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잡설들/컬처 확대경, 컬처 쇼크

'반호프'(Bahnhof) 무언극과 멀티맨의 특성을 살린 연극!

송씨네 2010. 10. 8. 14:45



영화를 많이 보지만 요즘들어 연극공연을 보는 횟수도 많이 늘었습니다.

제 블로그로 소개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장항준 감독이 만든 뮤지컬 '사나이 와타나베'를 얼마전 보고 왔었고, 송일곤 감독의 작품이 원작인 '마법사들'의 뮤지컬 버전 역시 즐겁게 관람을 하고 왔지요.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영화는 달리 제한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런 것을 생각할 때 연극이나 뮤지컬을 하는 배우들의 노고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대학로에는 현재 서울 연극 올림픽(9.24~11.7 http://www.theatreolympics.or.kr)이 열리고 있습니다. 

올림픽처럼 4~5년의 차를 두고 열리는 이 행사는 늘 다른 테마로 연극 올림픽을 열었으며 그리스, 일본, 러시아, 터키에 이어 5회는 바로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올해 서울 연극 올림픽의 테마는 '사랑'입니다. 사랑에 관한 다양한 테마의 연극과 뮤지컬이 열리고 있으며 계속 공연이 될 예정이죠.

그 중에 제가 보게 된 작품은 '넌버벌 마스크연극'이라는 다소 생소한 명칭을 가지고 있는 연극 '반호프'입니다. 가면극의 형식과 무언극의 형식이 결합된 방식입니다. 

배우는 가면을 쓰고 연기하며 일체의 대사를 하지 않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연극에 대한 아무런 자료도 없던 상황에서는 이 가면극은 아마도 정치풍자극이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사랑이야기입니다.





작품의 무대는 어느 한 도시의 작은 기차역입니다.

소녀와 아버지가 역 앞에 있고 소녀와 아버지는 헤어지는 모습을 연출합니다.

홀로 이 작은 도시의 역에 남겨진 소녀는 매일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남긴 오르골 장난감을 뒤로 하고 소녀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그림을 그립니다.

한편 동네의 소매치기로 보이는 이들은 어느 때처럼 남의 물건을 슬적하고 있었고 소녀의 소지품 역시 갈취대상이었지요.

그런데 소녀의 물건에서 발견한 오르골을 보고 웬지 모를 미안함이 느껴졌던 소매치기 소년은 소녀에게 오르골을 돌려주기로 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형사는 이 소매치기들을 뒤쫓고 있고 이들의 사랑에는 위기가 찾아오게 됩니다.



단순한 구조의 이야기이지만 4 명의 배우가 스물 여덞개나 되는 가면을 쓰고 일인 다역을 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이색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연극이나 뮤지컬에서 일인 다역을 하는 경우가 이제는 흔해졌는데요. 이른바 '멀티맨'이라 불리우는 사람들이죠. 영화의 조연같은 존재이며 여러 군대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관객들과 배우들과 소통을 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간단하게 워밍업으로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모습도 보여주니깐요.


이 작품은 소녀 역할을 제외하고는 세 명의 배우로 보이는 이들이 다양한 가면을 쓰고 연기를 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할머니도 되었다가 소매치기, 느끼한 바람둥이, 다방 여종업원, 매표소 아가씨, 축구에 열광하는 매점 총각 등등 손에 꼽기 힘들정도로 다양한 역할들을 수행한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위해서는 이들은 재빨리 움직이고 의상을 갈아입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가면을 제대로 써야 함은 물론이요, 소품까지 챙겨야 하니깐요.


더구나 대사없이 극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행동하나 하나를 자세히 표현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게 되지요. 여기서 대사가 있는 것은 강아지 역할이 전부입니다. 그것도 짧은 단문의 대사가 전부이니 이 작품에서 무언극의 장점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가를 보여준 예이지요.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관객과 호흡을 한다는 점입니다.

앞에도 바람잡이 이야기를 드렸지만 배우중 한 명이 연극시작 5 분전 부터 무대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그러더니 관객에게 다가와서 연극 시작을 알리는 맨트를 읽어달라고 요청합니다. 물론 이 장면에도 대사는 한마디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극이 시작되면 배우들은 쉴틈 없이 뛰고 그러는데요. 화장실 아줌마가 뚫어뻥에 묻는 물과 먼지들을 관객에게 던지는 장면이라던가 입이 없는 가면으로 과자를 먹으려는 장면 같은 경우는 관객과의 소통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지 관객들은 배우와 아무렇지 않은 듯이 그 소통에 동참하고 있고요. 이런방식이 이 연극을 재미있게 만드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이 작품은 앞에 말씀드린 서울 연극 올림픽 공모 선정작으로 공연중이지만 남은 공연일이 얼마 없습니다. 10월 10일 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3관에서 공연이 남아 있으며 차후 공연은 없지만 반응이 좋은 작품이라서 곧 다시 무대에서 만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색다른 경험의 연극 '반호프' 꼭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자세한 작품에 대한 궁금점은 '반호프' 블로그(http://www.bahnhof.kr/)와 서울연극 올림픽 페이지(http://www.theatreolympics.or.kr/program/workview.php?code=3〈=kor&wno=24)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