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달콤합니다. 하지만 연애를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잔인한 소리이죠.
저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왜 난 이런 사랑영화 리뷰만 계속 써야하는가의 의문말이죠. 연애도 못해본 주제에 연애를 말할 자격은 없으니깐요.
여기 저처럼 연애경험도 없고 섹스 경험은 더더욱 없는 여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야한 이야기라는 것은 생각해본적 없는 만화가가 한 명 있고요.
그런데 그런 그들이 연애를 이야기하고 섹스를 이야기하겠다고 합니다.
성인만화를 그려서 말이죠. 이 아이러니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영화 '째째한 로맨스'입니다.
아버지처럼 화가에 길에 들어섰다면 좋았을텐데 그것을 포기하고 만화가의 길을 선택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정배... 그런데 그는 가진게 없는 것도 모자라 차짓 아버지가 남긴 유작이자 유품이며 유산인 그림 한 점 마져 빼앗길 운명입니다. 그는 돈을 벌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죠.
여기 돈이 필요한 사람은 또 있습니다. 나름 잘나간다고 주장하는 섹스 칼럼니스트인 다림은 정작 섹스를 해본적이 없어서 그야말로 말로만 전달하는 섹스를 글로만 배운 여성이라는 것이죠. 당연히 실전 감각이 제로이니 칼럼이 제대로 나올리가 없죠. 그녀 역시 방금전 잘렸습니다.
그런 두 남녀에게 희망이 찾아옵니다. 글로벌 프로젝트로 성인만화 한 편 제대로 그려서 우승하면 어마어마한 상금에 자신의 만화가 주요 국가에 동시에 발간되는 기쁨도 누리게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그림체는 좋은데 스토리는 엉망인 정배와 경험도 없으면서 상상력만 풍부한 다림은 그렇게 만만한 상대들은 아니라는 것이죠.
거기에 정배의 작품들을 스파이처럼 빼내가려는 웬수같은 정배의 친구 해룡과 다림을 잘라도록 도와준, 그러나 섹시함과 더불어 작업능력에서는 최고를 자랑하는 경선이 이들의 방해요소입니다.
정말 친구인지 웬수인지 모를 녀석들이죠.
마감날짜는 다가오고 스토리는 나올듯 말듯 합니다. 거기에 두 사람이 섹스에 대한 관점도 너무 틀리기만 합니다. 남자의 크기에 환호하는 여자, 여자의 가슴은 커야한다고 주장하는 남자...
티격태격하는 이 두 사람은 과연 제대로 된 이야기가 만들어질까요?
그들의 이야기 '킬러 본색'은 어디까지 가고 있는 것일까요?
'파스타'의 목청 큰 쉐프를 열연한 이선균 씨와 4차원과 5차원을 넘나들지만 사랑스러운 동안녀인 최강희 씨가 만난 것은 어떻게 보면 새로울 일은 아닙니다. 그들은 이미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호흡을 맞추었으니 말이죠. 배우들이 자주 같은 드라마나 드라마에 호흡을 맞추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요.
눈빛만 봐도 뭐를 할 것인지 잘안다는 점인데 '전원일기'의 최불암, 김혜자 선생님이 그렇게 오랫동안 방송을 해왔음에도 질렸다기 보다는 부부처럼 느껴지는 분들이 많은 것도 그것일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같은 작품으로 자주 마주치면 그것도 좋지 못하다는 것이죠.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가끔 만나 호흡하는 것도 그리 나쁜일은 아니라는 것이죠. 바로 이서균, 최강희 씨 처럼 말이죠.
사실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의 연기는 이전의 연기와 닮은 듯 다른 연기라고 해도 틀린 말도 아닐껍니다. 가령 이선균 씨를 본다면 찌질한 모습은 '옥희의 영화'를 닮았고 목소리만 고래고래 크게 외치는 것은 드라마 '파스타' 같아 보이고요. 최강희 씨의 엉뚱하면서 도도한 모습은 워낙 많은 작품이나 심지어는 토크쇼에서 자주 봤으니 그리 어색하지도 않죠.
