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평양성]업그레이드 된 스케일, 그러나 웃음은 글쎄...

송씨네 2011. 1. 2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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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리뷰에서 많이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화를 만듬에 있어서 항상 스케일이 큰 영화를 만들수는 없고 항상 대작을 만들 수 없기에 그런경우 강/증/약으로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것 말입니다.

이준익 감독의 경우도 강/중/약 조절을 잘 하는 감독중 한 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왕의 남자'나 '님은 먼 곳에' 같은 강한 작품을 만들다가도 '라디오 스타' 같이 강도는 약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도 하니깐요.

'황산벌'의 속편으로 알려진 '평양성'의 경우도 같은 의미라고 보여집니다.

자, 백제가 사라진 상태에서 고구려와 백제 그리고 당나라의 대립과 교류... 그리고 배신이 함께한 역사속으로 떠나볼까요?

영화 '평양성'입니다.



계백이 장렬하게 전사하고 몇 년이 흘렀습니다.

이제 전쟁은 없는가 싶었지만 아직도 혼란의 양상이 보이던 삼국시대...

거시기는 얼떨결에 또 다시 징병되어 신라군과 같이 고구려를 무찔러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노쇠하여 풍 걸리고 치매마져 의심되는 신라의 김유신의 모습도 보입니다.

고구려의 수장 연계소문이 죽음을 맞이하고 나서 연계소문의 세 아들들 역시 혼란을 겪게 됩니다. 

이런 가운데 전쟁에 더 집착하는 남건과 필요하다면 협상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남생은 이렇게 서로간의 의견충돌이 생기게 되지요. 형제끼리도 물러설 수 없는 대립관계이죠.

평양성을 지키고 있는 고구려군은 이 성마져도 무너지면 사실상 전쟁에서 패하는 순간이 되어버립니다. 그런 가운데 식량도 거의 다 떨어지고 위기 아닌 위기를 겪게 되지요.

평양성을 앞에 두고 적진을 향해 도착한 김유신은 그러나 당나라 측에 간섭과 압박을 받게 됩니다. 신라 군사가 오지 않으면 단독적으로 전쟁을 치루겠다는 것과 더불어 신라고 고구려고 뭐고 다 쓸어버릴 심산입니다.

우리의 거기기 역시 위기 상황입니다. 거기에 잘난 맛에 우쭐대는 문디라는 청년 때문에 대립도 심한 상태죠.  그러나 우리의 거시기는 8년 전의 노하우로 아군과 적군 사이에서 살아남는 노하우를 전수하려고 하죠.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얼떨결에 고구려의 포로가 되지만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고구려의 여전사인 갑순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남건과 남생, 김유신과 그리고 거시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정말로 거시기 할 때 까지 거시기 해야하는 상황이 다시 돌아오고야 말았습니다.






'황산벌'의 속편인 '평양성'은 8년의 공백이 있던 작품이나 그 공백을 무색할만큼 많은 준비를 한 것이 많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전작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김유신 역의 정진영 씨나 거시기의 이문식 씨가 속편에서도 등장했으니 말이죠.

중심을 잡던 인물들이 많이 사라진 만큼 이를 대신할 인물들도 많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미친존재감 류승룡 씨와 사랑스러운 악역인 윤제문 씨를 기용한 것은 분명 괜찮은 방법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어떻게 해야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분명 제작비는 '황산벌'의 두 배가 늘어났다고 하지만 스케일은 커졌을지 몰라도 정말 커졌는가라는 의문을 갖긴 했으니깐요. 8년전이니 물가상승률도 고민해야 하니깐요. 그러나 아쉬운 것은 스케일도 아니고 연기력도 아닌 코미디의 비중입니다.


'황산벌'을 생각한다면 비장함 속에 터져나오는 개그들이었습니다. 욕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제압하는 방식은 '황산벌'을 재미있는 코미디영화로 만들게 된 주 요인이었습니다. 그리고 계백과 김유신의 각기 다른 전략을 볼 수 있는 방식이라서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였다는 겁니다.

