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레인보우' 엄마의 도전, 그녀의 도전, 그리고 모두를 위한 도전...

송씨네 2010. 12. 12.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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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많은 상업영화가 선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제 리뷰에서도 보셨다시피 많은 인디영화, 독립영화들도 선을 보였습니다.

올해에도 많은 독립영화들이 사랑을 받았습니다만 오늘 소개할 영화 '레인보우'는 그 대미를 장식하는 영화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껍니다. 더구나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성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것이죠.

뒤늦게 봤지만 뒤는게 본것이 안타깝게 느껴진 영화도 드물 것입니다. 


영화들 중에서 의외로 많은 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다름 아닌 영화를 만드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는 것입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평이한 이야기이지만 어떻게 보면 한편으로는 전문적인 이야기이지요.

 

여기 입봉을 앞둔 여감독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아들이 있고요.

그러나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이게 감독의 자전적인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현실적인 우리의 이야기 혹은 영화판 이야기... 영화 '레인보우'입니다.





지완은 잘나가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밖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길다란 건물과 구령대로 봐서는 그녀는 학교에서 교사에서 일했거나 높은 직책이었겠지요.

어쨌든 그녀는 주부도 아닌 마흔 가까이의 백조가 되었습니다.

아들과 남편 챙기는 것은 포기상태이고 시나리오 작성에만 열을 올리지요.

그렇습니다. 그녀는 영화가 하고 싶어서 영화사에 문을 두드린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같이 그녀에게 퇴짜를 놓네요. 재미없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어렵게 들어온 영화사... 넓은 방에서 최적의 조건으로 작업을 하고 있겠지만 건너방의 남자 감독은 그녀에게 시나리오도 중요하지만 체력을 가꾸라고 하고 명함 빨리 쓰는게 좋을 것이라고 충고까지 합니다.

최 PD라 불리우는 그녀는 제작자와 감독 양쪽 마음 맞추어주다 보니 웃었다가 화냈다가...  정말 성격이 거지같다도 해야할 정도입니다. 

잘사는 부잣집 아들의 성공스토리를 이야기 하려다가 퇴짜먹고, 평범한 그릅밴드의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데 이것도 퇴짜 맞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그녀의 아들 시영은 학교 밴드부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려고 하지만 3학년 선배들은 그런 그의 재능을 무시합니다. 화풀이 대상은 그의 어머니...  방안에 '엄마 바보'라고 쓰인 종이가 그것을 말해주지요.

수십번의 퇴고에도 그녀는 퇴짜를 맞고 이제 지완의 마음은 거의 폭발지경입니다.

스트레스가 쌓일때 마다 그녀에게 나타나는 개미떼도 이제는 기겹습니다.

보이는 녀석은 살충제로 죽이면 되지만 그녀의 마음을 갉아먹는 개미는 살충제로도 안죽는 녀석이니깐요.

과연 지완은 제대로 된 시나리오를 써서 감독으로 입봉될 수 있을까요?






이 영화는 신수원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녀는 실제로 잘나가던 교사였지만 영화가 좋아 학교를 그만두고 영상원 같은 교육센터에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감독들 중에는 조감독이나 스텝출신으로 감독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또하나의 경우는 문화센터나 영상원(미디엑트 같은) 등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이를 단편으로 만들고 중편이 되며 실제 감독으로 입봉(데뷔의 일본식 표현)하게 됩니다.

신수원 감독의 본인의 이야기는 영화로 그려지는데 재미있는 점은 영화계 상황을 그대로 이야기하고 있다는것입니다. 많은 영화사에 자신의 시나리오를 받치지만 퇴짜만 받게 되죠. 꿈속에서는 자신의 시나리오가 경매 매겨지듯 점점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심지어는 시도때도 없이 개미가 나타나는 환영을 보게 되지요. (벌레가 등장하는 환영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죠. '올드보이'나 '사생결단'에도 봤었지요.)



많은 이야기가 등장합니다만 인상적인 대목은 여자 PD와 대립하고 자신의 아들과 대립하는 부분들입니다.

그녀의 시나리오는 여러 영화사에서 돈안되는 영화로 평가받고 영화의 제작을 결정하는 PD(프로듀서)와 제작자들에게 비아냥거림을 받습니다.

