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글러브]강우석 버전의 '야구 실미도' 혹은 '공포의 외인구단'?

송씨네 2011. 1. 22. 14:55

강우석 감독의 영화에는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습니다.
결코 작은 영화가 없다는 것이죠. 또한 감동과는 거리가 멀고 와일드함(남성적)이 있는 경우가 많지요. 또한 정치색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서 때로는 논란을 부르기도 하는 것이 강우석 감독 영화들의 특징입니다. 그러던 그가 청각 장애인들이 속한 야구부들의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을때 저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진짜 감독 강우석일까... 보통 이런 경우는 그냥 제작 지휘만 맡고 신인감독들에게 입봉 준비 시키려고 넘겨주는 경우가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의심은 더 했습니다. 사실 그렇잖아요, 조지 루카스 혹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으로 착각한 영화는 알고보면 제작 지휘에만 참여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 나서는 낚였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깐요.  그런점에서 강우석 감독은 왜 이 이야기를 선택했을까요? 실제 청각장애 야구단인 성심고등학교 야구단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영화 '글러브'입니다. 

폭행사건에 휘말린 한 인기 야구선수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상남... 
야구팀 구단주도 KBO도 손을 놓아버렸지요. 영구퇴출의 위기가 발생한 상황에서 과거 상남의 동료이자 지금은 그의 매니저인 철수는 그를 다시 구장으로 컴백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와중에 상남은 억지로 떠밀리듯 청각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모인 야구팀에 코치를 맡게 됩니다. 
열심히는 하지만 웬지 모를 어설퍼보이는 아이들... 상남이 이들을 유쾌하게 바라볼리가 없지요. 
혹독한 훈련은 야구단을 같이 지휘하는 교사 주원과 교감 선생님을 난처하게 만들지만 서로 서로 그 진심을 알아가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놀림감을 받기 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자는 상남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충격을 주는 한마디임은 분명했습니다. 이들에게도 목표가 생겼습니다. 
봉황기 야구대회에 출전해서 1 승을 목표로 뛰는 겁니다. 과연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1 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요?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이거 정말 강우석 감독 작품 맞나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 이 작품을 감상하고 나서의 소감이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친구들의 이야기인데다가 봉황기 대회는 사람들도 많이 찾지 않는 대회라는 겁니다. 
하지만 봉황기는 야구 마니아들이라면 훌륭한 선수들을 배출한 대회라는 것을 아실껍니다. 박찬호, 조계현, 김재박 등의 선수를 탄생시킨 대회라는 겁니다. 더구나 충주성심학교는 우리가 그렇게 알고 있는 야구명문은 것이죠. 

그럼에도 강우석 감독이 이 대회에, 이들의 모습에 관심을 갖은 것은 의외의 일이라는 겁니다. '실미도'에서 호쾌한 액션을 보여주었고 '이끼'에서는 스릴러를, '한반도'는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감독이죠. '공공의 적'이나 '투캅스' 시리즈에서도 사회풍자와 액션과 코미디를 버무렸고요.  

그에 비하면 이 이야기는 상당히 강우석 감독 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가면 강우석 감독이 결코 이런 영화를 만들지 못했던 감독도 아니라는 겁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1991) 같은 하이틴 영화를 만들었던 사람이라는 겁니다. 그러고 보면 강우석 감독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구나라는 느낌이 드실껍니다. 

그런점에서 보면 일부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강우석 감독이 초심으로 돌아갔다는 소리는 결코 틀린 이야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글러브'는 그야말로 강우석 감독의 초창기 영화 스타일을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선과 악의 싸움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위기에 해당되는 부분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이들의 이야기를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진정성이었다고 보여집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상남의 이야기나 러브라인이 등장하는 등의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있었지만 실제 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라는 겁니다. 더구나 대부분의 대사가 수화로 이루어진 것은 쉽지 않은 모험이라는 겁니다. 자막보다는 대사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자막을 읽는 것은 불편한 일일 수도 있지만 강우석 감독은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많은 수화와 자막이 들어감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세상과 편견을 막기 위한 노력도 보인 흔적도 보이는데요. 철수가 사람들에게 벙어리라는 말대신 청각 장애자라고 순화시켜 말해달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관객들이나 많은이들이 착각하고 오해하기 쉬운 부분을 대신 말해주는 부분이라서 오히려 속이 시원하더군요. 




 제 주위에는 장애를 겪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의던 타의던 간에 몸이 불편해진 사람들인데 그들은 의외로 자신들이 동정받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저도 굳이 그들을 동정하기 보다는 똑같은 사람으로 인정하고 싶고요. 분명 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살아가기를 원하고 동정보다는 격려를 원한다는 것이죠. 제가 작년인가 지적장애를 겪은 친구들이 만든 오케스트라 관련 행사를 다녀온 덕분일까요? 장애를 겪은 그 친구들은 동정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격려하고 더 대단한 친구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충북성심학교의 야구단 선수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일반인 야구단도 힘든 경기들을 무리없이 소화해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는 겁니다. 




 사실 이런 스포츠 영화는 넘기 힘든 장벽이 많습니다. 특히 야구 영화나 드라마는 잘 안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이현세 작가의 '공포의 외인구단'이 영화 버전으로 만들어졌을 때 성공한 것을 제외하면 여전히 스포츠 영화, 특히 야구 영화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저처럼 야구 규칙을 모르는 이들도 부담없이 볼 수 있고 부담없이 감동받을 수 있는 영화라는 겁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강우석 감독의 초심으로 돌아가기인 동시에 그의 또 다른 버전의 '야구 실미도'이거나 혹은 강우석 버전의 '공포의 외인구단'이 아닐까 싶어지네요. 


 많은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강우석 감독이나 장진 감독이 선호하는 정재영, 강신일 씨는 그렇다치더라도 역시 가장 주목할 배우들은 청각장애 야구단 선수로 등장한 배우들입니다. 장애를 겪은 사람들의 역할은 일반인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하고 고생도 많이 해야하는 편입니다. 그런점에서 김혜성, 장기범, 이현후 군을를 추측으로 한 세 명의 등장인물들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장기범 군의 경우 장애를 가지고 있으나 유일하게 말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선수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정상인과 장애인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지녀야 하는 힘든 역할을 소화해낸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네요. 





 사실 이 작품은 연소자 관람가입니다만 약간의 욕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연소자 관람가 영화로 만들었지만 영화적 재미를 위해 위트있는 약간 코믹한 욕설들이 몇가지 등장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연소자 관람가 영화라고 무조건 어린 아이들 동반하는 부모들은 좀 잘못되었다고 보여지네요. 영화를 보시는 부모들도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향하기 앞써서 영화에 대한 사전지식은 어느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지네요. 


 저는 이 작품 '글러브'가 '이끼'와 다음 대박 작품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워밍업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워밍업 작업임에도 단순하게 이야기를 만들지 않고 나름 공을 들인 강우석 감독의 솜씨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감독들이 가장 주의해야하는 것이 강중약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인데 그것이 앞으로 강우석 감독의 숙제이자 다른 감독들도 이런 숙제에 직면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