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그대를 사랑합니다]강풀 원작, 이번에는 징크스 깨질려나?

송씨네 2011. 2. 15.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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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생, 1944년 생, 1939년 생, 1951년 생...

자, 앞에 열거한 년도는 무엇을 의마하는 것일까요?

바로 한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의 출생년도입니다.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이 분들의 출생년도라는 겁니다.

외국영화의 경우 예순을 넘긴 실베스타 스텔론도 액션을 하는 나이이며 잭 니콜슨을 비롯한 노장 배우들도 여전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하물며 우리나라도 그렇지 말라는 법은 없죠.


이미 추창민 감독은 '마파도'를 통해 중년을 넘어선 노년의 이 배우들도 절대 젊은이들 못지 않은 흥행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2007년 다음 만화속세상에 연재되어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뮤지컬로도 사랑받았고 드라마로의 제작 이야기가 나왔지만 드라마가 무산되었지요.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어버렸습니다. 2011년 스크린에서 만나는 네 번째 강풀의 원작만화 영화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소개합니다.



새벽을 여는 오토바이 소리...

한 노년의 남자가 오토바이를 몰며 우유를 배달합니다. 뒷편에서는 한 여자가 리어커를 몰고 있고요.

힘이 부치는 그녀는 언덕에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오토바이를 몰던 남자는 잠시 오토바이를 멈추고 그녀에게 다가와 말을 걸지요.

그렇게 만석과 송 할머니는 만났습니다.

고집도 세고 입에 욕을 달면서 살아가는 만석은 혼자서 살아가는 송 할머니에게 친근함과 더불어 동정심이 생깁니다. 그리고 어느덧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동사무소에서 허겁지겁 만석은 송 할머니에게 송이뿐이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누군가에게는 영정사진일지도 모르지만 그녀에게는 첫 증명사진이 찍혀지는 순간이고요.

한편 군봉과 순이 부부는 남부럽지 않게 세상을 살아갔지만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그들의 머리카락은 어느 덧 하얀색으로 가득차게 되었습니다. 순이는 치매에 걸려버렸고 그런 그녀를 위해서라도 군봉은 주차장 관리직으로 근근히 살아가야 합니다.

그런 그들에게 위기가 찾아옵니다. 나이든다는 것, 자식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나이들어 사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대를... 그대를 사랑한다고 말이죠.





강풀의 만화들은 극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입니다.

그래서 상당히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기는 안성맞춤인 작품들이 많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것을 주저하는 이유는 만화적 느낌도 살려야 하는 부담감일 수도 있을테고 원작을 죽이지 않고서 강풀 만화의 감동코드를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느냐는 것입니다.

이미 강풀의 작품은 세 번이나 제작이 된 적이 있습니다.

안병기 감독은 다른 방식으로 '아파트'를 만들어보려다가 원작도 못살린다는 평으로 끔찍한 참패를 했고 그나마 원작의 감성에 어느 정도 충실했다는 '바보'도 겨우 겨우 흥행참패를 면했습니다. 젊은 감성으로 만든 또 하나의 작품이었던 '순정만화'는 원작에는 충실했으나 관객과의 호흡에는 실패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작품이 네번째이네요. 재수생도 삼수이상 하는 것도 쉽지 않은 마당에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할 때 그 전 강풀의 원작 작품을 영화화한 것과 달리 가능성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여전히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겠지만요.



여러 감독들이 손을 댔지만 대부분이 참패를 면치 못했던 강풀의 만화 원작들...

사실 실패한 이유에는 이들의 영화에 답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원작 만화의 만화적 감성을 살리지 못했고 원작을 영화로 옮기다보니 감독들이 욕심이 생겼는지 전혀 다른 도전을 시도해보려다가 실패한 것이 강풀 작품중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작품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믿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원작과의 싱크로율이 90%에 가까울 정도이기 때문이죠. 거의 원작에 가까운 것이 좋게 말하면 원작을 살려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자칫 복제품이라는 악평도 들을 수 있겠지만 추창민 감독은 원작을 살리는데 우선 중점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세트도 있겠지만 현장에 맞게 장소를 섭외한 것이 이 작품의 결정적인 공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히나 이뿐의 집으로 등장한 곳의 전경은 원작과 흡사하다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죠. 거기에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가로등 위치가 틀리다는 것 정도... 오히려 가로등도 제작진이 심었다는 군요. 영화를 위해서 말입니다.

