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생각되는 것이지만 최근 슈퍼히어로의 이야기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지울 수 없는 사실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킥 애스'의 정말 힘없는 슈퍼히어로도 있고 '엑스맨'이나 '왓치맨'처럼 슈퍼히어로가 떼로 나오기도 합니다. '베트맨'(크리스토퍼 놀란 버전)시리즈처럼 딜레마에 빠진 슈퍼히어로도 있습니다. '스파이더 맨'의 슈퍼히어로는 왜 사는가 질문을 하기도 하죠.
한국형 슈퍼히어로는 사실 여전히 답이 없는게 사실입니다.
'전우치'가 그나마 나은 점을 보여주었고요. 공교롭게도 오늘 소개할 영화에도 강동원 씨가 나오는 군요.
눈으로 모든 것을 움직이고 조정하는 사나이와 그것을 막아내는 사내의 대결이 돋보인 영화... 영화 '초능력자'입니다.
절름발이 소년이 있습니다. 이름은 초인...
이 소년에게는 절름발이라는 점 외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또 하나있지요.
물론 이것은 약점이기도 하고 장점일 수도 있죠.
구타하는 어머니를 구했지만 정작 이 소년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몇 년이 지난 서울... 같은 하늘 아래 규남이라는 청년이 살고 있습니다.
폐차장에서 일했던 그는 얼떨결에 사고로 인해 일터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는지라 어떤 곳에 취직을 하게 되지요.
이 을시년스러운 기분... 이건 분명 흥신소 같기도 하고 전당포 같기도 한 곳입니다.
착한 사장님과 그의 예쁜 딸과 함께 일을 시작하는 규남은 행복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그 놈이 나타나고 나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지요. 조금씩 사라진 돈이 바로 초인이 사람들을 조정하여서 빼돌리는 수법이었던 것이죠.
통할 것 같은 초능력(최면)이 유일하게 통하지 않은 규남을 보고 초인은 놀라게 됩니다만 그것도 잠시 유토피아 사장님이 사고로 세상을 뜨면서 규남의 분노는 더욱더 불타오르기 시작합니다.
폐차장에서 만난 외국친구들 버바와 알과 함께 초인을 무찌르기로 의기 투합합니다만 쉽지만은 않은 여정이 예상됩니다. 그러는 사이 죄없는 사람들을 최면으로 못살게 구는 초인의 행위는 계속 되고 있습니다.
얼마나 더 피해를 입어야 이 사태가 끝날 것인가요? 두 사람의 대결은 이제부터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초능력자'는 한국형 슈퍼히어로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거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 방식은 분명 다릅니다. 자신의 힘을 좋은 곳에 쓰지 않고 악한 곳에 쓰는 사람이 주인공이며 그것에 맞써는 이도 역시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보통 악당보다는 선한 인물이 주인공으로 더 부각된다면 이 작품은 악당과 선한 인물을 다루는 상황이 비슷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초인이 왜 나쁜 악당이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오프닝 부분에 충분히 담아냈고 뒤에는 아예 그 쐐기를 박는다는 점이 특징이지요.
반대로 후반에는 규남의 모습을 비춰주고 우울할 줄 알았던 결말을 경쾌하게 바꾸어내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물론 아쉽게도 규남은 왜 초인의 힘에 이끌리지 않았는가와 더불어 아무리 사고가 나도 초인적으로 살아나는 배경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오히려 관객들은 초인의 과거 만큼이나 규남의 과거도 분명 궁금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물론 감독이자 각본을 쓴 김민석 감독은 이유 없음이 이유가 될수도 있지 않을까 싶지만요.
