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예정작입니다. 원작 뮤지컬을 보실 분, 영화 보실 예정이신 분들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연극이나 뮤지컬을 얼마나 많이 보시나요?
사실 여전히 뮤지컬은 돈을 주고 보기가 조금은 버거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게 '오페라의 유령'이나 '지킬박사와 하이드', '브로드웨이 42 번가' 같이 외국작품에 화려한 케스팅에 엄청난 무대라면 더 힘들지도 모르죠. 요금은 더 오를테니깐요. 저는 그런점에서 뮤지컬의 영화화에 적극 찬성하는 사람중의 한 명이라고 늘 이야기를 드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우리나라 뮤지컬도 최근 들어 독창적인 스타일로 뮤지컬이 만들어지고 해외에도 팔리는 작품도 많은데 유독 영화로의 제작은 여전히 힘들다는 것입니다.
충무로와 대학로가 결합한다는 것은 아직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충무로와 대학로야말로 최고의 관객들과 영화인, 연극인들이 좋아할만한 최고의 결합상품임에는 틀림 없을 것이고요. 최근에 '빨래'라던가 '지하철 1 호선' 같은 작품이 장기상영을 들어가거나 오랜기간 동안 무대에 올려진 것을 생각한다면 충무로의 진출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요. 그렇다고 '난타'나 '점프' 같은 무언극이 성공하긴 했지만 영화로 옮기기에는 좀 불가능한 부분도 많고요.
물론 그동안 대학로 연극들이 충무로로의 진출을 시도하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라이어, 라이어' 같은 경우는 대학로 연극이 충무로로 진출한 대표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지요. 다른 경우이긴 하지만 강풀 님의 '순정만화'의 경우 뮤지컬과 충무로 모두 진출한 경우이기도 했고요.
그런점에서 연극(뮤지컬) 팬들이나 영화팬들 모두 구미가 당기는 작품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도 공연되어 대히트를 기록중인 뮤지컬 '김종욱 찾기'이죠.
원작 뮤지컬을 보지 않은이에게는 이 작품이 정말 궁금할 것이고 뮤지컬로만 접한 관객들에게는 영화로 어떻게 옮겼을까 의문이 드시지 않을까 싶네요.
과연 원작 뮤지컬을 뛰어넘는 영화는 있을까요? 영화로 만나는 '김종욱 찾기'입니다.
여기 여행사에서 쫓겨난 남자가 있습니다.
잘나가는 여행사 직원인 것 같지만 불철주야 한도 끝도 없는 오지랖에 가까운 고객 사랑에 결국 회사에서 나오게 되었지요. 관광상품으로 나름 욘사마가 되어보려는 것도 잠시 이 역시 실패하면서 정말 백수가 되어버린 이 남자... 그의 이름은 기준입니다.
그는 누나와 매형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사무소를 운영합니다.
'첫사랑 사무소'... 그런데 동네에 비슷한 상권이 많네요.
저쪽에는 사랑을 만들어주는 '시라노 연애조작단'도 있고, 건너편에는 '의형제 흥신소'의 강호 형님과 '해결사 흥신소'의 경구 형님이 각각 흥신소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계신데 말이죠.
아무래도 차별성이 필요한 기준에게 첫사랑 사무소는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네요.
한편 아주 오래전 인도에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나를 찾기는 커녕 남자를 찾다가 지금은 뮤지컬 연출가가 된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지우이고요.
그럭저럭 잘나가는 뮤지컬 여배우와 아이돌 가수...
이렇게 두 콧대높은 배우들을 챙기려니 쉽지가 않습니다.
과거 '뽀뽀뽀' 같은 노래로 인기를 얻었던 그녀이지만 말이죠
맞선을 거부한 지우는 결국 그녀의 아버지 손에 이끌려 한 곳에 찾아오게 됩니다.
바로 기준의 첫사랑 사무소이죠. 100%는 아니지만 어쨌든 높은 확률을 스스로 자랑하는 기준의 말을 믿기에는 뭔가 의심스럽습니다만...
기준과 지우는 결국 전국 팔도를 돌며 인도에서 만난 그녀의 첫사랑 김종욱을 찾으로 가기로 합니다.
전국팔도를 돌며 의사 김종욱, 조기축구 김종욱, 성형외과 의사 김종욱에, 농촌총각 김종욱 까지 찾았지만 쉽지만 않습니다. 심지어는 깊숙한 산속에 산장을 짓고 산다는 김종욱까지 만났으나 그 역시 짝퉁이었지요.
