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페스티발' 우린 정말 평범하다고요. 진짜라니깐요!

송씨네 2010. 11. 28. 03:41





일찍이 엄정화 누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제는 웃어야 한다면서 '스마일 어게인'을 외치셨지요. 그리고 행복한 순간이라면서 '해피데이'를 언급하셨고요. 다시 웃고 지내다보면 행복한 날이 온다지만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과연 행복한 날이 올지는 의문이긴 하죠.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순간이라면 사랑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행복해지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을 나누지요. 키스도 하고 연애도 하고 섹스도 즐깁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를 때리고 묶는 모습도 보여주지요.

올해 핑크영화제에서 익숙한 얼굴의 감독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 감독님이었지요. 그는 핑크영화제 행사중 하나인 SM 토크를 할 예정이었습니다. 일본의 SM 영화와 한국의 SM 영화에 관한 대화였지요.

그렇다면 사람들이 묻습니다. 도대체 SM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이돌 그릅 소속사가 아니냐고 말이죠. SM은 그것만 이야기하는게 아니거든요. 남녀가 서로 사랑을 느끼는 행위들이 SM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극적인 사랑일까요? 

이해영 감독은 신작을 통해 그 이야기를 하려나 봅니다. 영화 '페스티발'입니다.




안전한 동네 만들기 프로젝트... 어느 마을의 경찰서에 걸린 현수막입니다.

그런데 경찰인 장배는 그것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니, 이해할 생각도 안하죠.

그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동거녀이면서 학원강사인 지수와의 관계는 이상하게 점점 멀어지고 있고요. 크기에 집착하는 장배와 질려버려서 이제는 새로운 기구로 해소를 해야만 하는 지수의 관계가 좋아질리가 없지요. 

한복점을 운영하는 순심은 철물점에 들렸다가 커다란 채찍을 발견하고 호기심이 발동하고 그 채찍을 만든 기봉에게 SM적 사랑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을 벌이게 됩니다. 그리고 실행에 옮기게 되고요.

순심의 고등학생 딸인 자혜는 미친듯이 운동장을 뛰기만 하는데 그런 와중에도 동네 어묵 행상을 하는 청년 상두에게 관심을 보이지요. 하지만 상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는 서예를 즐기고 낮에는 택견을 가르치는 교사 광록 역시 겉은 멀쩡하지만 무언가에 집착하는 버릇도 있고요. 

사랑에 갈구하는 이들은 공원에서 서로 만나는 불상사를 저지릅니다. 그리고 모두 경찰서로 연행되지만 연행시킨 장배 역시 그렇게 잘한 일은 없어보입니다. 거기에 여자보다는 다른것에 관심을 보이는 상두의 모습도 어딘가 이상하고요.

과연 그들만의 흥겨운 페스티발은 언제 시작하게 될까요?







이해영 감독은 감히 해낼 수 없는 구성진들을 엮어내게 됩니다.

신하균, 엄지원, 심혜진, 류승범, 오달수, 성동일... 그리고 백진희까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특별하지만 멋진 모습을 보여준 이들 배우들이 한자라에 모였다는 겁니다.

물론 얼마전에 개봉한 '오감도'처럼 애로틱한 이야기를 많은 감독과 많은 배우들이 모여서 실행한 적이 있지만 한 감독이 많은 인원을 붙들고 애로틱한 코미디를 만들겠다고는 분명 아무도 예상 못했을 일이라고 보여집니다. 어쩌면 누군가가 이야기한 애로틱 버전의 '러브 액츄얼리'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일지도 모르겠네요.



이해영 감독은 결국 사랑과 섹스에 관한 특별한 코미디를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이 이야기는 실화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죠.

물론 이 영화속 이야기들은 모두가 사실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실명 공개는 어려웠기 때문에 배우의 배역들을 빌려서 사용했노라 이야기한 것이지요.

영화는 다양한 사랑법을 이야기 합니다. 기구가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기도 하며 흔히 섹스돌이라고 이야기하는 인형도 사랑을 하는 도구로 이용을 하게 됩니다. 땀으로 흠뻑 젖은 여고생의 속옷은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고요. 이 황당한 이야기가 정말 모두 실화인가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영화속 인물들의 애정행각은 살벌하기까지 합니다.



이해영 감독은 관객에게 물었을지도 모릅니다.

과연 육체적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일까라는 의문이 그것이죠.

