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조금만 더 가까이' 김종관 감독, 연애불구에 걸린 사람들을 이야기하다.

송씨네 2010. 11. 14. 14:20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오는 가을입니다. 

낙엽이 떨어지고  악취를 풍기는 은행 열매가 신경 쓰이긴 합니다만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몇 주전에 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는데 이제 보았습니다.

바로 김종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조금만 더 가까이'입니다.

김종관 감독의 별명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한국의 이와이 순지가 바로 그 중의 하나입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다른 영화감독과 달리 영화에서는 상당히 감성적으로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대사를 최소화시키고 음악과 자연적인 소음(도시소음 포함) , 영상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으니깐요.

단편일 경우 많은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담아내야 하는데 그의 단편인 '폴라로이드 작동법' 조차도 대사량은 그리 많지 않았으니깐요.

장편으로 데뷔한 김종관 감독의 '조금만 더 가까이'는 그래서 그런지 뭔가 좀 다른 영화라고 보여집니다.




카페에 걸려온 전화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사람은 카페 여주인 효서입니다.

로테르담에서 살고 있는 그루지엑이라는 남자는 그녀에게 사랑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서로다른 곳에 대한 풍경을 이야기합니다. 

로테르담에 가면 북극곰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이런 저런 풍경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서로 다른 나라의 익숙하지 않은 모습속에 그들은 전화로 나마 친해졌는지도 모를일입니다.

한 편 어느 작은 숙소에 찾아온 여인이 있습니다. 

세연은 윤철과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고 하지만 윤철은 웬지 모를 머뭇거리는 모습입니다. 엎질러져버리고 깨저버린 커피 담긴 머그컵과 누렇게 변색되어버린 원고... 그렇게 그들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고 있었지요.

하지만 그 사랑은 웬지 지속되어 버리기에는 힘든 장애가 많습니다. 사실 이미 윤철과 영수 역시 오래된 커플이기 때문이지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말이지요. 후배인 세연을 좋아한다는 충격적인 발언에 영수는 온갖 욕을 하고 그에게 달아나지만 두 사람 모두 속상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어딘가의 곳...  비오는 거리에 한 여자가 남자의 차를 막아섭니다.

현오의 옛애인인 은희의 등장입니다. 스토커처럼 다가온 은희는 자신은 연애불구라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은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연애불구가 되어버린 자신에게 사랑은 힘들다고 현오에게 이야기하지요. 

다시 시간을 흘러 한 낮의 남산 공원에는 뮤지션인 혜영과 주영 커플이 있습니다.

그들은 낙엽쌓인 남산 공원을 거닐면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사랑에 대한 설래임을 이야기하던 혜영과 사랑과 연애에 대한 적령기를 이야기하던 주영은 약간 의견차가 보이지만 그들은 쿨하게 그런 위기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 곳에서 사랑에 대한 설래임에 대해 노래할 것입니다. 




'조금만 더 가까이'는 어떻게 보면 사랑에 대한 옴니버스 이야기처럼 보입니다만 그것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이 영화의 관건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자연스럽게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연결되는 것이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 영화는 사실 좀 어려운 이야기도 들어가 있는데 바로 동성애와 바로 섹스에 대한 이야기이죠. 두 가지 이야기는 같이 버무리기는 쉬워보여도 그것이 감성적인 이야기를 줄곧 이야기하던 김종관 감독에게는 어려운 도전처럼 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점에서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이 영화의 강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이 영화에서 대사는 최소화 되었습니다. 

첫번째 인트루에 해당되는 카페에서의 낭만적인 국제통화(!) 장면에서는 이국적인 로테르담의 풍경속에 천천히 대화를 이여나가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세

연, 명수, 윤철의 이야기에서는 아예 대화가 거의 없으며 도심의 소음과 빗소리만  이어집니다. 그것이 어색해보일 수도 있는데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지요.




저는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90분 안팍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만 시간이 언제 그렇게 지나갔느냐는 듯이 110 여분의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물론 그런데에는 모든 이야기를 천천히 구성한 감독의 연출력도 돋보입니다. 하지만 자칫 이런 느린 전개는 빠른 전개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상당히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이죠. 대사의 속도나 장면들의 속도를 더 빨리 했더라면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어쩌면 한 시간 이내로도 단축될만한 이야기라는 겁니다.

하지만 오히려 저는 이 자연스러운 구조가 더 맘에 들었습니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이 세상에서 어쩌면 김종관 감독은 슬로우로 관객들의 예상을 깨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많은 커플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여러분의 기억에 남는 커플이라면  현오(윤계상)와 은희(정유미) 커플 (위)과 혜영(신수진)과 주영(윤희석) 커플 (아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로 김종관 감독님은 이런 자연스러운 구도의 대사나 영상을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는 정말 많은 커플이 등장합니다.

서두를 알리는 김효서 씨는 영화 '아저씨'에서 불운의 죽음을 당했던 소미(김새론)의 엄마 역을 맡았던 배우입니다. 싱글맘 역할로 보다가 새련된 카페의 여주인으로 만나니 약간 낯설긴 합니다만 의외로 멋졌지요.

아이돌에서 연기돌이 된 윤계상 씨와 김종관 감독의 페르소나인 정유미 씨의 연기도 좋았지요. 정유미 씨의 경우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단편인 '폴라로이드 카메라 작동법'에서 앳된 모습에서 사랑을 이야기했지만 6 년이 흘러서 이제는 성숙한 모습으로 다가온 그녀를 김종관 감독의 장편에서 만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홍대 여신 신수진(요조) 씨는 이 작품을 통해 그야말로 자연스러움의 절정을 보여주는데요. 다큐  한 편, 장편 2 편을 촬영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최근 신수진 씨의 이런 행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인디계열의 뮤지션들이 영화를 출연하는 경우는 사실 거의 드물기 때문이지요. 크라잉 넛, 노브레인 정도가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말이지요.

이외에도 연극무대와 브라운관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윤희석, 장서원, 오창석, 염보라 씨 등도 주목할 배우들이라고 생각됩니다. 

보도자료에 올라온 글처럼 이 영화는 윤계상, 정유미, 요조의 영화만은 아니기 때문이죠.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면 요조의 신곡 두 곡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 역시 요조의 음악들을 좋아하는지라 그녀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자연스러운 음색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낙엽진 남산타워와 이국적인 로테르담... 웬지 모를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러나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아야 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이 더해집니다.

한국의 이와이 슌지라 칭하는 김종관 감독의 차기작도 궁금해지기만 합니다. 우리나라 감독들이 모두 감성적인 영상을 연출 못한다는 건 아니지만 김종관 감독 만큼 멋진 영상을 보여주는 감독들도 드물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러나 가끔은 상업화와 약간 타협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감각적인 영상을 좋아하는 관객도 있지만 축늘어진 영상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 있으니깐요.

그렇기에 모든 관객을 만족시키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