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을 위한 미용실이 생기면서 언제부터인가 남자들이 이발소 대신 미용실을 가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들의 어머니들은 미용실 혹은 미장원이라고 불리우는 곳을 자주 출입했고 이곳은 수다의 장소가 되어버렸지요. 수다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미용실이라는 장소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점에서 지금 소개해 드릴 영화 '퍼머넌트 노바라'는 어촌의 한 작은 미용실을 무대로 벌어지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자, 우리도 이 수다에 동참해 볼까요?
어촌의 어느 마을, '들장미 (소녀) 캔디'도 아니고 그냥 '들장미'라는 이름을 가진 미장원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퍼머넌트 노바라'(영원한 들장미)...
이 곳의 원장님이신 마사코는 파마머리에 깐깐함을 고루갖춘 여인입니다.
보조이자 그녀의 딸인 나오코는 얼마전 남편과 이혼을 하고 모모라는 귀여운 딸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들장미 미장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옵니다.
아줌마 파마처럼 싸고 길게 가는 것이 목표이죠.
하지만 아줌마들은 파마만 하지 않습니다. 이혼한 나오코의 안부를 묻기에 바쁘죠.
나오코의 죽마고우 친구들도 이 미장원에 자주 찾아오는데 나오코 만큼이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밋짱은 술집 마담이며 남편도 있습니다만 남편은 다른 여자와 사귀고 있습니다. 흥분하여 남편을 향해 차를 몰았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가볍게 병원으로 실려가는 것으로 끝을 맺었지만 두 사람은 결별을 하고 맙니다. 성대한 이혼 축하 파티도 얼마전 열었고요.
또 다른 친구 토모짱은 나은 편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두 번 돌싱인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요. 구타 남편과 살아가다가 참한 두 번째 남편을 만났지만 그 역시 도박에 찌든 사람이었지요. 애지중지 하던 고양이를 하늘로 보내면서 토모짱과 나오코는 많은 만감이 교차합니다.
나오코는 앞의 두 친구들 중에 그나마 다행일까요?
어릴적 사모하던 과학교사 카시마와 사랑을 이루고 있거든요.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어머니인 마사코를 버리고 딴 살링을 차리고 있는데 그렇다고 아버지를 원망만 할 수는 없네요.
오래가는 아줌마 파마처럼 사랑도 오래가는 건 힘든가 봅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코믹합니다.
미장원에서는 쉴 틈도 없이 아줌마들의 수다로 계속되며 이 것이 그들의 평범한 일상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야기 속의 사람들은 어딘가 좀 이상해 보입니다.
'사랑과 전쟁'에서나 볼 것 같은 막장 사례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니깐요.
밋짱은 끊임없이 남편과 싸우고 있고 그 싸움이 끝나자마자 그것을 축하하는 잔치를 벌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것도 오래가지 못하고 치매에 걸린 그녀의 아버지가 훼방을 놓죠. 모든 (나무)전봇대를 전기톱으로 베어내고 있으니깐요.(물론 왜 그가 전기톱질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영화에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는 상당히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토모짱의 경우도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고양이의 죽음 속에서는 첫번째 남편에 대한 원망이 이어지고 이후 남편은 도박 중독으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내죠. 어쩌면 두번째 남편의 좋지 않은 소식에 오히려 후련함을 보이는 토모짱의 모습을 이해 못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후반으로 들어서면 코믹함이 멜로로 변하고 미스테리물로 변하게 됩니다.
물론 황급하게 이야기가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그랬더라면 이 영화는 정말로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뻔했으니깐요. 카시마의 실종에서 특히나 그렇죠.
나오코의 이야기에서 특히나 이런 미스테리한 상황이 등장하는데 끝에는 상당한 반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 반전이 예상된 반전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코믹한 상황에서 이런 반전이 나올것이라고는 예상도 못할 일이죠. 아마도 '요건 몰랐지~!'를 감독이 관객들에게 외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러나 그 반전이 이 영화에서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조용하게 헤프닝같은 모습으로 이야기되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이 영화에 결말을 보고 '이게 끝이야?'라고 관객들이 되묻는 상황까지도 생길 것 같은데 이거야 말로 진짜 반전일지도 모를 일이죠.
사실 이 영화는 이케와키 치즈루 때문에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영화입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그녀 중심으로 홍보가 되어서 다른 배우들은 누가 나오는지는 잘 몰랐는데 이 영화에는 의외로 괜찮은 일본의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주목할 점입니다.
칸노 미호 같은 경우는 신비감을 느낄 수 있는 배우인데 코믹함과 진지함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모습이여서 좋았지요. 영화에서는 오래간만의 출연이지만 홍보자료 역시 그동안 활동을 안한 것 처럼 보여서 보도자료의 헛점도 보이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비공개 형식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 공식 트위터도 맘에 들지 않고요.)
칸노 미호나 이케와키 치즈루 외에도 나츠키 마리도 등장하는데 바로 파마머리를 하면서 등장한 마사코 역으로 출연하는데 그녀는 '사무라이 픽션', '핑퐁' 등을 비롯해 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드라마까지 다양한 감초 연기로 사랑을 받았던 배우인데 이 작품에서는 생각보다 비중있게 등장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유머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지만 드라마적인 잔잔함을 유지시키는 이 작품은 우리의 일상에 관한 진지한 성찰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되어집니다.
미용실에서 행해지는 오래가는 파마처럼 세 여자들, 나아가서 '퍼머먼트 노바라' 미장원 주위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행복한 삶과 사랑이 지속되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보는데요. 또한 이 가을에 딱 맞는 감성영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남성분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미용실로 달려가서 스타일을 바꿔보는 것도 좋긴 하겠죠. 그리고 이렇게 말할껍니다.
'여기 싸고 오래가는 걸로 해주세요~!'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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