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뭘까요?
사랑의 정의는 그 어떤 학자가 내린다고 해도 정답이 없는 녀석입니다.
여기 사랑에 목마른 여성이 있습니다. 그녀가 의지할 것은 거리를 나돌아다니는 강아지들입니다. 왜 그녀는 강아지에 집착할까요?
부산영화제를 비롯한 많은 영화제에서 인정하고 독립영화계에서도 기대를 모았던 그 영화가 얼마전 개봉하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개장수...
혜화를 만나러 갑니다. 영화 '혜화, 동'입니다.
낡은 스쿠터를 몰고 한 여자가 어디론가 가고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혜화입니다.
작은 플라스틱 철장을 매달고 그녀가 향한 곳은... 철거라는 빨강 락카로 가득한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마을입니다.
그녀는 반려견들 찾아서 동물병원 수의사인 정헌에게 치료하고 입양을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입양이 안된 강아지는 그녀가 키우고 있지요.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집에는 수많은 강아지들이 있습니다.
한 편 그녀의 집의 곁에 맴도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한수...
철모르던 시절 그들은 사랑을 하였고 한 생명이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세상을 떠났고 그렇게 그들은 이별하는가 싶었습니다.
한수가 이야기합니다. 아이가 아직 살아있다고 말이죠.
한수는 자신의 핏줄일지도 모르는 아이의 집을 맴돕니다.
그리고 혜화도 그렇게 되고야 말죠.
얼떨결에 자신의 아이를 납치해버린 꼴이 되어버린 이 두 사람...
끝날 줄 모르는 이들의 시련, 그리고 그들의 노래...
더 이상 이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르기에는 이들의 삶은 너무 벅찹니다.
반려견과 미혼모... 웬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재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괴상한 연결고리는 영화를 잇는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인공 혜화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와도 상당히 관계가 있지요.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를 잃었고 아이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애지중지하던 강아지 들을 보내고 보낸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어머니도 잃은 것이나 다름없으니깐요.
그녀는 이제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점에서 버려진 강아지들을 보면서 혜화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버렸을지도 모르는 그 녀석들인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믹스견들 사이에서 태어난 하얀 강아지가 영화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파랑새를 찾으러 다니는 사람처럼 혜화는 이 엉덩이에 큰 상처를 입은 하얀 강아지를 찾느리라 난리이니깐요.
이 영화에서 반려견 만큼이나 중요한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미혼모인 혜화의 모습입니다. 혜화와 한수는 젊은 시절에 만났고 불장난 같은 사랑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싱글맘들이 그렇듯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그런데 그러기도 전에 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지요.
그리고나서 돌아온 현수가 이야기합니다. 아이는 죽지 않았다고 말이죠.
입양된 아이는 한 대학교수 부부가 키우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죠.
그 아이의 뒤를 계속 맴도는 현수는 죄책감을 넘어서서 광적인 집착을 보이기도 합니다.
재미있게도 영화는 이들의 아이의 모습을 보여줄듯 말듯 합니다.
중요한 장면에서는 재빨리 사라지고 심지어 토끼가면으로 가리더니만 중요한 순간에서는 주정차 단속차량이 이들을 막습니다. 긴박한 장면이면서도 웃기는 장면이기도 하고 애달픈 장면이라는 것이죠.
영화의 후반에 들어서면 이 아이에 대한 상당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반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납치를 목적으로 그 대학교수 부부의 딸을 납치한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자신의 아이를 보기 위해 그랬던 것이죠. 그게 처음에는 현수만의 집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집착은 혜화 역시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면 물으실 껍니다. 반려견과 어린 아이 그리고 혜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것은 사랑을 받기도 했으며 그리고 무관심 속에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반려견이라는 것이 주인들의 실수로 엉뚱하게 이들 강아지나 개가 가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쩌면 이들 중에는 불필요해서 버려진 강아지들도 상당수라는 것입니다. 동물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그렇듯 이들은 운이 좋으면 좋은 곳으로 입양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주인을 찾지 못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안락사시키는 것이 이들의 모습입니다. 더 상황이 좋지 않다면 개장수들에 걸려 건강원이나 보신탕집으로 죽어나가는 운명일 수도 있을테고요.
영화에서 혜화는 하얀 강아지에 집착합니다. 어릴 적 피치 못할 사정으로 분양시킨 강아지들 중의 한마리이기도 하며 가장 열심히 키운 강아지이기도 하니깐요. 하지만 그들의 후손이 버려진 상태에서 거리를 거닐고 있고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렇게 걷고 걷습니다. 혜화는 개장수와 마주치지만 그 자리에서 털석 주저앉고 맙니다. 자루에 들어갔다는 것은 더 이상 이 개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 개를 구하기에는 그녀에게는 용기가 부족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핏줄로 태어난 자식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과도 연관이 있어 보이는데요. 그것이 혜화가 강아지를 구하러 다니는 이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용근 감독은 공중파 TV의 다큐맨터리 스텝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영화에 이용했는데요.
실제로 '혜화,동'의 반려견을 구하는 여인의 모습도 자신이 과거 취재하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상당히 자료조사도 조사이지만 실감나게 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이런데에는 이 영화의 주인공인 혜화 역을 맡은 유다인 씨의 공이 큽니다. CF 모델과 몇 작품의 단역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 작품을 통해 그녀의 이름을 각인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갸냘픈 몸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인 배우이죠. 부산영화제를 비롯한 인디영화제 등에서 이 배우를 앞으로 주목할 배우라고 칭하는 이유는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이죠.
아울러 이제는 상업과 인디를 넘나들면서 연기를 펼치고 있는 박혁권 씨의 모습도 보이는데요. 중요한 역할은 아니지만 혜화의 맨토 역할을 하는 인물로 등장하지요. 한간에서는 인디계의 장동건이라는 이야기도 하고 있지만 장동건은 아니더라도 동해번쩍 서해번쩍하는 그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혜화,동'은 그야말로 저예산의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고 슬프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는가의 한계를 시험한 영화라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정확히 말하자면 그 실험은 성공하고 있고요.
이 작품은 분명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 초점이 약간 다른 영화입니다. 사람의 사랑도 중요하지만 동물과 인간의 교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으니깐요. 어쩌면 동물을 사랑하기에 우리가 사람을 사랑하는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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