그러나 김종욱을 찾으러 다니기에는 이 두 사람은 어딘가 모르게 점점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지우는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고 뜻하지 않은 불상사는 그녀의 모든 것을 바꾸어버립니다. 과연 전국의 김종욱을 뒤진 결과가 빛을 보게 될까요?
배우들의 경우 연기변신을 하지 못하면 욕을 먹게 됩니다.
실제로 아직도 그런 연기냐고 놀림받는 배우가 참 많습니다. 얼마전 같으면 공유 씨나 임수정 씨도 그런 놀림을 자주 받는 배우들 중의 한 명이었지요.
물론 임수정 씨 같은 경우 '전우치'에서 엉뚱함과 섹시함을 보여주었는데요.
이번에는 엉뚱함에 자연스럽다 못해 부시시한 머리에 한 성질하는 뮤지컬 연출가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후반에는 그것도 모자라서 임수정 씨가 도전하지 않았던 것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고요.
공유 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멋진 남자이긴 하지만 너무 폼만 잡고 사는 남자가 아닌가 싶었지요. 둔하긴 하지만 진실한 사랑을 믿는 첫사랑 사무소의 대표 역을 맡았습니다. 더구나 공유 씨가 몸개그를 한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요. 군 전역 후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분명 탁월한 선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만으로만 이야기한다면 그저 그런 심심한 영화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 작품은 아시다시피 뮤지컬이 원작입니다. 그런점에서 영화로 옮기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대수술이 불가피하죠. 더구나 연극이나 뮤지컬의 특성상 일인 다역도 등장하는 이른바 '멀티맨'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영화로 옮길 때 원작의 멀티맨의 느낌은 어떻게 살려야 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고민을 한번에 떨쳐주는 이가 있었으니 이 영화의 감독이자 원작 뮤지컬의 연출을 맡은 장유정 감독입니다. 여성분이셨더군요.
여성 감독이 보여줄 수 있는 세심함이 영화속에 잘 녹아내리고 있는 것은 원작 뮤지컬을 연출한 경험을 잘 살리고 있다는 결과로도 보여집니다. 그런점에서 노련하게 영화를 잘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이죠.
더구나 원작과 달리 김종욱과 남자를 분리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며 그 남자에게도 이름을 부여했다는 것입니다. 여자 역시 뮤지컬에서는 이름을 특별히 부여하지 않았지만 영화로 넘어가면서 이름을 부여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하죠. 수많은 각기 다른 김종욱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의문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감독과 배우들의 독특한 센스가 돋보입니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 실제로 김종욱 역을 맡았던 배우가 총출동 했던 것이죠.
신성록, 엄기준, 김무열, 오만석 씨 등등... 이름만 들어도 정말로 반가운 얼굴들이 또 다른 김종욱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짝퉁 김종욱으로 등장하여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죠. 또한 연극과 개그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있는 정성화 씨나 정준하 씨도 등장해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그 뿐인가요? 아예 조연급으로 등장하는 배우에는 전수경 씨는 아예 실명으로 등장해 실제 뮤지컬 연기를 선보이며, 장진 감독이 사랑한 연극배우들인 장영남, 정규수 씨도 등장합니다.
뮤지컬, 연극배우 출신 영화인들이 이렇게 떼로 출연하는 것도 사실 드문일이죠.
어쩌면 이게 가능한 것 역시 이 영화의 감독인 장유정 감독의 인맥과 더불어 배우들끼리의 보은과 의리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뮤지컬 버전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영상이 영화로 만들어진 '김종욱 찾기'를 보는 묘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실제로도 인도에서 촬영된 장면은 초반과 중반에 등장해 이국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나 영화에 등장하는 '호텔 뉴델리'는 영화속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김종욱을 다시만난 중요한 장소라는 것이지요.
또한 공을 들여 만든 뮤지컬 세트나 실제 뮤지컬 실황을 옮겨놓은 듯한 장면들은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또다른 볼꺼리를 제공합니다. 거기에 색다른 모습을 선사할 임수정 씨의 모습은 관객분들이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로 만들어진 '김종욱 찾기'의 흥행 성공여부는 앞으로 만들어지거나 예정중인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연극의 영화화에 큰 기여를 할 것임이 분명합니다.
저는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언젠가 '지하철 1 호선'이나 '빨래' 같은 작품이 국내에서 극장으로도 관객과 만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모르겠네요. 저만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니깐요...
그렇다면 여러분에게 묻겠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기에는 어떤 국내 토종 뮤지컬이나 연극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을까요? 저도 그게 궁금해지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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