하지만 이 작품이 다른 이유는 다른데에 있습니다. 직접적인 섹스에 대한 묘사는 줄이는 대신 그것을 애니메이션으로 풀었다는 것이죠. 물론 그들이 섹스에 대한 대담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들이 심한 베드씬 대신에 그것을 피튀기고 가슴이 적나라하게 그려진 애니메이션으로 대체한 것은 재미있는 발견입니다.
심지어는 가상의 삽화와 대결을 펼치거나 하는 황당한 경우도 있으니깐요.
가령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남자가 다른 남자를 거의 묵사발로 만드는 정배의 상상속 만화는 CG와 절묘하게 결합되어 큰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어쩌면 정말로 이 영화는 만화적 구성과 적나라한 상황들을 영화속에 나열하지 않았더라면 뻔한 섹스 코미디가 되었을 작품입니다. 하지만 품격있는 로맨틱 섹스 코미디로 만든 것은 애니메이션과 두 사람의 공이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경우 성인만화의 시도가 사실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단편적인 모습으로 성인물을 영화속에 집어넣는 것도 분명 흔치 않은 일이리라 생각됩니다.
'째째한 로맨스'는 분명 시대상을 잘 만난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최근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제는 단골 레파토리가 된 '88 만원'세대의 애환은 여기서도 시작됩니다.
변변한 직장을 못잡고 섹스 칼럼이나 쓰는 다림이나 창작이냐 돈이냐의 기로에 선 정배의 모습은 크게 다를바가 없거든요. 그렇기에 뻔한 로맨틱 섹스 코미디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이지 않았을까 싶군요.
공교롭게도 이 영화가 개봉되는 시기에 최강희 씨는 손재곤 감독의 신작인 '이층의 악당'과 맞붙게 되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손재곤 감독의 이 로맨틱하면서도 미스테리한 엽기발랄 코미디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녀는 종목을 약간 바꾸었고 손 감독과의 정반대에서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최강희 씨 혹은 영화속 다림은 어떻게 보면 앞에 말씀드렸던 '달콤 살벌한 연인'의 미나와도 닮은꼴이 많습니다. 전작에서는 키스를 받았다면 이번에는 글로 배운 상태에서 고난위도의 키스에 도전하는 코믹한 모습을 선보입니다. 두 영화에서 했던 독특했던 키스장면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크겠지요.
영화는 수많은 조연들과 더불어 이들 커플을 방해하는 이들도 등장하는데 좀 미워보이긴 해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 총집합한다는 것이죠. 우선 정배의 친구인 해룡은 그의 작품에 숟가락만 얹어놓고 성공해보려는 약간 야비한 인물로 그려졌지만 자신의 똥차(!!) 썬더볼트를 빌려줄 정도로 어느새 이들을 응원하는 지원군으로 바뀌게 됩니다. 다림의 친구 경선은 흔히 우리가 많이 보는 된장녀에 정떨어지는 모양을 가진 친구이죠. 그나마 예뻐서 봐주는 작업녀라고 해줘야 할까요?
오정세 씨와 류현경 씨가 각각 이들 진상남녀를 연기해 주셨는데요. 사실은 알고보면 멋진 분들인데 철저하게 망가져 주었지요. 더구나 류현경 씨는 영화를 출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를 만들기도 하고 자신의 글레머한 몸을 화보로 자랑하기도 했지요.
영화에서는 뉴페이스도 보이는데요. 바로 다림의 오빠이자 동생인(영화를 보시면 이해가 가실껍니다.) 종수 역으로 등장하는데 3 시간 이상도 가능한 머신 아닌 머신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영화속 애니메이션에서는 중요한 이야기꺼리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멋진 몸과 복근을 가진 배우인데요. 정말 잘 생겼다고 느껴질 정도의 멋진 모습의 신인배우입니다. 그는 또 얼마나 자신의 역할을 할지도 두고봐야 할 것 같네요.
이 영화는 뻔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모두 행복하게 잘살았다는 결말 말이죠. 하지만 그 결말을 우리가 더 좋아하는 이유는 그렇게 살기에는 이 삶이 너무 슬프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티격태격하다가 다시 사랑하고, 그리고 또 싸우다가 화해하는 남들이 보면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저는 그런 사랑이라도 해봤음직한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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