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부당거래' 류승완 감독, 비리 백화점 대한민국을 이야기하다.

송씨네 2010. 10. 27. 22:14





저는 정말로 류승완 감독을 좋아합니다.

이유인 즉슨 액션영화를 만들더라도 지나치게 액션을 그리지 않으려고 하고, 코미디적인 요소도 있지만 코믹에도 치중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코믹 액션을 좋아하는 강우석 감독보다 더 잘짜여진 코미디와 액션을 선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 재미있는 일은 임권택 감독님에게는 정일성 촬영감독님이 있듯, 항상 자신의 영화에는 정두홍 무술감독과 함께한다는 점이죠. 꾸준하게 한 파트너와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한결같으면서도 조금씩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죠.


얼마전인가 트위터에서 기회가 닿아 촬영스텝 분을 만날 일이 있었는데 그 분은 다름 아닌 류승완 감독의 새 영화인 '부당거래'의 스텝분이었습니다. 그동안의 류승완 감독의 액션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이야기한지라 궁금증이 더해졌지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데뷔작으로 만든 이후 한결같이 액션 영화를 만들지만 조금씩 다른 변화를 주고 있는 류승완 감독의 신작, '부당거래'를 만나보죠!




아이들이 연쇄 납치,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경찰청장이 고개 숙이고, 대통령이 나서는 퍼포먼스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경찰은 매우 곤란하기만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경찰인 철기는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뇌물과 관련한 뒷거래 소문 때문에 사람들이 조사를 나오고 승진은 번번히 탈락하니 힘들 수 밖에 말이죠.

그런 상황에서 강 국장은 철기에게 사건 하나를 제한 합니다. 

여학생 납치,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으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 놈을 어떻게 잡냐가 고민이죠.

더구나 철기는 얼마전 큰 사건을 놓쳤는데 거대 부동산 거물인 김 회장이었지요.

김 회장을 잡긴 했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김 회장 뒤를 봐주는 이가 있는데 다름아닌 검찰 검사인 주양입니다.

주양의 등장으로 김 회장은 풀려났지만 김 회장은 그만큼 주양의 로비를 봐줘야 했던 것이죠.

그러던 와중 골프장 회동중 김 회장의 의문의 사고를 당하고 그것이 철기와 거래한 조폭이자 김 회장과는 라이벌인 석구의 짓으로 의심을 받게 되지요.

한편 석구는 연쇄 살인사건 용의자를 만들러 가고 단란하게 살고 있는 성폭행 전과자가 있는 동석을 범인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억지로 범인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이 사건이 해결되는 듯 하나 동석은 주양에게 진술을 번복하면서 사태는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누가 누가 더 나쁜가... 철기와 주양과 석구의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됩니다.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영화 '부당거래'는 마치 누가 누가 더 나쁜가에 대한 배틀이라고 생각하셔도 틀리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영화는 검찰이나 경찰 모두 좋아할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죠.

이 영화는 최근 대한민국 정치와 사회 트렌드를 잘 읽고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쇄 살인마들이 아무 이유없이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고, 검사는 스폰서를 찾으러 다닙니다.

경찰들은 겉으로는 비리척결을 외치지만 경찰대를 졸업했냐 안했느냐의 학벌주의는 같은 경찰끼리도 싸움을 일으킵니다. 그런 점에서 김 회장 비리사건과 여학생 연쇄 납치 살인 사건은 두 개의 사건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하나로 관통되는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거기에 그들만의 이야기인 스폰서 검사 문제가 추가되면서 이야기는 사실감을 더하고 있지요.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철기, 주양, 석구의 이야기이지만 김 회장과 살인 용의자가 된 동석의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조연으로 등장한 배우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뇌물로 받친 명품시계가 김 회장의 손에서 주양에게 넘어가고 주양은 철기의 비리를 캐기 위해 주양과 함께 해온 기자에게 역시 명품시계를 전달합니다. 물론 같은 녀석이 돌고 돈 것이지만요 뇌물이 돌고도는 것처럼 이들의 먹이사슬도 돌고 도는 것이지요.

철기 역시 그렇게 편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승진하기 위해서는 진짜가 되었건 가짜가 되었건 범인을 만들어야 하니깐요. 그렇기 위해 절대 거래해서는 안되는 석구와의 위험한 거래를 하게되고 그 위험한 거래는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 것이지요. 그야말로 자업자득이죠.




