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드렸던 대로 오늘은 좀 특별한 영화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어떻게보면 지금 소개할 작품은 공식적인 루트의 영화라고 보기도 힘들 수도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바로 일본 영화계의 또다른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V 시네마'입니다.
씨너스 이수에서 열리는 핑크 영화제에서도 핑크 무비에 대한 언급을 했던 것처럼 과거 일본영화의 경우는 핑크 무비라 불리우는 영화들이 인기를 누렸는데요. 영화시장의 변화는 이들 핑크 무비의 쇠퇴를 보여줍니다.
그런점에서 최근 일본에서는 이런 애로영화의 한 장르라고 볼 수 있는 '핑크 무비'의 제작방식과 판권방식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것이 바로 'V 시네마'입니다. 비디오나 DVD 형태로 출시하는 방식인데요.
그런데 이런 방식이 우리나라에도 낯설지는 않지요. 우리나라의 경우도 캐이블 성인채널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이런 애로 영화들이 선을 보이고 있으니깐요.
그런점에서 오늘 소개할 '트럭 운전사 나미' 시리즈는 좀 재미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한 여성이 곤히 잠을 자고 있습니다.
라디오에서는 오늘의 운세가 나오고 있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것은 귀에 잘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테라코타(그림이나 장식물들을 꾸민 트럭)을 가지고 있는 나미라는 처녀가 있습니다. 아버지의 마지막 유품이 되어버린 이 트럭... 하지만 그녀가 트럭을 몰아야 하는 상황은 아버지의 빛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죠. 그녀는 아버지 만큼이나 뛰어난 운전 솜씨로 어떤 남자 동료 트럭기사보다도 실력이 월등하죠.
하지만 그녀에게 여러가지 사건들이 휘말리면서 나미는 매우 힘듭니다.
싱글맘으로 살아가면서 트럭 기사들에게 성매춘을 하는 모모카를 만나며 안타까움에 젖어들고 라이벌인 과거 싸움짱인 아야노를 다시 만나는 일도 생깁니다. 모모카는 돈을 벌어야 하고 여경이 된 아야노는 죽은 남편을 복수하기 위해 마약 밀매조직의 현장에 뛰어듭니다.
위험하고 힘들때마다 도와준 고마운 트럭기사 동료들 덕분에,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할 수 있어서 나미는 행복합니다.
제가 소개한 줄거리는 눈치가 있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1편과 2편에 해당되는 줄거리입니다.
이 작품은 일본의 인기시리즈였던 '토라크야로'를 패러디한 작품으로 남성대신 여성이 들어가고 거기에 섹시 코미디가 덧붙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아버지의 유퓸이 되어버린 트럭을 몰고다니면서 아버지의 빛을 갚는 것이 그녀의 목표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여성이 등장하는 AV 작품에는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남성들에 순종하며 무조건 벗고 섹스를 한다는 것이죠. 대부분의 AV가 그랬고 포르노라고 불리워지는 것도 남성중심이라는 점이죠. 하지만 이 작품은 그것에 테클을 걸고 있습니다.
우선 여성이 대형 트럭을 몰고 남성과 똑같은 조건으로 일을 한다는 것이 그것이며 남성들 만큼이나 와일드하고 난폭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성들이 당하는 모습을 보면 불의를 못견디고 정의의 사도로 돌변한다는 점 역시 이 작품을 보는 또 다른 재미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골격을 갖춘 스토리는 1 편과 2 편에서 각기 다른 이야기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1 편의 싱글맘 모모카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어떤 남자와도 섹스를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거기에 나미는 옮지 못한일이라 이야기를 합니다. 당당하게 돈을 버는 법을 이야기하였고 모모카는 나미를 돕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곳에서 모모카는 야쿠자의 밀거래와 관련된 짐을 실어버리는 사고를 일으키고 나미와 나미의 동료이자 남자친구까지 붙잡히는 사태가 벌어지지요. 사태는 슬기롭게 해결되었지만 모모카에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전편으로 성공한 이 작품은 2년 후 다시 기존의 배우진들이 그대로 출연하여 선을 보이는데요, 이번에는 라이벌의 대결이 그려집니다. 과거 싸움꾼이었던 나미는 라이벌 아야노와 좋지 않은 관계였습니다. 그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고 두 사람은 여경과 트럭 기사로 다시 만나게 되죠. 과속으로 딱지를 청구하지만 사실 과거의 복수극이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마약밀매 현장에 얼떨결에 나미가 가담한 사실을 아야노가 발견하면서 두 사람은 뜻을 모으기로 합니다. 마약밀매 거래단을 소탕하다가 순직한 아야노의 남편을 위해서라도 아야노는 복수가 필요했던 것이죠.
사실 1 편과 2 편에는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이 등장합니다. 트럭 트렁크에 해당되는 짐 칸이 판타지적인 요소로 변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죠. 1 편에서는 나미과 환상으로 모모카와 그녀의 딸이 연주를 하는 장면이 그것이며 2 편에서는 멋지게 꾸며진 짐 칸의 문이 열리면서 착한 아들을 위해 아야노가 크리스마스 서프라이즈 파티를 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입니다. 상당히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지닌 장면이라는 것입니다. 일반 AV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세련됨이 이 작품에는 있다는 것이죠.
이렇듯 이 작품은 단순한 성관계 장면만 연발하는 것이 아닌 코미디적인 상황과 드라마적인 상황을 같이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는 핑크 무비에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던 죠죠 히데요 감독의 공이 컸지요. 그는 초반 아오이 소라를 비롯한 다양한 AV 배우들과 작품을 같이해오고 이는 앞써 말한 V 시네마로 이어집니다. 그는 이런 애로틱하지만 드라마와 코미디 요소가 강한 작품을 만들어 냈으며 상업영화 쪽에도 눈을 돌리는 것으로도 보이더군요. 일본의 인기소설로 알려진 '홈리스가 중학생' 같은 작품에 참여도 했으니 그가 장르를 가리지 않은다는 것을 잘 볼 수 있는 대목이지요. 사실 일본의 영화감독들 중에서는 핑크무비로 시작한 감독들이 많았다는 것을 모르시는 분들은 없으리라 봅니다.
여배우들의 경우도 그라비아 같은 사진집을 통해 데뷔하고 그것이 스타의 등용문으로 알려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보니 일본의 AV 영화나 핑크 무비는 빛과 어둠을 모두 지니고 있는 장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나미 역으로 등장한 요시자와 아키호 역시 그라비아 아이돌 출신으로 일찍이 AV 영화로 알려진 배우이며 많은 핑크무비와 V 시네마에서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이는 남자주인공이자 감독 죠죠 히데오와 방문한 요시오카 무츠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죠죠 히데오의 단골 배우이기도 하지만 상업영화와 V 시네마 등의 다양한 곳에서 활약을 보인 배우입니다.
죠죠 히데오 감독은 이 '트럭 운전사 나미' 시리즈외에도 '옷장속 마이펫'(2003)이라는 작품도 들고 이번 핑크영화제에 찾아왔는데요. 죠죠 히데오는 핑크 영화제의 단골 손님이기도 합니다만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그를 핑크 영화제에서 또 만날지도 모르겠네요.
왜냐하면 '트럭 운전사 나미'의 세번째 이야기를 준비중이기 때문이죠. 정확하게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시나리오 작업중이라고 하니 유쾌한 섹스 코미디인 나미 시리즈를 내년에도 운이 좋다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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