이 영화에서 정말 돋보였던 것은 바로 고 수 씨의 양 옆을 지키던 에네스카야와 아 부다드! | 이 장면 기억하시죠? 예고편의 그 장면... |
'초능력자'는 상당히 괜찮은 소재이지만 그것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영화라는 점은 공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많은 리뷰에서 거론되는 것이 너무 SF 효과를 싼티나게 연출하지 않았는가라는 의견들입니다. 심지어는 이 영화는 강동원 씨의 써클랜즈의 힘이 더 강했다라는 이야기가 많기도 하니깐요. 이는 과거 심은하 씨가 출연했던 드라마 'M'의 특수효과 만큼도 못하지 않은가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써클랜즈로 최대한 제작비를 아꼈고 거기에 CG를 약간 입힌 것이 초능력을 나타낸 효과였다는데 사실 이것에 대해서는 소름끼치는 효과라고 이야기도 하지만 강동원 씨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싼티나는 CG와 써클랜즈는 이 영화에서 큰 오점을 남겼을 것이 분명할 일입니다.
사실 아쉬운점은 그 뿐만이 아닙니다.
물론 이런 영화에서 사람들이 죽고 그러는 효과는 충분히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사람이 자의던 타의던 자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결코 좋지는 못했으니깐요. 나이트 M. 샤말란 감독의 '헤프닝'을 보고도 마음이 편치 못했던 것도 같은 이유인 것 같습니다. 차라리 좀비였으면 좀비는 자살은 안하니깐 괜찮을지도 모르는데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그것이 조종을 통해 자살을 한다고 할지라도 유쾌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죽음(자살)에 대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많이 떨어지고 다치는 장면을 굳이 많이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입니다.
무엇보다도 문제 삼고 싶은 부분이 최면에 걸린상태로 갓난아기의 어머니가 지하철 철로로 아이를 내던지는 장면은 옮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에게 충격요법은 확실히 주었을지 몰라도 많은 영화들이 어린이를 죽이거나 학대하는 장면은 최대한 줄이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분도 잘 아실껍니다.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감독이나 작가들은 잘 알고 있으니깐요. 굳이 왜 그 장면을 보여줘야 했을까가 의문이었습니다. (평소에는 그렇게 가위질을 잘하시던 영상물 등급위원회는 왜 이 장면에 테클을 걸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네요.) 요 부분은 분명 편집해야했고 편집하지 않은 스텝진들은 반성해야 할 대목이라고 보여집니다.
생명 존중에 대한 정신은 분명 이 영화는 빵점이지만 정말 괜찮았던 것은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들의 섭외였다는 겁니다.
에네스카야, 아부다드... 이렇게 생소한 이름의 배우들이지만 이들의 한국인 뺨치는 연기는 그나마 이 영화의 활력소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긴장감이 높은 장면들에서 그나마 완충작용을 시킨 것이 이들 두 사람의 역할이 컸으니깐요.
일부러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 배우들만 섭외하려고 했다는 발상은 정말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외국인들은 한국말을 정말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주기도 했을테니깐요.
또 하나... 주연, 조연 만큼이나 이 영화는 많은 카메오가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짧지만 강한 모습 보여주신 변희봉 선생님이나 김광규 씨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는데요. 특히나 '방가방가'에서 이미 외국인들과 연기를 같이 해본 경험이 있는 김인권 씨는 부탄인 '방가'가 아닌 사체업자로 등장하여 두 외국인 앞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지요.
강동원 씨는 물론 여성관객들이 '꺄악...' 소리지르니라 바쁘시겠지만 저는 이 영화에서 고수 씨의 재발견을 이야기하고 싶더군요. 강동원 씨와 고수 씨의 연기는 정말 괜찮았다는 것인데 고수 씨 같은 경우는 다작은 출연했으나 너무 많은 매인급 주연에 제대로 묻혀서 그 재능을 잘 보여주지 못했지요. 원 톱이 아닌 투 톱이라는 점이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고수 씨에게는 멋진 연기였다고 보여집니다.
'초능력자'는 분명 기획력 면에서는 최고입니다.
하지만 CG 효과 너무 아끼려다가 관객들에게 욕먹을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M'이나 '전설의 고향'만도 못한 CG는 분명 관객들이 무관심하게 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획력과 배우들의 연기, 특수효과가 모두 3 박자를 맞춰야 했던 영화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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