가족에게서도 지완은 무시를 당합니다. 남편은 아직도 진행중인 시나리오를 이해할 수 없고 특히 아들 시영에게는 무시를 당하는 것은 거의 굴욕수준입니다. 아들은 어머니의 무능함을 이야기하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있고 '엄마 바보'라고 쓰여진 종이를 향해 분노(?)의 공튀기기를 하고 있으니깐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심하게 반대하지 않은 것을 봐서는 그들은 분명 초반에는 지완을 지지해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어느쪽에도 환영받지 않는 지완은 위너가 아닌 루저가 되어버리지요.(영화의 끝머리에는 루저와 위너의 구분을 명확히 정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옆방에서 역시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선배 남자 감독의 모습은 더 살벌한 영화제작 현장을 보여주지요. 살려면 차라리 체력을 길러라는 것과 타협하기 싫다면 차라리 시나리오를 묵혀두라는 이야기도 하죠.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인상깊은 장면은 자신의 이름이 세겨진 명함을 받은 지완을 보고 그 감독은 명함은 빨리 쓰는게 좋다고 조언하는 부분입니다. 영화 시나리오나 제작이 엎어지면 써보지도 못하고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지요.







 

이 영화는 인디스토리에서 배급한 영화이지만 영화의 내용면에서는 상업영화계의 살벌한 현실을 이야기합니다. 수년동안 묵혀두거나 아니면 수십번 고치고 고쳐서 제작자나 PD에게 내놓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최종 미팅결과에서 실패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저는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많은 영화 감독과 영화 관계자분들을 만나는데 역시 가장 힘든 것은 시나리오를 내놓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시나리오를 내놓기까지의 많은 고뇌가 느껴지는데 이는 장편영화를 처음 만드는 감독일 경우 그 고뇌는 더 하죠. 그리고 그것이 두번째 영화라면 역시 만만치 않은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소포모어 징크스(첫 작품·활동에 비해 그에 이은 작품·활동이 부진한 경우를 가리키는 용어)의 경우가 그렇죠. 옆방의 그 남자 감독 역시 아마도 그런 경험을 했을 것이고 많은 영화감독들이 경험하는 이야기이도 한다는 것이죠.

 


후반에 들어서면 자신이 해야할 길에 대해 고뇌하는 지완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에 이릅니다. 자신만의 뚝심으로 밀고나가자는 것이죠. 그녀의 아들이 시영이 밴드부에서 모진 고뇌를 이겨내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것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버렸고 무대공포증인 시영이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배우들이 익숙치가 않으실껍니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한 박현영 씨 같은 경우는 여러 영화에서 감초나 조연급 연기를 선보인 배테랑 배우입니다. 진짜로 평범하게 사는 주부로 느껴질 정도로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함을 거부하는 여성으로 등장하지요. 어쩌면 그녀는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행인 3'같은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기억을 더듬으면 그 배우라는 것을 알게되죠. 가령 '살인의 추억'에 등장한 양호 선생이나 '그놈 목소리'의 여경 역할이라고 말씀드린다면 기억력 좋으신분들은 단번에 기억하실지도 모릅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더라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는 언젠가는 우리에게 다시 재조명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죠.

시영 역의 백소명 군도 익숙치 않은 얼굴이지만 TV 프로그램 '스타킹'에서 어린 나이에 멋진 연주를 펼친 소년으로 알려진 친구입니다. 어떻게 보면 신수원 감독은 영화의 모티브를 얻을 수 있는 배우들(기억속에 가물가물한 여배우와 UCC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무명에 가까운 소년)을 등장시킴으로써 실제와 구분이 안가는 아이러니하지만 공감이 되는 캐스팅을 하게 된 것이죠.



이 영화는 저예산영화 답지 않게 음악들도 좋습니다.

타이틀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행인 3'은 영화의 주연인 백소명 군 버전과 인디밴드인 에브리 싱글 데이의 두가지 버전으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OST 발매/음원 다운로드 기준입니다.) 어머니를 비아냥 거렸지만 가사를 보고 다시 들어보고 나면 실소를 금치 못했던 '오타쿠의 방'이라는 곡도 인상적인 곡입니다.

가사가 정말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라서 꼭 들어보시라는 겁니다.





이 영화에서는 좀 색다른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는데요.

우리는 영화속 주인공처럼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영화에서 자주 거론 되는 '행인 3'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기억하더라도 그 기억이 오래 남지 못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든지 주연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삶이 고달퍼도 우리에게는 밝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으니깐요.

그리고 그 밝은 내일에는 행복한 무지개를 보게 될 것입니다.

삶은 그래도 흐린 날 보다는 밝은 날이 더 많지 않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