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88 만원 세대라는 단어가 유행이 되어버렸습니다.
IMF 시대를 겪은 어린 친구들은 20대 중반과 말미, 그리고 30대가 되어서도 물질적으로 마음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삶을 살게 됩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되풀이되며 청년실업이라는 문제점을 만들게 되었지요.
영화 '방가?방가!'와 더불어 88 만원 세대를 위한 영화라고 묶어서 소개해 드리고 싶을 정도로 이런 상황을 슬프지만 유쾌하게 다룬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영화 '불청객'입니다.
알려진바에 의하면 약 2000 만원의 금액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지요. '낯술', '이웃집 좀비'등의 작품등이 초저예산을 자랑하였지만 이 작품 '불청객'에는 명함을 내밀기 힘들정도라고 해야할까요?
'낯술'이 의외의 지방로케가 변수였고, '이웃집 좀비'가 특수분장이 변수였다면 '불청객'은 바로 이 특수효과가 문제였지요. B급 영화 장르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이 작품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습니다.
웃기는 코믹 SF 영화 '불청객'을 소개합니다.
어느 한 반지하 방에 세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진식은 만년 고시생이고 하루에도 법전을 미친듯이 외우지만 성과가 없습니다.
취업준비생인 강영과 응일은 만사 세상만사에 포기하거나 혹은 무관심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국제특송으로 배달된 물건...
그러나 자세히 보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적혀 있는 검은바탕의 종이도 보입니다.
무심결에 열어본 상자에 그들의 일상이 낱낱이 담긴 사진에 이상한 검은 삼각대가 흘러나옵니다.
이걸 보낸 사람이 도둑이나 스토커라고 여겨질 쯤 이상한 녀석이 또 나타납니다.
자신을 론스타...(예상외로 리먼 브라더스는 안나왔더군요.) 어쩌구 어쩌구 하고 소개하는 검은 쫄쫄이의 사내...
외계에서 온 이 정체모를 것의 이름은 포인트맨...
자신에게 목숨을 맡기면 포인트로 적립해주겠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합니다.
우습게 여긴 세 사람에게 내려진 것은 지구에서 우주로의 추방...
갑자기 떨어져나간 집에 졸지에 우주 미야가 되어버립니다.
포인트 맨과 맞서기 위해 그들은 그의 약점을 찾아내기에 바쁩니다.
자칫 잘못하면 이들은 블랙홀에 빠져 영영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살기위해서 그들은 결국 포인트맨과의 혈투를 벌이기로 합니다.
볼 때는 보더라도 이 작품을 금방 볼 계획은 없었습니다.
제 눈에는 그렇게 띄는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한 영화정보 프로그램에서 이 괴상한 영화를 소개하기에 이릅니다..
검은 쫄쫄이의 탄생과정이나 시커먼 삼각대가 움직이는 이유이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흘러나옵니다.
영화도 황당한데 감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부천영화제에서 화제작으로 손꼽혔고 여러 기자와 평론가들이 괴짜라고 하면서도 그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습니다.
이 괴상한 이야기의 이응일 감독에 대해 감독 본인도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건지 영화상영전에는 두 개의 영상이 공개가 됩니다. 하나는 이응일 감독이 영화잡지와의 황당한 가상 인터뷰1가 그것이고 추억의 불법비디오 추방 캠패인을 보고나면 '진달래'라는 쌩뚱맞은 제목의 예고편이 흘러나옵니다. 마치 '그라인드 하우스'나 '트로픽 썬더'에서 보던 엉터리 예고편들을 보는 기분이라고 해야할까요?
의문의 여인 진달래와 복학생 청년의 묘한 만남이 끝나면 비로써 이 영화가 시작됩니다.
황당한 자막과 엉뚱한 소리만 내뱉는 주인공, 황당하기 그지 없는 예고편들을 보면서 이응일 감독과 그의 작품들이 예사로운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대충 짐작하게 하죠.
이는 앞에 이야기드린 '그라인드 하우스'나 '트로픽 썬더'가 보여준 B급 정신과도 유사합니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엉터리 예고편으로 관객에게 기대감을 주는 것이죠. 물론 잘못 틀은 가짜 예고편이 부푼 기대감으로 오히려 본편 영화가 재미없는 영화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자신감은 이들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지요.
본편인 이 영화 '불청객'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실제 이 영화의 주연이자 감독이자 포인트맨으로 등장했고 그외의 여러 일을 도맡아 했던 이응일 감독은 같이 사는 자취방 선배들과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됩니다. 어색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운 이유가 이들이 실제 먹고 살았던 자취방에 그들이 살았던 곳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보여집니다. 대부분의 장면들을 집에서 촬영한 영화가 몇 개 더 있었죠. 앞에 잠시 말씀드린 '이웃집 좀비' 역시 옴니버스임에도 집 구조나 그안의 소품들을 다양하게 바꾸어 마치 다른 집인 것 뭐냥 보여준 효과를 보여줍니다.
