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이층의 악당' 손재곤 감독의 엽기발랄 '즐거운 나의 집'...

송씨네 2010. 11. 17. 21:20




 



※개봉예정작입니다. 스포일러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배우와 감독의 조합은 중요합니다.

거기에 시나리오까지 좋으면 정말로 금상첨화죠.

2006년 손재곤 감독이 '달콤, 살벌한 연인'이라는 다소 난해한 제목의 영화를 들고 나올 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시나리오도 좋았고 결정적으로 배우도 좋았죠. 최강희 씨와 박용우 씨의 최강 코믹 조합에 조은지 씨 같은 감초 연기가 상당히 영화에 도움이 되었지요. 18 금(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해외로 도주한다는 설정이 국내 정서상 좋지 않다는 판단이 그 이유였다지요.)이라는 상당히 불리한 조건에서도 선전한 이 영화를 통해 손재곤 감독은 자신의 이름을 크게 알리는데 성공을 했지요.

4 년이 흐른 뒤 그의 두 번째 작품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계속 꾸준히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의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김혜수 씨와 과거의 흥행불패를 자랑했던 한석규 씨의 조합이 이 영화를 보게 만들 수 밖에 없는 이유였지요. 더구나 '닥터 봉' 이후 무려 15 년만에 다시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었으니 얘긴 다했죠.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손재곤 감독의 신작 '이층의 악당'입니다.




나름 평범하고 아담한 2 층집이 있습니다.

이 곳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는 연주와 성아 모녀...

연주는 남편의 의문의 죽음이후 홀로 오래된 물건들을 파는 앤틱 샵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성아는 과거 잘나가던 우유모델이었습니다. 우유천사라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지금은 못난 얼굴에 성형을 시켜달라고 연주에게 난리입니다.

이래저래 돈 쓸 일이 많은 그녀는 결국 2 층 방을 세를 주기로 하는데 쉽게 팔리지가 않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 남자가 다락방스러운 좁은 평수의 집에서 살겠다고 나타납니다.

그런데 딱 2 개월만 살겠다고 하는 이 남자, 어딘가 이상하죠.

그의 이름은 창인, 그가 이 집에 침투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용이 그려진 값나가는 물건이 바로 연주의 집에 있었기 때문이죠.

소설가로 위장한 창인은 아슬아슬한 보물찾기를 하게 됩니다.

창인은 이 물건을 재벌 2 세인 하대표에게 줘야 합니다만 그리 쉽지 않습니다.

할머니라고 부르길 싫어하는 옆집 아줌마의 감시도 피해야 하고요.

히스테리한 집주인 연주도 무섭기만 하고요. 

과연 창인은 그 보물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연주에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닥터 봉' 이후로 다시 만난 한석규, 김혜수 씨... 15 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만큼 이 두 사람의 연기호흡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역시 이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하실 도피 장면... 더 이야기하면 

재미없으니 여기까지...




소재나 줄거리를 이야기한다면 상당히 단순한 소재입니다만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손재곤 감독은 탁월한 이야기 꾼이라는 것입니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그 장치가 얼마나 견고하게 잘 이루어졌는지 아실 수 있을껍니다.

전작 '달콤, 살벌한 연인'은 얼떨결에 살인자가 된 한 여인과 그 여자의 비밀을 모른 상태에서 그 여인과 사랑을 나누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여러 많은 상황들이 설정되었지만 지식인으로 핏자국을 없애는 방법을 찾는 황당한 모습이나 김치 냉장고가 여러가지로 요긴하게 사용되는 경우처럼 상당히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은 장면들이 많다는 겁니다.

그에 비해 어떻게 보면 '이층의 악당'은 '달콤, 살벌한 연인'보다 좀 약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이없게 창인이 연주의 집 지하로 숨는 장면은 상당히 슬랩스틱스러운 장면으로 손꼽힌다고 보여집니다. 아울러 어설픈 재벌 2세와 그의 부하들이 보여주는 코믹한 상황도 이 영화를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다만 이 영화에도 약간의 NG(실수)가 보였는데 차량 추격전에 스쿨존에서 꼭 그래야만 할까의 의문점이더군요. 많은 영화들이 서울 도심에서 촬영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서울로 가장하고 지역에서 찍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지역 자치단체들은 상당히 협조적으로 촬영장소를 제공해주지요. 하지만 스쿨존의 경우는 좀 다른 경우죠. 협조를 한다고 할지라도 촬영구역에서는 제외했어야 하는 구역이라는 겁니다. 재기발랄한 영화임에도 의외로 이런 점에서 NG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영화를 본 분들의 의견 중 일부는 한석규 씨의 재도약 혹은 부활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 쪽에서는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 한석규 씨가 그동안 노력을 안한 것도 아니며 단지 시나리오를 비롯하거나 흥행운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이야기라는 것이죠.

김혜수 씨의 오래간만의 코미디 도전에도 괜찮은 반응입니다. 이 작품을 코믹 스릴러로 분류하고 있는데 재미있게도 현재 김혜수 씨가 등장하는 드라마 역시 미스테리 스릴러의 형식을 띄고 있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최근 김혜수 씨는 졸지에 미스테리(혹은 히스테리) 우먼이 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상당히 인상적인 조연이 많습니다.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도 이희도, 조은지, 정경호 씨 등의 개성강한 조연의 도움이 컸었거든요. '이층의 악당'의 경우에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색깔있는 조연들이 많습니다.

창인과 골동품 가게 파트너로 등장한 김기천 님이나, 재미있는 아줌마로 등장한 이용녀 님도 이 작품에서 작은 재미를 선사해 주셨고, 엄기준, 박혁권 씨도 특이한 코믹연기를 선보여주시기도 했습니다. 유키스의 (신)동호 군도 작은 비중이지만 나름대로 선전했고요.  

그러나 제가 눈여겨 봤던 재미있었던 인물은 송실장 역을 맡은 오재균 씨 입니다. ('이층위의 악당' 공식 트위터에 물어보니 답변 주시더군요.) 작은 키의 핸디캡을 지닌 조폭으로 등장하여 빅웃음을 선사해주시는데 이 분이야말로 특출난 조연들을 의미하는 '신 스틸러' 혹은 '미친 존재감'으로써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여집니다. 이 분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나중에 알려주시겠지요?


이 작품의 제작사는 사실상 싸이더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싸이더스 FNH는 이 영화에서 배급을 담당했지만 자회사인 KT가 신경을 쓴 모습이 많이 보였으며 PPL로는 역시 자회사인 KT 텔레캅이 등장했으니 싸이더스와 KT과 이 영화에 왜 사활을 걸고 있는지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동안 CJ과 롯데가 배급과 제작면에서 우위를 달리고 있다는 면을 생각한다면 상당한 물량공세라는 것이죠.




어쨌거나 코미디에는 상당히 탁월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는 손재곤 감독의 두 번때 감독 작품인 이 영화 '이층의 악당'은 흥행성으로는 가능성이 보이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가볍게 웃을 수 있는 11 월에 개봉된 영화중에 그나마 돋보이는 영화가 아닐까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