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된장' 향기와 구수함 사이, 로맨틱과 미스테리 사이...

송씨네 2010. 10. 26. 00:55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양반들아, 그러면 그걸 보여줘봐...'라고 이야기를 해야하는 것이 정상입니다만 그런 모습을 못보여주는 것 같네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하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가 체감하는 것은 얼마나 될까요?

'러브러브'라는 작품을 들고 나왔던 이서군 감독의 의외의 특기는 바로 음식을 이야기한다는 것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친절한 여자와 거식증에 걸린 여자의 음식전쟁을 다룬 '삼공일 삼공이'(301, 302)의 각본을 쓴분으로 알려져 있지요. 이 때는 박철수 감독과 함께 했는데요.

'러브러브'의 흥행 실패후 오랜 기간 침묵을 했던 그녀가 들고 나온 이야기는 다시 음식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습니다. 바로 장진 감독이지요. 장진 감독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이서군 감독 특유의 여성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임에는 공감하실껍니다. 

구수한 향기가 나는 영화 '된장'입니다.



한 남자가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후배라는 사내가 취재꺼리를 소개해주는데 자신이 교도소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희대의 살인마인 김종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그 후배는 사형장에서 마지막으로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는 말을 남깁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순순히 된장 먹다가 잡혔습니다. 반항을 할 법도 한데 순순히 잡혔다는 것이죠.

방송국 PD 유진은 그게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무슨 이유로 그 살인마가 된장찌개에 환장을 했을까 말이지요.

깊은 산골 마을의 허름한 식당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맛집으로 알려진 이 식당이 바로 그 사고가 일어난 곳입니다.

하지만 그 된장의 주인은 그 식당 주인인 명숙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혜진이라는 의문의 여인이 품고 있던 항아리에서 만든 작품이었던 것이죠.

그러나 집요한 탐문을 하던 중 이미 혜진은 세상에 없음을 알게 됩니다.

살인마의 행적 찾다가 된장에 홀려버린 PD 유진은 과연 이 된장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까요?







이 영화를 간단하게 압축하자면 된장에 홀린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지 않나요?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작품이 생각나더군요.

독일의 소설가인 파트리크 쥐스킨트 원작 소설인 바로 '향수'였습니다.

왜 이 작품과 공통점을 지니냐고 물어보시겠지만 (영화버전과 비교하자면) 무언가에 홀린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그 공통점을 볼 수 있다는 것이죠. 그것도 후각으로 말이죠.

향기에 사람들을 조정하고 좌지우지 되는 것과 비교할 때 이 작품 '된장' 역시 그것에 모두 빠져버립니다. 후각에 이상이 생긴 거대기업의 사업가는 된장 냄새에 완치되었고 앞에서와 같이 살인범도 두 손들게 만드는 냄새로 사건을 마무리 짓지요.

물론 '향수'는 향기를 얻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절로 다가와서 알아서 혜진과 함께하니깐요.



이렇게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 다름 아닌 된장이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그러나 이것이 이 영화를 이야기하는데 아주 재미있는 점을 볼 수있다는 겁니다.

바로 한국적이라는 것이 뭔가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한국적인 것을 보여준 작품은 많았습니다.

만화가 허영만 씨의 원작을 영화로 한 두 편의 '식객' 시리즈도 있고요.

'춘향전' 같은 고전은 한국적임을 이야기하는데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의 경우 둘 중의 하나를 놓치게 될 우려가 있지요.

한국적인 모습을 담아내다 보면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놓치게 되고 사랑이야기에 집착하다 보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놓치게 되는 결과이니깐요.

그런점에서 된장이 탄생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상황들은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맑은 옹달샘에서 받아온 물과 깨끗한 천일염에 기름진 땅에서 자란 콩과 방목한 돼지가 뛰어놀면서 더욱더 땅은 기름지게 변하게 되죠. 이외에도 여러 다양한 모습이 펼쳐지면서 메주가 만들어지는데요. 거기에 귀뚜라미 같은 벌레들이 뛰어놀면서 생긴 공명으로 메주가 잘 발효되는 모습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되더군요.



물론 사랑이야기가 빠지면 재미가 없겠지요. 

후반에 들어서면 한 명의 남자가 등장합니다. 전통술을 만드는 청년 현수입니다.

'도깨비 아저씨'라는 이름으로 탈을 쓰고 다니는 이 사나이도 발효 음식인 전통주를 만듭니다.

메주와 전통주... 상당히 환상적인 궁합이지요. 

영화에서 등장한 혜진과 현수가 선남선녀로 등장한 것도 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야기하려고 보여준 것일 수도 있을테니깐요.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해도 여전히 청순함이 묻어나는 이요원 씨도 여전하지만(이 분의 동안의 비결은 도대체 뭘까요? 결혼을 하셨는데도...) 무엇보다도 요즘 들어 미친 존재감(정말로 요즘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는 배우들이 많죠?)을 보여준 류승룡 씨가 이 영화에 등장합니다.

류승룡 씨도 장진 사단의 주요 배우이지만 이번에는 이서군 감독 영화에 등장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의문의 사나이로 등장한 현수 역의 이동욱 씨도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고요.


다만, 현수라는 배역에 대해 상당히 불친절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왜 일본으로 건너갔으며(아마 교포출신이거나 여러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그의 집에 방문한 정체불명의 일본 여인이나 경호원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빠져 있지요. 미스테리한 인물로 후반에 등장하다보니 너무 꽁꽁 숨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럼에도 이 작품이 멋진 것은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한국적인 것이 무엇임을 아름다운 영상을 통해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나비가 장독대에 앉아 있는 장면들은 상당히 아름다운 모습이었지요.

된장의 향기를 맡고 나서 하늘 위로 나는 듯한 포즈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장진 감독식의 판타지도 볼 수 있었고요. 하지만 쌍둥이 형제인 박 회장의 일화에서 에니매이션 기법을 사용한 방식에서는 장진 감독도 하지 않은 다른 방식의 시도라는 점에서 같은듯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어냈다고 생각됩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전통이라는 것을 보여준 이 작품은 그래서 오히려 외국인에게 우리의 발효 문화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좋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만 국내 관객에는 이 작품이 싱거울 수도 있는데 이는 미스테리한 설정이 너무 부족해서 그럴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미스테리를 보강하였더라면 좋았을 생각이 드는데 사랑, 미스테리, 한국적인 아름다움 등의 이 세가지를 잡으려다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품이 나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된장은 항암작용이 커서 암을 예방한다고들 하죠.

된장 뿐일까요? 우리 몸에 좋은 녀석들은 참 많습니다.

다만 서구화에 모두 그것을 잠시 버리고 살았을 뿐이지요.

그러고 보니 저도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어보이네요.

다음번이라도 된장에 상추쌈이라도 해먹어야 할 것 같네요.

상추랑 김치 가격이 많이 떨어졌으니 이제 부담감은 덜할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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