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랭고]사막으로 간 잭 스페로우 선장? 혹은 캐리비안 서부?

송씨네 2011. 3. 5. 01:31



해적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과거에는 재미가 있었지만 그 현실성은 많이 떨어져서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고어 버빈스키와 조니 뎁이 만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의외의 화학작용을 일으키게 됩니다. 폼생폼사 해적 잭 스페로우는 얼렁뚱땅 대충대충 살지만 희안하게도 사건을 모두 해결하게 되지요. 그렇다면 이 사고뭉치 해적 잭 스페로우가 사막 한가운데 보안관이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고어 버빈스키가 다시 조니 뎁과 만났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러나 그냥 애니메이션 같지는 않아보입니다. 그렇다면 관객들은 3D 안경을 쓸 준비를 해야겠군요? 그런데 아니라는 군요. 

관객들은 가만히 즐기시기만 하면 되고 배우가 대신 뛰어다닐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3D 안경을 쓰지 않고도 쾌감을 주는 애니메이션, 대신 배우가 생고생을 하는 애니메이션...

어쨌든 그가 돌아왔습니다. 사고뭉치 카멜레온 '랭고'로 말이죠.




사막의 한 가운데 도로변에 수컷 카멜레온 하나가 불시착합니다. 

비행기에? 아닙니다. 차에 싣던 수조가 튕겨나가면서 도로변에 떨어진 것이죠.

몸이 살짝 두동강 난 상태의 아르마딜로 한 마리가 이 카멜레온에게 다가와 사막에서 살아남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무슨소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의 말을 믿고 일단 사막을 향해 무작정 걷는 카멜레온.

마을에 도착했으나 사람들은 유리병을 들고 뭔가를 기다리고 있고 물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전설에 킬러라고 장황스럽게 자기 자랑을 하는 이 카멜레온은 자신을 랭고라고 불러달라고 합니다.

랭고... 이름없는 이 카멜레온은 졸지에 마을의 악명 높은 매를 처지하여 영웅이 됩니다.

이 곳은 물이 사라진지 오래되었습니다. 돈을 저금하는 대신 사람들은 물을 저금해야 하며 물 은행에는 잔고 아니, 물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졸지에 영웅이자 보안관이 된 랭고는 물을 찾아 나서기로 하지만 의외로 적은 가까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 도둑은 인간 뿐만이 아니었던 것이죠. 

어쨌든 그들은 물을 찾아야하고 마을의 평화를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매를 죽여놔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려나 싶은데 이제는 뱀과 싸워야 할 판입니다.

과연 이 마을에는 평화가 찾아올까요? 





'랭고'는 한 마디로 말해서 그야말로 조니 뎁을 위해 잘 맞춰놓은 양복같은 영화입니다.

촐랑거리고 폼생폼사로 살아가는 캐릭터... 

사실 이미 그런 캐릭터를 '캐리비안 해적'을 통해 보여주었지요.

물론 '캐리비안 해적'의 네 번째 이야기가 준비중이고 곧 개봉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만 이와 별개로 고어 버빈스키와 조니 뎁이 다시 만났습니다.

이미 많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선보인 이모션 캡쳐 방식의 제작 방식...

그러나 이것을 제대로 써먹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죠.

그런점에서 조니 뎁을 비롯한 배우들이 실제로 연기한 것이 애니메이션에 그대로 반영되는 이 시스템은 상당히 흥미로운 방식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파라마운트와 니켈로디언이 만난 것도 인상적이죠. 파라마운트야 너무 유명한 제작사이자 배급사이니 말할 것도 없지만 늘 녹색 슬라임을 얻어맞는 이미지 화면으로 유명한 이 제작사가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만들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지만 니켈로디언이니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를일이죠.


어쨌거나 '랭고'는 '캐리비안 해적'의 제작진과 니켈로디언, 파라마운트의 합작품이라고 해도 틀린말은 아닐 것입니다. 여기저기 '캐리바안의 해적'의 향기를 지우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고요. 우선 엽기적인 상황이나 캐릭터들을 보면 이 작품이 분명 연소자 관람가이지만 어른들을 겨냥한 작품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실껍니다. 

얼굴에 화살을 맞은 캐릭터가 그대로 등장하고, 귀의 길이가 짝이 안맞는 토끼도 보이고 로드킬과 같은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작품은 분명 애들 영화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점에서 카멜레온으로 등장하는 랭고라는 캐릭터가 멀쩡할리가 없다는 것이죠. '캐리비안의 해적'속에 등장한 캐릭터가 멀쩡한 캐릭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신다면...






