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그린호넷]미셸 공드리, 그대는 판타스틱하고 헝그리한 시절을 잊었는가?

송씨네 2011. 1. 30.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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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공드리는 일상 속의 이야기들을 판타지 적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감독이죠.

참으로 희안한 양반이죠. 대부분의 이야기가 꿈에 대한 이야기고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기도 했지요.

이는 '수면의 과학'이나 '이터널 션샤인'을 같이 작업한 찰리 카우프만으로 인해 가능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정말 그 때문이었을까요? 잭 블랙과 함께한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여전한 독특한 이야기로 사랑받긴 했을지 몰라도 약발이 다했다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액션을 하겠다니 말이죠. 물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주성치가 감독과 주연직을 사퇴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였고. 최고의 인기 라디오 드라마를 극으로 만들었고 이소룡도 이 드라마를 통해 인기를 얻었다고 하던 그 작품...

21 세기로 돌아온 익숙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히어로...

영화 '그린 호넷'입니다.




브릿은 철없는 신문사집 아들입니다.

그러니깐 신문 재벌가의 아들이라는 소리인데 아버지 믿고 그냥 흥청망청 살아가던 청년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과 맞딱드리고 졸지에 신문사를 경영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자신을 어려움에서 구해준 중국인 청년 케이토와 같이 일을 하기로 하는데 이 청년은 어딘가 모르게 천재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정비사 출신인지는 몰라도 차를 기가 막히게 잘 수리하는 것은 물론이요 개조도 잘한다는 것이죠.

그게 마음에 든 브릿은 그를 신문사 고문이자 커피 심부름 꾼으로 채용하게 됩니다.

그러나 케이토는 악당을 한 손으로 때려잡는 범상치 않은 청년이었던 것이죠.

브릿은 결심합니다. 악당으로 위장한 슈퍼히어로가 되자고 말이죠.

그리고 케이토와 함께 블랙 뷰티라는 이름의 고급 세단을 몰고 거기에는 온갖 최첨단 장비를 몰고 악당을 퇴치하기로 맘먹은 것이죠. 베트카가 부럽지 않고 키트카가 부럽지 않은 순간입니다.

하지만 얼떨결에 마약공장이 쑥대밭이 된 것은 물론이요, 부하들이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악당인 처드노프스키는 이 푸른 벌떼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죠.

또한 그린 호넷이라는 이름이 아닌 철없는 언론인 브릿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여기 또 있는데요. 까칠 검사 스캔런은 출세에 욕심이 많은지 브릿에게 사사건건 트집입니다.

거기에 비서로 들어온 매력적인 여인 르노어까지 가세하면서 점점 상황은 꼬이기만 합니다.

브릿이나 케이토 모두 이 여인에게 홀딱 빠져버렸으니 말이죠.

이 어설픈 악당들이 슈퍼악당으로 거듭나는 길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여러분이 지금 보신 영화는 미셸 공드리의 영화입니다.

서정적이며 몽환적인 이야기를 만든 지금까지의 미셸 공드리의 영화와는 전혀 다르다는 겁니다.

마치 몸에 안맞는 옷을 억지로 입혀보려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그런 생각은 저만 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미셸 공드리가 이런 서정적이며 몽환적인 이야기를 만들수 있었던 요인은 그가 CF 감독 출신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CF 감독이 파격적인 영화를 못만들라는 법은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보이는데 바로 미셸 공드리다운 영상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그런 장면이 없다는 건 아닙니다. 

그린 호넷을 잡기 위해 부하들에게 수배령을 내리는 처드노프스키의 모습에서는 화면분할로 관객들을 집중시키지만 사실 이런 화면 분할 장면도 많은 감독들이 써먹어서 그렇게 신선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나마 인상적인 것은 브릿의 아버지인 제임스 리드가 왜 착한 언론인이 되었는가에 대한 과정을 이야기하는 장면에 사용된 CG입니다. 그 장면 만큼은 확실히 미셸 공드리다웠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 뿐이라는 겁니다.