소소한 애피소드들도 빼먹지 않았는데요. 가령 스크레치 당한 깍뚜기 아저씨의 일화라던가 사진관에서 벌어진 애피소드 등의 경우 원작과 상당히 일치하게 등장합니다. 특히나 깍뚜기 아저씨로 잠시나마 웃음을 준 이문식 씨도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말이죠. 






뭐니 뭐니해도 배우들의 원작과의 싱크로율의 경우도 추창민 감독과 만화가 강풀이 모두 만장일치로 인정할 정도로 틀리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만석 역의 이순재 선생님은 물론이요, 이뿐 역의 윤소정 선생님은 이 역을 위해 태어나신게 아닌가스러울 정도로 원작과 닮아있습니다. 심지어 만석의 버럭 캐릭터는 이미 이순재 선생님께서 '하이킥' 시리즈를 통해 보여준 것이라서 전혀 어색하지도 않고요.

군봉 역으로 등장한 송재호 선생님은 안경을 쓰는 장면이 없어서 원작과 다르지만 연기하는 모습과 원작에서 군봉의 모습과도 거의 일치하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껍니다. 송재호 선생님도 최불암 선생님이나 이순재 선생님 만큼이나 따뜻한 가장 역할을 전문으로 한 배우답게 친근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갔을테니깐요.


아쉬운 점은 김수미 씨입니다.(아직 막내이시고 어리신 점을 생각해 다르게 존칭을 불렀습니다.) 김수미 씨의 경우 어떻게 보면 원작에서 연관성이 가장 멀어보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영옥 선생님이나 다른 분이 오히려 순이 역할을 했더라면 아쉬움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김수미 선생님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죠. 구수한 욕으로 관객을 즐겁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것이죠. 어떻게 보면 순이라는 캐릭터는 가장 심심한 캐릭터가 될 수 있는데 김수미 씨는 거기에 그녀만의 특유의 개그를 살려서 자칫 슬퍼보이는 군봉과 순이 부부의 캐릭터에 활력소를 집어넣게 됩니다. 거기에 작은 조연임에도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했던 우리의 '멍지효' 송지효 씨나 고물상 주인으로 등장한 오달수 씨의 모습도 참으로 멋졌습니다. 





영화가 따뜻함을 느끼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영화음악의 힘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루시드 폴이나 옥상달빛 같은 실력있는 인디 뮤지션들이 참여한 OST(물론 수록곡이 없어 거의 싱글에 가깝습니다.)도 멋졌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엔딩에 해당되는 장면에서 ET처럼 달을 향해 오토바이를 타고 날아가는 만석과 이뿐의 장면에 등장한 옥상달빛의 '들꽃처럼'이라는 노래는 가사가 참 아름다웠던 노래였던 것 같아요.


아이같이 미소짓는 그대가 보여요 아무도 모르는 수줍은 들꽃처럼

밤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보다 눈부신 그대의 기억을 놓지 않을래요
조용히 눈을 꼭 감고 그댈 생각해요
다시 피어날 꽃처럼 나는 기다릴게요
지저귀는 새들처럼 당신과 영원히 속삭이고 싶어 그댈 사랑한다고
어젯밤에도 나의 꿈속에 우린 함께였죠 영원할 것처럼 내 곁에 있어 줘요
조용히 눈을 꼭 감고 그댈 생각해요
다시 피어날 꽃처럼 나는 기다릴게요
아름다웠던 그 날을 부디 기억해요 아름다웠던 그대요 정말 고마워요


 



노년의 사랑은 과거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황혼이혼과 더불어 핵가족화로 인해 노인 인구는 의외로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들의 사랑에 손가락질 하기 이전에 우리는 그들처럼 더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사랑하는가에 대해 묻게 됩니다. 오래간만에 강풀 님의 만화를 보고 그것이 영화화 된 작품을 보면서 공감아닌 공감을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