앞에 그렇게 수많은 기구와 성적 묘사를 하긴 했습니다만 결론은 의외로 섹스라고 불리워지는 육체적인 결함만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은 분명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이 진짜인가 확인해보려면 이해영 감독의 전작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더 빠르실지도 모릅니다. 바로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이죠. '페스티벌'이 특이한 성적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야기는 해외토픽으로 나올법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여자가 되고 싶은 씨름선수가 바로 그것이죠. 물론 일부의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합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하고 인정해주려고 노력합니다. 그 부분이 '페스티발'과 '천하장사 마돈나'에는 상당히 많이 겹쳐보인다는 것이죠.

소수의 편견과 장애에 부딫친 이들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것이 더 느껴졌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닌것 같습니다.






'페스티발'은 정말 배우들의 행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한복에서 가죽 옷과 채찍으로 중무장한 심혜진 씨는 과거 '안녕, 프란체스카'의 부활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며 (마침 의상이 검정 가죽 옷이었지요. 검정드레스를 다시 떠올리게 만듭니다.) 가면을 쓰면서 열연하신 성동일 씨는 특별한 섹스 코미디를 선보입니다. 마초의 대표가 되어버린 류승범 씨는 마초가 아닌 알고보면 여린 성격의 인간으로 등장합니다. 여자 속옷을 입고 열연하신 오광록 씨에 '반두비'에 나왔던 그녀 백진희 씨는 다시 여고생이 되었고요. (전에도 이야기드렸지만 저예산영화속에 여고생으로 등장하는 배우분들은 하나같이 동안입니다.)

그런데 역시나 가장 기억에 남는 커플은 다양한 기구로 사랑을 나누는 엄지원, 신하균 씨 커플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기 모양의 로데오 기계를 타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직설적일 정도로 사실적인 것처럼 느껴졌고요. (물론 그게 꿈인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말이죠.) 


정말 재미있는 것은 영화속에 등장한 일곱 명의 주연보다도 이 이야기의 축을 이끄는 의외의 인물이 등장한다는 것이죠. 바로 덕구 역의 문세윤 씨 입니다. 개그맨으로 익숙한 분이지만 그는 이미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한 전력이 있으며 이해영 감독과는 두 번째 작업입니다. 문세윤 씨의 경우는 임하룡 씨를 이을 만능 연기자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분인데요. 이 영화에서는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괴짜 판매상으로 등장합니다. 승합차에 걸려있는 커다란 막대사탕과 '해치지 않아요, 빨지 않아요'라는 문구가 적힌 택배박스나 LED 명찰을 단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죠. 문세윤 씨는 직간접적으로 이들 이야기에 조용히 등장해 주연들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 돋보이면 문제가 될테지만 그 점을 적당히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죠. 


인상적인 조연도 참 많았습니다만 아무래도 제 기억속에 남았던 특이한 조연에 가까운 카메오 들 중에는 한상진 씨나 박소현 씨도 등장하는데 사실 이 분들은 드라마에는 뵐 수 있는 분들이지만 영화에서는 만나기 힘든 분이죠. 특히나 박소현 씨는 MC나 DJ로 익숙한 점에서 영화출연은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카메오 중에는 히든카드도 하나 숨어 있습니다. 의외의 등장인물입니다만... (그 장면에서는 얼마전 배두나 씨가 등장했던 '공기인형'을 떠오르게 하더군요.)




핑크영화제에서 만난 이해영 감독님...




사실 자칫 잘못 만들면 SM 마니아들을 그저 변태성향을 가진 사람들로 그려낼 가능성이 높았지만 앞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천하장사 마돈나'를 만들었을 때의 그 느낌을 그대로 다시 옮겨왔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거리로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우리도 알고 보면 정말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라고 이 세상에 외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왜 이 영화의 상영관이 갑자기 2주차에 대폭 줄었을까요?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성적 소수자나 특이한 성향을 가진 이들에 대해 아직도 사람들이 경계를 하고 있다는데에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나 극장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이런 영화는 안된다고 생각하시거나 위험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더군요. 이 영화는 절대 위험한 영화가 아닌데 말이죠. 앞에 이야기한 성인용품 판매원인 덕구의 일화처럼 정말 해치지 않는다는 것인데 벌써부터 사람들은 성에 대해 아직도 개방적이지 못하다는 겁니다.

물론 이전에 SM을 다룬 소재의 영화들을 못본 건 아닙니다.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도 있었고 이재용 감독의 '다세포 소녀' 역시 SM이라는 소재를 직간접적으로 다루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들 영화는 실패했습니다. 그런점 때문일까요? 그런 영화는 안된다는 학습효과를 너무 오랫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네요.




그릇된 생각으로 손가락질 하기보다는 그냥 저런 사람도 있구나 생각하고 편하게 이 영화를 보고 그냥 웃고 즐기기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대부분은 대부분이 다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약간 다른 취향도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인정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런 타인의 취향에 대해 넓은 마음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