몽환적인 이야기를 만들었던 사람에게 액션 영화에서도 그런 연출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수는 없습니다.다만 그만의 아기자기하고 독특했던 아이디어가 상업영화로 넘어가면서 그 빛을 잃어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깐 과거 저예산이나 기발한 아이디어의 영화를 만들었을 때 만큼이 안나온다는 이야기이면서 한편으로는 그가 헝그리 정신을 잃었다는 의미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했던대로 그의 파트였던 찰리 카우프만도 없다는 것도 치명적인 약점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 영화는 3D로 만들어졌다고 그렇게 강조하는데 3D 장면에는 공을 들였는가라는 의문도 하게 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이 역시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나름 3D로 만들려고 애를 썼고 케이토의 액션 장면에서 특히나 이런 장면들이 많이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바타' 같은 작품이나 3D 애니메이션에 기대를 했던 탓일까요? 기대했던 3D 장면이 상당히 없었다는 것이죠.

한 네티즌이 이 영화에서 3D로 볼만한 장면은 고작 엔딩크레딧이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저 역시도 그 부분에 동감할 수 밖에 없더군요. 정말로 이 영화는 오히려 엔딩 크레딧의 3D 효과가 더 기가막힙니다.(농담으로 하는 얘기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그린 호넷'은 뼈대있는 시리즈입니다. 

이래뵈도 1936 년산이라는 겁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처럼 라디오 드라마로 성공한 몇 안되는 작품중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많은 영화사에서 눈독들였고 여러번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앞에도 이야기했듯 이소룡이 케이토로 등장하면서 이 작품은 그야말로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영화에서 케이토로 등장한 주걸륜 역시 이소룡의 열렬한 팬이고 자신의 노래인 '쌍절곤'이라는 이름의 노래에서도 이소룡을 헌정하는 의미로 부르기도 했지요. (실제 이 영화의 엔딩크레딧에도 그의 노래가 실렸으니 알만하죠.)

그러고 보면 주결륜의 헐리웃 진출작치고는 상당히 근사한 편에 속하긴 합니다만 우리에게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통헤 보여준 피아노 연기가 기억에 남아서 그런지 많은 기대를 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르노어에게 피아노 연주를 하는 장면을 보고서는 이 영화가 떠오르게 만들더군요.


아무래도 이 영화를 보면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도 드실껍니다.

블랙 뷰티라는 세단은 영락없는 베트카를 연상시키고 그린 호넷의 두 맴버는 베트맨과 로빈을 연상시키기 충분합니다. 코믹스들이 과연 이 라디오 드라마에서 영감을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주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것 보다 저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미디어가 얼마든지 조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인데 철모르는 우리의 주인공 브릿만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필요하다면 자신들이 악당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신문 1면에 실어 자극을 주기도 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자신의 정치생활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언론을 이용하는 스캔런 검사의 모습은 구역질이 날 정도이죠.

하지만 이런 모습이 남의 나라일 같지가 않네요. 최근 일부 신문사들이 공중파로 진출을 선언하면서 종편 문제로 말이 많은 점이 있는데요. 신문과 TV를 장악한 언론들이 일부 정치인들이나 정부 혹은 자신들에 유리하고 입맛에 맞게 기사를 쓰거나 조작, 은폐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영화속 이야기는 전혀 비현실은 아니라는 것이죠. 결코 웃을 수만 없는 세상이라는 겁니다.




영화의 마지막도 그린 호넷 조직이 국민과 기자를 속이는 장면으로 끝을 맺습니다. 유쾌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하나의 사기이자 조작인 경우이죠.

그런데 이런 엉뚱한 생각이 드네요. 신문사를 그렇게 쑥대밭으로 만들고도 주인공들은 태연하게 다른 업무를 볼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분명히 신문사에는 '당분간 신문은 쉽니다'라는 공지라도 해야할 판인데 말이죠.

우리나라 같으면 이런 신문사들이 쑥대밭이 되고 휴간하는 꼴은 절대 못보겠죠?

그러고 보면 우리 언론은 그린 호넷 그 친구들 보다 더 영특하지만 더 못된 진짜 악당들이 아닌가 싶어집니다. 




ps. 그나저러나 일부 블로거와 네티즌은 이 재미있는 영화(시나리오)에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제대로 이용 못했다고 미셸 공드리를 공격하네요. 하지만 그게 미셸 공드리 잘못 뿐일까요? 

아무래도 다시 언더로 돌아가서 배고픈 시절의 영화를 다시 찍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