만 데려오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같이와서 부담없이 즐길만한 영화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청출어람이라는 말처럼 과연 스승을 뛰어넘는 감독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