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더 브레이브]우리 모두 코엔 형제의 친절한 품에 안기세...

송씨네 2011. 3. 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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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영화는 잊혀진 장르가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총잡이 두 명이 나오고 일생일대의 결전을 벌이는 서부영화는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갖았는지 점차 그 제작편수가 줄어들게 되었지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로드무비의 시초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이들 서부영화는 많은 인기를 얻은 것은 분명합니다. 존 웨인, 쿨린트 이스트우드, 찰스 브론슨 등의 배우들을 탄생시켰습니다.


코엔 형제와 서부극은 웬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다른 형식이긴 하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비롯한 코엔 형제의 영화들에는 늘 추격자와 도망자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현대적인 서부극이나 로드무비를 만들어냈던 것은 분명합니다.


찰스 포티스의 원작 소설 '트루 그릿(진정한 용기)'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여러번 영화화가 된 작품입니다. 그런데 코엔 형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영화를 리메이크하지 않고 소설을 영화하겠다고 말이죠. 서부로 간 코엔 형제의 웃음기는 없어도 살벌한 비판이 있는 영화 '더 브레이브'입니다.




14 살 소녀 매티는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누군가의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난 것이죠. 그리고 그 주범에는 악명높은 강도 채니가 있었죠.

아버지의 원수... 원수를 찾으러 도시로 상경한 매티는 과거 연방보안관으로 악명높았던 카그번을 기용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카그번은 술주정뱅이에 애꾸눈입니다. 뭐 그래도 과거에 악명은 높았으니깐 그의 명성은 재판에서도 잘 드러났지요.

아무튼 매티는 채니를 잡으러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향합니다. 

채니를 노리는 사람은 또 있습니다. 텍사스 경비대원 출신의 라 뷔프도 그를 노리고 있지요.

그런데 웃기는 것은 카그번과 라 뷔프는 틈만 나면 싸웁니다. 

그러면서도 서로 공조하는 이 분위기는 뭘까요?

채니의 앞에 한발자국 다가설 수록 매티는 더욱 당돌해지지만 카그번과 라 뷔프는 잡지 못하고 매번 놓치는 이들 일당 때문에 강박관념에 사로 잡힙니다.

악인은 쫓는 자가 없어도 도망간다... 악인을 잡아 지옥행 급행열차로 보내기 위한 이들의 몸부림은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죄를 저지른 악당이 눈 앞에 있고 그들과 대면해야 하는 상황인데 영화 내내 흐르는 음악은 '주의 친절한 팔에 안기세’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찬송가인 'Leaning on the Everlasting Arms'라는 곡을 사용한 것이죠. 교회를 다녀보신 분이라면 상당히 익숙한 곡인데요.

사실 처음에는 이 곡이 이 영화에 어울릴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만 끝을 향해 갈수록 이 찬송가가  이 작품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실껍니다. 이 영화에서의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처참하게 총에 맞아 죽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인정사정없는 참옥한 죽음이겠지요. 하지만 이들의 죽음은 복수를 하기 위한 정당한 방법의 죽임이 분명할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죽음의 문턱에서 사람들에게 헌신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구슬프게 흘러나오는 '주의 친절한 팔에 안기세'는 상당히 장엄하게 들리기까지 합니다.




코엔 형제는 진지한 영화이건 코믹한 영화이건 음악이나 블랙 코미디적인 개그를 집어넣어 세상을 풍자하는 일을 해왔던 점을 생각한다면 그게 전혀 어색하거나 낯선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들의 영화에서 죽음은 어떤 때는 어이없어 보이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가스통이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던가 몸개그가 곧 어이없는 죽음으로 연결되는 '레이디 킬러', 어이없는 죽음이 줄줄이 비엔나로 연결되는 황당한 첩보영화인 '번 에프터 리딩'도 있지요. 평범한 죽음을 거부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의 군상을 보여주는 것이 코엔 영화의 특징이죠. 

그러고 보면 '더 브레이브'에서의 죽음은 참으로 평범한 것이죠. 그리고 그동안의 코엔 영화에서 보여준 어처구니 없는 웃음끼 가득한 죽음들인데 이번에는 그들이 죽음을 넘어서 살아보려는 의지를 영화 속에 가득보여주려고 하니 그동안의 코엔 형제의 영화와 다르긴 다르구나라고 느끼셨을껍니다.






 

영화가 다행인 것은 총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그리 잔인한 장면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이 영화가 잔인한 장면이라면 오두막에서 벌어지는 아주 작은 총격전이라는 것이죠. 그외에 카그번이 헌신적으로 뱀에 물린 매티를 구하기 위해 말을 타고 미친듯이 달리는 장면, 거기에 말이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되자 말에게 총을 겨누는 모습이 잔인하다면 잔인하다고 볼 수 있겠지요.

심지어는 코엔 형제 영화들 중에 그나마 덜 자극적이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데 그러고 보면 그 말이 맞는것도 같군요.



사실 이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진정한 용기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비장하게 '아버지의 원수~!'를 외쳐며 복수를 하는 것도 아닌 복수는 하되 조용한 복수를 매티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적극적이되 적당히 타협할 줄 아는 복수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얼마전 신선한 충격을 준 미국 영화 '원터스 본'의 리 돌리를 떠오르게 만듭니다.

그러고 보니 매티 역의 헤일리 스타인펠드와 리 돌리 역의 제니퍼 로랜스의 나이가 모두 어리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제니퍼 로렌스는 이제 겨우 스무살의 신인이며 헤일리 스타인펠드 겨우 14살입니다. 영화속 매티의 나이와도 같죠. 이런 당돌한 친구들이 헐리웃에 새로운 스타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더구나 쉽지 않은 연기를 하고 있으니 이들이야 말로 나름대로 진정한 용기를 보여주고 있지요.



하지만 진정한 용기는 앞에도 이야기 했지만 복수를 위해 나서는 것이 아닌 생사에 갈림길에 놓인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이 작품에서는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뱀에 물린 매티와 그녀를 헌신적으로 돕는 카그번과 라 뷔프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용기가 아니었을까 싶어집니다. 코엔 형제 영화들 중에서는 가장 덜 웃기고, 덜 자극적이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영화 '더 브레이브'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주님 뿐만 아니라 코엔 형제의 품안에 안기시게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