그러나 8년만에 돌아온 '평양성'은 그 웃음의 강도가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코믹함을 유도하기 위해 사투리와 구수한 욕설이 섞인 노래방용 가사까지 영화에 등장하기도 했지만 구수하고 해학적인 그 욕이 8 년 전 만큼은 못하다는 것은 제가 영화보는 스타일이 변해서 그럴까요? 아무튼 저는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이 점에 대해 이준익 감독은 웃음보다 비장함에 더 중요한 포인트를 두었다는 이야기도 하셨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웃음이 너무 약하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가령 군사면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인 고구려 군이 자신들의 병력이 적은 이유를 노래로 표현한 대목에서는 재미있는 가사와 CG가 인상적이었고 고구려 군이 사기 진작을 위해 신라 군사들을 향해 온갖 진기한 물건들을 던지는 장면도 인상적인 장면이었지요.

 






 

하지만 영화의 변화만큼이나 '황산벌' 이후 8년  분명 이준익 감독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왕의 남자'와 '님은 먼 곳에' 같은 대박 작품을 만든 것도 있지만 이준익 감독과 오랜동안 파트너로 지낸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대표의 안타까운 별세 소식도 있었던 것이죠.

커진 스캐일 만큼이나 그에게 변화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트위터로 소통을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관객과 트위터 유저들에게 이야기한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모습에서는 영화의 승패를 떠나서 일단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상적인 카메오가 많았던 이유도 '평양성'의 재미인데요. '달인'의 김병만, 류담 씨를 비롯해서 신라의 왕으로 처음과 끝에 열연한 황정민 씨의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그외에도 류승완 감독을 비롯해 박용우, 이원종 씨를 찾는 재미도 솔솔하죠.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배우가 한 명 있었는데요. 물론 앞에 말씀드린 류승룡, 윤제문 씨도 있겠지만 꽃미남 두 명이 등장한다는 것인데요. 남건과 남생을 조율하는 역할로 등장한 남산 역의 강하늘 씨는 알고보니 뮤지컬 작품등에서 좋은 연기를 선사한 배테랑 배우였고요. 잠시긴 했지만 거시기 이문식 씨와 짝을 이룬 머시기 역의 김민상 씨의 경우 출중한 외모를 지닌 배우인데 알고보니 이 분은 아역 배우 출신이더군요.

잠시이고 많은 분량을 차지 하지 않지만 인상적인 외모와 연기를 보인 이 두 배우도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의 엔딩을 등장한 배우도 인상적인데 바로 전원주 선생님이죠.

정말 재미있는 사실은 전작인 '황산벌'의 엔딩과 '평양성'의 엔딩은 거의 비슷하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물론 식구가 두 명(!) 늘기는 했지만 이준익 감독이 이야기했다던 평화에 대한 간결한 소망을 이 작품의 마지막 엔딩에서도 보여준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님은 먼 곳에'속에 등장한 마쵸적 묘사부분은 경계대상이죠.)


마지막을 보는 재미는 또 하나 있는데요. 엔딩 크레딧에 등장하는 음악입니다.

바로 강산에 씨가 2002년 7집으로 발표한  노래 '와그라노'를 '평양성' 출연진이 영화의 성격에 맞게 개사해서 부른 점이라는 겁니다. 아무래도 사투리가 많이 들어가는 영화답게 이 노래를 재미있게 해석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관객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있으니 꼭 끝까지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정말로 이 영화는 아쉬운 영화입니다.

웃음포인트와 비장함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은 힘들다는 점은 알지만 뭔가모를 아쉬움이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정말로 박중훈 씨가 트위터로 이야기했던 대로 계백장군께서라도 유령으로라도 까메오 출연 좀 하셔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쉬움이 분명 남지만 이준익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는 강/중/약을 이용할 줄 아는 얼마 안되는 감독이서가 아닐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