류승완 감독의 영화는 아시다시피 액션이 강하지만 그 사이에 코미디를 잘 버무리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권투 액션인 '주먹이 운다'나 B 급 액션에 도전한 '다찌마와 리'(단편/장편), 전통 액션에 도전한 '짝패' 등의 같지만 한 편으로는 다른 액션을 선보였지요. 이 영화에서도 정두홍 감독이 무술감독으로 참여했지만 무술의 빈도는 그동안의 다른 영화와는 좀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습니다. 주먹과 발차기 보다는 총과 칼이 더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지요.

코미디적인 상황도 절대 빼놓지 않은데 공 수사관(정만식 씨)처럼 코미디를 담딩해 주는 부분도 있으며 심지어는 황정민 씨가 2005년 청룡영화제에서 남겼던 그 문제의 '밥상 소감'을 절묘하게 패러디 했다는 것도 상당히 의미가 있죠. (이 대사를 류승범 씨가 대놓고 황정민 씨 앞에서 한다는 것이 더 재미있습니다.)





이 영화는 서로 다른 색깔의 배우를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류승범 씨와 황정민 씨는 '와이키키 브라더스', '사생결단' 이후 세번째 만남을 갖았고요. 이것은 마치 '사생결단'을 보고나서 이 영화를 보고나면 마치 이 영화가 서로에 대한 복수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류승완 감독의 동생이자 정두홍 감독과 영원한 파트너인 류승범 씨는 이번에는 검사라는 역할로 등장했지만 과거 그의 영화들이 대부분 평범한 배역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최근 영화 '방자전' 포함해서 말이죠.) 이번 검사역할도 그리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감초에서 조연으로, 그리고 주연으로 발돋음하는 유해진 씨는 점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계신데 그의 악역 연기도 전혀 어색하지 않죠.


하지만 이 세 분 외에도 정말 눈에 띄는 인물들이 많았습니다. 류승완 감독 영화는 조연들의 역할이 다른 감독들의 영화만큼이나 큰 힘을 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그의 영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지요.

가령 김 회장 역의 조영진 씨나 동석 역의 우돈기 씨는 이 영화에서 사건을 일으키게 만드는 발화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반전을 돕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철기의 동료 형사로 등장한 마동석 씨나 석구의 부하인 수일 역을 맡은 김수현 씨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지요. 이 영화는 주연이나 조연 모두 상당히 연결고리가 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죠.


또 하나, 상상할 수 없는 특별한 카메오 군단들입니다.

이미 '다찌마와 리' 장편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준 씨네 2000(영화사)의 이춘연 대표라던가 그야말로 예상밖의 장면에서 등장한 이준익 감독을 볼 수 있는 것도 숨은그림 찾기의 재미입니다.(이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에서 류승완 감독 본인이 등장한 상황과도 유사한 상황이죠. 이것은 감독들간의 품앗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재미있는 점은 이 뿐만이 아닌데요.

국내외 언론사들의 이름이 모두 실명거론 된 것이죠. 한겨레, 조선, 동아, 경향 등의 주요 언론들이 실명으로 나오고 영화속 연쇄 살인사건을 이야기하기 위해 실제 신문 로고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영화속에 등장하는 언론, 특히 방송국이나 신문사의 경우 실명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못한다가 오히려 맞겠죠. 하지만 보수와 진보언론들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영화의 급박한 상황을 이야기한다는 점은 기존의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이었습니다.




모든 세상의 축소판을 보려면 경찰이나 검찰, 그리고 국회의 모습을 보면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TV를 보고 있으면 그 어떤 막장 드라마보다도 재미있는 상황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죠.

돈과 권력에 눈이 먼 사람들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의 부조리를 류승완 감독은 '부당거래'를 통해 잘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시절로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를 통해 류승완 감독은 초심의 마음으로 들어오지 않았나 싶네요.

경찰과 검찰은 싫어해도 국민들이라면 공감할 영화, '부당거래'였습니다.




PS. 이 영화의 등급은 18 세 관람가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 이번에도 영상물 등급 위원회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는데요.

검사가 대중을 기만하는 내용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게 그 이유라죠. 정말 사람들이 비웃을 일입니다. '작전'이 청소년에게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18 세 관람가 등급을 주려고 했던 것과(물론 15 세로 관람등급이 조정되었죠.), '반두비'가 폭력성과 욕설이 많다는 이유로 18 세 관람가를 주었다는 규정은 시대를 거꾸로 가고 있는 모습이죠. 제가 이래서 영등위의 블로거 기자단을 거절한 이유이기도 하죠. 억지 주장만 하는 곳에 글을 쓰는 것은 저조차도 바보로 만들테니깐요.

영등위, 영진위, 문광부... 두려운게 많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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