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방가?방가!' 서로 다름을 웃음과 감동으로 만드는 법!

송씨네 2010. 10. 7. 05:17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재미있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도 그런게 있겠지만 종교를 가지고 싸우고 고향을 가지고 싸웁니다.

정당을 가지고 싸우고 이념을 가지고 싸웁니다.

다른 민족들만큼이나 싸움을 즐기는 민족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리고 싸우다 못해 배척하는 사람들도 있죠.

바로 나랑 다른 사람은 무조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나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한 배척입니다.

어쩌면 그 것은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우리만 그러는 것도 아니고 다른 민족들이 들어오면 그 민족을 밀어내기에 바쁩니다.

그러나 그 이유가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라면 어떨까요?

언제부터인가 외국인 노동자나 외국인들을 국내에서 다룬 영화에는 악플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이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외국인들의 국내에서의 범죄율입니다.

어떤 양반이 만든 자료조사이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그런 결과가 있다면서 외국인도 안되고 외국인 노동자는 더더욱 안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영화 이야기를 하고나서 대화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요? 

영화 '방가?방가!' 입니다.




여기 부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사투리가 더 구수하게 느껴지는 군요.

그의 이름은 방태식... 생긴 것이 동남아 쪽 사람들이 닮았다고 사람들은 그를 놀려대지요.

여러 회사에 이력서를 보냈지만 키 작아서 루저라는 소리나 듣고 배운 것도 많음에도 이래저래 퇴짜를 맞습니다. 서러운 88만원 세대를 보내고 있던 와중 그에게 희망은 외국인 노동자로 위장하는 취업밖엔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여러번 쫓겨난 경험이 있는지라 이제는 남은 국가도 하나 밖에 없네요.

그는 부탄에서 온 방가라는 남자로 위장하여 의자 공장에 위장 취업합니다.

태식에게는 용철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고향에서 금의환양을 하는게 목표이나 그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용철은 외국인을 상대로 한 노래방 장사를 하고 있지만 이것도 영 신통치 않기 때문이죠.

더구나 용철에게 빛도 많이 진 상태에서 태식은 무조건 성공해야 합니다.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과 서먹하게 지내던 태식은 단속반 사건으로 일약 스타가 되고 영웅이 됩니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배트남 여인인 장미라 불리우는 그녀와 친한 사이가 되지요.

애 딸린 엄마로 밝혀졌지만 오히려 그녀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태식...

한 편 의자 공장의 작업반장 알리에게 자신의 신분이 들어날 위기입니다.

더구나 몇 일후면 그들과 같이 외국인 노래자랑에도 나가야 하고요.

과연 이들은 '차디찬 그라스에 빨간 립스틱의 밤깊은 카페의 여인'(?)을 만날 수 있을까요?








재미있게도 외국인 노동자를 소재로 한 영화는 의외로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실패했고 공감대도 얻지 못했습니다.

송혜성 감독의 '파이란'은 세탁소에서 일하는 여인이었지만 외국인 노동자라고 하기에는 살짝 아쉬운 감이 있었지요. 옴니버스 '세 번째 시선'중 정윤철 감독의 '잠수왕 무하마드'는 슬픈 현실을 보여주었지만 너무 짧아서 아쉬움이 남았고요. 신동일 감독의 '반두비'는 좋은 평가도 얻었지만 반대로 무조건 반대를 외치던 이름모를 외국인 노동자를 반대하는 세력으로 질타를 받기도 했고요. 하나 같이 이렇네요. 그러고 보니...



그렇다면 '방가?방가!'는 어떠했을까요? 

반응도 좋고 오히려 재미있다고 난리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비하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슬픈 우리의 자화상을 왜곡되게 보여주지도 않았습니다. 슬픈 현실을 웃음으로 풀어냈다는 것이죠.

물론 그런데에는 김인권 씨의 공이 큽니다. 우리는 이미 많은 코미디 영화에서 감초같이 나타나 멋진 연기를 보여준 그를 기억합니다. 특히나 영화 '해운대'에서 갑자기 만들어진 컨테이너 추락 CG 장면이 오히려 기억에 남을 정도로 그의 코믹 연기는 대단함에 공감을 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특별한데에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청년 실업과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동시에 다루고 있다는 겁니다. 태식은 국내의 그 어떤 직장에서도 받아주지 않자 결국 외국인 노동자가 되어 일을 합니다. 드디어 돈을 만져보나 싶었지만 악덕 사장에 태식을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는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게 되죠. 그가 얼떨결에 그들의 친구가 되고 모든일에 앞장섰지만 그것은 후에 진심으로 바뀌어 그들을 돕는데 동참합니다. 절대 화합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화합의 장을 마련한다는 것이죠.


용철의 노래방 장사를 도운 것도 외국인 노래자랑 출전을 도와주는 것과 동시에 친구의 가게의 매상을 올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오히려 용철은 이 외국인들의 약점을 이용하려고 듭니다. 

그것이 안타까운 태식은 용철에게 절교를 선언하고 고향으로의 컴백을 포기하죠.

친구와의 의리와 우정도 중요했지만 아마도 태식은 과거 나와 같은 처지였을 그런 사람들을 돕기위해 법무부 철장 속으로 뛰어듭니다. 그리고 구슬프게 편승엽 씨의 '찬찬찬'이 흘러나오고요.

이 노래가 왜 슬픈 노래가 되어버렸는지는 영화를 보신다면 이해가 되시리라 봅니다.






출연진들의 구성이 이 영화는 이색적이죠.

부탄 사람이 되어야 했던 김인권 씨는 그렇다치더라도 베트남 여인으로 등장한 장미 역의 신현빈 씨는 오리지날 한국인입니다. 드라마 '황금신부'에서 베트남 여인으로 등장했던 이영아 씨가 주목을 받았던 것도 한국인임에도 이국적인 모습을 지닌 배우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죠. 첫 영화가 주연이 된 신현빈 씨는 매우 운이 좋은 경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인 노동자로 등장한 분들도 대단한 분들이 많죠. 영화에서 '찬찬찬' 외에도 여러곡을 열창하던 아사드 자만 칸의 경우 실제 전국노래자랑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는 특이한 경우이죠. 실제로도 외국인 노동자 생활을 많이 했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영화에서 큰 열연을 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이들 등장하는 배우들 중에는 육상호 감독의 제자도 있으며 모델을 준비중인 이도 있습니다. 다양한 나라와 경력을 가진 이들이 모인 가운데 이들은 실제로 영화속 팀인 아세아 브라더스를 여전히 잘이끌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김인권 씨 트위터에 이들에 대한 모습이 잘 나와 있지요.)




'반두비'나 '방가?방가!'는 결코 불운한 영화도 아니며 그 속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비판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며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사장님 나빠요...'를 외치면서 개그 소재로 활용이 되었지만 그게 현실이기도 하죠.

누가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그들을 욕하기 전에 우리가 그들에게 정말 제대로 잘 해주었는가 묻게 됩니다. 설마 우리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을 비롯해서 돈을 벌기도 했던 기억을 잊지 않으셨나요?

과거 리비아에서, 지금의 두바이에 이르는 산업 일꾼들도 대부분이 한국인입니다.

타지에 있는 한국인의 심정도 그들과 틀리지 않으리라 봅니다.

역시사지의 생각으로 그들을 다시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웃기는 영화지만 그렇게 계속 즐겁게 웃고만 있을 수 없는 영화, '방가?방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