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아이 엠 러브]에로틱 맬로의 제대로 된 정석을 보여주다!

송씨네 2011. 2. 13. 15:46




우디 앨런의 영화를 막장이라고 제가 표현했지만 오늘 소개할 '아이 엠 러브' 역시 이에 버금가는 영화입니다. 사랑에 대한 당당한 이야기라면 사실 문제될 것이지 없지만 그것이 한 가족과 집안을 파멸시키는 이야기라면 그 이야기는 분명 달라진다는 것이죠.

사랑에 대한 무섭고도 자극적인 이야기, 영화 '아이 엠 러브'입니다.



엠마는 러시아에서 이탈리아로 시집을 왔습니다.

방직업으로 떼 돈을 번 레키가는 사업번창으로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하는 때입니다.

그 가운데 레키가의  남편 탄크레디와 아들 에도아르도를 후계자로 삼으면서 이들의 전통은 무리없이 이어지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아들 에도아르도의 친구인 안토니오가 시아버지의 생일잔치에 잠시 나타나면서 입니다.그냥 잠시 들렸지만 언제부터인가 두 사람은 서로를 원하는 모습으로 변해있었으니깐요.남자를 만나 사랑을 했지만 그 생활에 염증을 느낀 엠마에게 안토니오는 구세주와 같았습니다.

한 편 엠마의 딸인 엘리사베타가 동성애자인 다른 여자 친구를 사귄다는 사실을 어머니에게 커밍아웃 하게 되지요. 하지만 의외로 딸의 이런 힘든 사랑을 인정해줍니다. 자신도 그런 힘든 사랑을 지금 하고 있으니깐요.

또 다른 축하파티를 앞두고 엠마는 매인 주방장으로 안토니오를 기용합니다.

하지만 깊은 사랑에 빠진 이 사람들은 사람들에게 들켜서는 안되는 것을 하고야 말지요. 자신의 아들에게만 먹였던 음식의 레시피를 안토니오게 이야기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갑자기 난대없이 올라온 요리에 당황한 에도아르도...

하지만 비극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하얀 설원의 이탈리아의 어느 도시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영화가 올드한 구석이 많습니다. 오프닝 화면은 예전 클레식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큼지막한 자막으로 영화의 스텝진들이 올라와 있고 큼지막한 자막으로 런던, 밀라노를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죠.

세트나 사람들의 움직임에 있어서도 기교가 보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한 여자의 일탈이라고도 느껴지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영화들의 끝이 대부분은 그 사람 자신을 파멸시킴과 더불어 친했던 사람들의 우정과 사랑도 잃어버리는 결과이지요. 이 영화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별 것 아닌 이야기이지만 오히려 엉뚱하게 사건이 터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불랙홀로로 이들 가문이 파멸하게 되지요. 그런데 앤딩을 보면 더 가관이지요. 파멸을 자초한 엠마와 안토니오가 도피한 곳은 상당히 어둡고 음침한 동굴이라는 것입니다. 동굴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이들이 푸른 바다나 산들로 도망쳤더라면 행복한 해피엔딩을 암시했겠지만 어두운 동굴이 의미하는 것은 한마디로 이들의 암울한 미래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됩니다.


사실 이 영화 '아이 엠 러브'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푸른 풀밭에서 안토니오와 엠마가 나누는 정사씬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정사장면이 섹스에만 몰두 하는 남녀의 모습을 장시간 동안 보여주고 있다면 이 영화는 재미있게도 자연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친듯이 움직이는 동식물의 모습들을 카메라로 비추고 있었다는 것이죠. 마치 이런 느낌은 우리나라 영화의 초창기 70~80년대 애로 영화를 보면 정사를 나누는 장면에서 갑자기 화면이 어두워져서 다른 화면으로 넘어가거나 물레방아, 풀밭으로 샷을 옮기는 그런 방식과도 다름없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어느 애로틱한 장면보다 더 애로틱하게 느껴진 것은 자연의 변화만큼이나 인간의 정사가 어찌보면 자연의 순리인지도 모르지만 위험한 미래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의 동굴장면처럼 말이죠.






영화속 엠마는 우리나라로 치면 종가집 며느리와 같은 분위기입니다.

품위를 지켜야하며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지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안토니오에게 러시아 여자인 자신이 고향을 버리고 이탈리아 대형 가문의 며느리로 살아감의 고충을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그 고충과 외로움을 열거하면서 이 두 사람이 일탈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한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품위와 일탈 사이에서 갈등하는 엠마 역으로 등장한 틸다 스윈튼은 영국에서 출생한 배우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국적인 러시아 여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연기력이 좋았던 것은 중간 중간 등장한 러시아어 대사가 상당히 자연스러웠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린다 스윈튼의 과거 영화들은 그녀의 모습만큼이나 코미디보다는 스릴러보다는 이런 격조 높은 맬로에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녀의 필모그레피를 잘 살펴보면 코엔 형제와 찍은 코미디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의외라는 생각도 듭니다.

에도나르도 역으로 분한 플라비오 파렌티나 안토니오 역으로 등장한 에두아르도 가브리엘리니는 다작을 출연한 배우들은 아니지만 플라비오 파렌티의 경우 이탈리아에서 많은 드라마를 통해 사랑을 받았으며 에두아르도 가브리아엘라니는 영화감독으로 활약한 경력도 있는 재능있는 배우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탈리아 도시의 하나인 산래모에서 벌어지는 엠마와 안토니오의 만남 장면은 멋진 풍경을 만들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으며 대형가문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촬영장소에 신경을 쓴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이 영화는 2009년에 만들어졌지만 느낌은 클레식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강했던 영화였죠. 큼지막한 글자의 오프닝만큼이나 끝을 알리는 'Fin'이라는 엔딩 자막도 그냥 'End'라고 끝나는 자막보다도 이국적이죠. 이탈리아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인 것 같습니다. 




이국적인 화면 속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리고 클레식한 느낌의 자막과 연출이 인상적인 영화 '아이 엠 러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