'랭고'는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이 서부영화의 특성을 그대로 차용했다는 것입니다.

얼마전 소개한 코엔 형제의 '더 브레이브'와도 또 다른 느낌의 서부극이라는 것이죠. 인간이 아닌 동물들이 서부극의 주인공이라는 것과 근엄하게 총질을 하는 카우보이와 보안관들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들이라는 것이죠.


더 황당한 것은 음악들입니다. 랭고의 상황을 설명하는 해설자 역할과 더불어 노래 역할을 하고 있는 부엉이 4인방은 여기서 의외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는 다양한 음악들이 흘러나오는데 그런데 랭고의 OST를 담당한 사람은 재미있게도 한스 짐머라는 것이죠.

노래의 마지막을 차지하는 랭고 테마송도 인상적이지만 기존의 곡을 비트는 것도 상당한 재미입니다.  '지옥의 묵시록'이나 '왓치맨'에 사용되었던 'Ride Of The Valkyries'라는 이 웅장한 곡이 재미있게 서부 버전으로 편곡을 한 것이 상당히 인상적인데요. 

이런 기존의 명곡을 가지고 재미있게 편곡한 경우는 특히 애니메이션의 경우 더한데요. 한스 짐머는 이미 비슷한 전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다가스카 2'에서 '석양의 무법자'의 테마를 특이하게 편곡한 적이 있다는 것이죠. 한스 짐머는 음악을 만드는 능력도 뛰어나지만 재기발랄하게 편곡하는 능력도 뛰어나다는 것을 아시게 되실껍니다.(안타깝게도 OST는 발매가 안되었습니다. 음악들이 상당히 경쾌하고 좋은데 국내 발매시기가 또 늦어지려나봅니다. CJ가 최근 문화사업 분야를 통합했는데 음반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급만 신경써야 되는 부분이 아니라고 보여지는데요 )



또한 재미있는 사실은 '랭고'가 기존 작품과 다른 이유가 있는데요.

앞에도 이모션 캡쳐 방식으로 배우들이 연기를 했지만 기존의 우리가 3D 영화를 볼 때는 꼭 3D 안경을 쓰고 봐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죠. 그러니깐 일부러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는 겁니다. 최근 대부분의 영화가 입체안경을 써야 입체감이 강조된다고 마치 강압적으로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굳이 3D 안경을 쓰지 않고도 입체적인 상황을 묘사람으로써 많은 볼꺼리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초반부분 매와 랭고가의 유리병에서의 대결이라던가 박쥐를 타고 다니는 두더지떼들과의 대결에서의 장면들에서는 상당한 박진감을 보여주었습니다. 

굳이 3D 안경을 쓰지 않았음에도 말이죠. '대세는 3D다'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기 좋게 비웃는 대목이지 않을까 싶어지네요.



'랭고'에서 물이 사라진 이유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물을 독점하는 배우 세력이 한 명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데 한 명은 영화 속 등장인물이므로 제가 여기서 언급을 하지 않겠지만 또 하나의 배후 세력은 다름아닌 인간으로 규정짓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랭고가 사막을 횡단하다가 발견한 것은 인간들이 사는 마을(혹은 도시)인데요. 직접적인 묘사는 하지 않았으나 그것이 사막에서 도시화로 변한 라스베가스라는 것을 영화를 보신 관객분들이라면 충분히 짐작하실 수 있을껍니다. 도시의 발전으로 인간은 살아가기 편했을지 몰라도 동식물은 전혀 그렇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곧 환경파괴의 주범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의외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웃어넘기기에는 생각할 것이 많다는 점이죠.



'랭고'는 분명 시리즈의 가능성을 염두하고 만든 작품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최근 디즈니나 드림웍스 등의 라이벌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니켈로디언-파라마운트 연합은 의외로 재미있는 라이벌 구도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만 이렇게 되면 이 영화를 배급한 CJ는 또 다른 고민에 빠지지 않을까 싶네요. 드림웍스와 연합를 하고 있는 마당에 니켈로디언-파라마운트 연합의 이 작품을 계속 수입, 배급하는 것도 모양이 이상하지 않을까 싶어집니다.

아무튼 힘들거나 지칠 때 우리 이 친구의 이름을 불러봅시다.

뭐라고요? 바로 '랭고~~!'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