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토일렛' 화장실을 소통의 도구로 탈바꿈하는 놀라운 마법!

송씨네 2010. 12. 5. 01:39




우리가 살아가면서 근심걱정을 푸는 대표적인 공간이라면 어디를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화장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사를 푸는 곳이고 씻으면서 하루를 시작하기도 하고 마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화장실은 매우 불결한 공간으로 생각하기도 하죠. 

화장실, 교자(만두), 캐나다, 배다른 가족, 스시(초밥)... 

이 하나도 어울리지 않은 이야기를 하나로 묶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안경', '카모메 식당'을 만든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입니다.

그녀는 일본의 여감독이지만 이상하게도 일본의 대도시 보다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 섬이거나 혹은 핀란드나 캐나다 등의 외진장소를 안내합니다. 거기서 더 재미있는 것은 이방인들을 이야기한다는 것이죠.

음식과 이방인이 교차하는 특이한 이야기를 만드는 이 여감독의 네번째 이야기는 화장실과 캐나다 그리고 만두가 있는 어느 세 남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토일렛'입니다.



캐나다의 어느 한적한 마을의 장래식장...

세 남매가 울고 있습니다. 그들은 어머니를 여의고 슬픔에 젖어 있습니다.

첫째인 모리는 뛰어난 실력의 피아니스트이지만 공황장애로 밖으로 나서는 것을 두려워 합니다. 둘째인 레이는 연구소에서 일하지만 그는 연구소 일보다는 프라모델 수집에 열광하는 오타쿠입니다. 막내인 리사는 대학교에 다니면서 시 전공수업을 듣지만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너무 다르다는 것에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오합지졸 남매에게 유산이 생겼습니다. 유산이라고 하긴 좀 웃길 수도 있겠네요. 돌아가신 어머니의 어머니... 그러니깐 할머니가 온 것이죠.

물건너 올라오신 이 들 삼남매의 할머니는 어딘가 모르게 이상합니다.

말도 없고 화장실만 다녀오면 한 숨만 쉬고 들어오십니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이는 어머니가 사용하던 재봉틀을 발견하고 할머니는 갑자기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리사는 할머니와 같이 본 맨손 기타 연주 대회 동영상을 보고 그 본능을 주체할 줄 모르고요.

연구소에서 일한 월급으로 모은 300 달러... 

프라모델을 사느냐, 할머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하느냐...

아니면 그것도 아니면 할머니의 고민을 풀어주기 위해 사용하느냐...

고민은 깊어가기만 합니다.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들을 보신 분이라면 어떻게 저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드실껍니다. 더구나 평온한 가운데 이야기를 이끌고 있음에도 의외로 기승전결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는 것이죠.

그 뿐이 아니죠. 그녀의 영화에는 유사점이 많습니다.


우선 음식이 이야기에 꼭 등장한다는 것이죠.

'카모메 식당'에서는 일본식 주먹밥인 오니기리와 고양이 배설물로 만든 커피인 코피루왁이 이야기에 등장하고요, '안경'에서는 수작업으로 만든 팥과 간단한 재로 만든 신비한 팥빙수가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 '토일렛'에는 어떤 요리가 등장할까요? 바로 일본식 군만두이죠. 흔히 교자라고 이야기하는 이 만두는 우리가 생각하는 군만두와 좀 달라보입니다.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튀기는 만두가 아니라 뜨거운 물을 부어서 오랫동안 쪄서 만드는 군만두인데 그 스타일이 확실히 다르죠. 그런데 은근히 먹음직스럽다는 겁니다.

요리가 등장하는 그녀의 영화에는 사실 그녀의 영화에 전문으로 등장하는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하는 군요. 이지마 나미라는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만든 일본식 만두를 이들 가족들이 먹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라고 보여집니다.


두번째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뮤즈 혹은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배우 모타이 마사코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이미 그녀와는 이 작품 포함해서 네 편에 모두 등장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무둑뚝한 표정과 온화한 미소를 모두 지니고 있는 특이한 배우라는 것이죠.

이 작품에서는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대사는 달랑 하나가 등장할 정도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요. 그러나 그 어떤 대사량보다 가장 힘든 것이 말을 하지 않는 연기가 더 힘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침묵속에 온화함을 보여준 모타이 마사코는 정말 괜찮은 배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에도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혼자 한국에 내한하셨습니다만 다음번에는 모타이 마사코 님을 꼭 모셔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도 정말 무표정이신지도 궁금하고요.)







이 영화에서 화장실의 비밀은 뒤에 등장합니다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는 장치로 등장합니다. 무표정한 모습에 한 숨을 쉬고 있었던 할머니의 비밀은 다름아닌 위시렛 때문이었습니다.

위시렛... 그러니깐 쉽게 말하자면 비데라는 겁니다. 왜 하필 비데였을까요?

그 이유 역시 이 영화에서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화장실 용변기는 쭈그려 앉는 방식과 서양처럼 의자처럼 앉는 방식이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일본의 경우 거기서 한단계 나아가 용변을 보고 그 것을 모두 해결하는 위시렛 개발에 총력전을 벌인 것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다른 나라에 비해 비데를 만드는 기술에 있어서는 일본이 최고라는 것이죠.

이는 이 영화에서 자국(일본)의 비데 기술을 치켜올리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런 것에 익숙한 일본인들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나 싶습니다. 심지어는 이 비데는 이 영화에서 중요한 PPL로 등장합니다. 엔딩 크레딧을 보고나면 왜 괜객들이 웃게 되는지를 아시게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의 마지막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이방인이 소통하는 방식입니다.

'카모메 식당'은 낯선 땅 핀란드에서 혼자서 일본식 가정식을 만드는 여인을 보여주었고 그녀의 일에 동참하는 여행객들과 그녀를 이해하는 핀란드 사람을 통해 점점 하나되고 소통하는 계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경'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죠. 홀로 외톨이처럼 살아가는 여성이 섬마을에 들어서면서 이 마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융합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토일렛'은 어떻게 보면 '안경'과 '카모메 식당'의 연장선상이라고 해도 틀린말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단지 앞의 두 작품과 다른 점이라면 가족간의 이방인과 딴 나라안에 들어온 또다른 이방인(일본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심지어 앞에 등장한 할머니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한 유전자 검사 이야기는 오히려 이들 삼남매와 할머니에게 또 다른 새로운 국면으로 마련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이들 가족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음을 이들은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죠. 

핏줄이 섞여있지 않거나 혹은 섞여있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막장 드라마의 모습과도 같아보이지만 분명 이들이 소통을 하고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은 막장 드라마의 상황과는 분명 다르게 보여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족이라는 존재는 뭘까요? 그리고 우리는 이방인일까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서 늘 갖는 생각입니다.

사실 저는 악당 나오는 영화보다는 이런 잔잔한 영화가 마음놓고 볼 수 있는 것 같아서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지루할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지만 말이죠.

느리지만 행복하게 사는 비결을 분명 영화속 네 명의 식구는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에게 정말 가족은 어떠한 존재로 다가오는지 묻고 싶어지네요.

그리고 술은 못하지만 정말 이 영화보고 나면 군만두에 맥주가 땡겨지는 영화입니다만...  

지금 여러분 손에 들려 있는 맥주와 군만두... 혼자 드시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혼자 이 세상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슬픈 세상이니깐요. 음식도 삶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