이 작품 '불청객'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는 심지어 유리창이 깨지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액션영화에 등장하는 '슈가 글래스'는 너무나도 비써서 그것을 만들기 위해 공예용 설탕을 구입해서 시행착오 끝에 자체 슈가 글래스를 만들었다는 대목은 제작비 조달이 얼마나 쉽지 않은가를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포인트맨의 검정쫄쫄이는 내복에 파란색 색소를 입혀 크로마키 화면효과를 냈고 거기에 검정색을 입히는 상당히 까다로운 방식을 취했다고 합니다.
집이 날라가는 장면역시 가장 고생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 영화를 단독 상영중인 필름포럼에서는 영화 속 소품들을 실제 전시했는데 자취방 3 인방의 집이 우주로 날라가는 집의 경우 실제집 모양을 그대로 본따서 미니어처로 축소한 장면을 CG에 입혔고 몇 몇 관객이 환호했다던 국회의사당이 블랙홀로 빠지는 장면은 직접 만들기 보다는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을 조립해서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싼티나지만 눈물겨운 저예산 소품 제작은 이 영화를 유치하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영화는 심지어 웃음속에 슬픔이 숨겨진 엔딩도 보여집니다.
그들은 되돌아 왔지만 디른 이는 찾지 못합니다. 지구로 귀환하는데 실패했던 것이죠.
하지만 그들은 취업을 포기하고 그 실종된 동료를 찾으러 갑니다.
그들이 이동하고 있는 사이에 자막으로는 계절의 변화가 아닌 그 계절에 만날 수 있는 녀석들을 자막으로 표기합니다.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고 포인트맨의 초능력으로 자취방 3 인방의 일부 수명을 빼앗은 두 사람은 초라한 모습으로 늙어버린 상태에서 겨우 탈출을 하는 것이죠.
별 것 아닌 것 같은 결말이지만 그들은 청춘을 잃었고 행복한 시절을 잃었다는 것에서 청년실업의 슬픔과 88 만원 세대의 슬픔을 같이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웃음과 눈물을 주는 이 영화는 영화 속외에서도 다양한 자막과 설정으로 관객을 즐겁게 합니다.
우선 엔딩 크레딧의 보통 등장하는 'Thanks to'의 경우에도 아이슈타인 등등의 황당한 인물들에게 감사를 표한다는 이야기를 하여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죠. 무엇보다도 디씨인사이드에 고마움을 표한다는 자막에서 대부분의 관객이 폭소를 자아냈고요. 실제로도 이응일 감독은 디씨의 팬이라고 하더군요.
거기에 조금 경건하여야 할 영화의 공식 팜플렛 조차도 '포인트맨에게 포인트로 모조리 빼앗겨서 갱지로 제작되었다'라는 황당한 문구가 그들의 공식 팜플렛에 올라왔습니다. 실제로도 이 영화의 공식 팜플렛은 촌스럽게 제작된 것은 물론이요, 진짜로 갱지로 제작되었다는 점이 재미있는 점이죠.
어떤 이는 이 작품을 보고 두 분류로 나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유치하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즐겁게 집으로 돌아가거나 반대로 너무 유치해서 화가나서 환불을 요청할 사람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그러나 저는 적어도 이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그 유치함에 화가 나서 돌아갈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그 유쾌함 때문에 이 영화를 볼 수 있었거든요.
관객들이 이렇게 열광하는 경우는 영국 소설이 원작인 컬트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이후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두 영화를 모두 필름포럼에서 거의 단독 상영을 했네요. 간만에 필름포럼이 '불청객' 덕분에 장르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극장으로 변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불청객'은 확대 상영이 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소문이 아니라 사실이네요. CGV 일부 상영관이 추가되었다는 군요.)
컬트라고 불리우는, 혹은 B 급 영화라고 불리워지는 영화들이 확대개봉이 되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 꼭 필름포럼 들리셔서 포인트맨과 사진한 방 꼭 찍고 가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혹시 모르죠, 어딘가 포인트맨이 나타나 여러분의 목숨을 담보로 포인트 전환을 요청할지도...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하겠지요.
"굿 모닝, 굿 에프터눈, 굿 이브닝"이라고 말이죠.
그 순간 여러분의 목숨은 캐쉬백 서비스로 적립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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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불청객'에 대한 가상인터뷰로 프리미어 기자의 실명이 공개될 정도의 진짜 인터뷰같았지만 실제 인터뷰는 아니며 다만 종이잡지상의 인터뷰는 실제로 이루어졌습니다. 프리미어 가을호를 참고하시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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