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아이들...]미해결 사건의 영화화, 그리고 그 부담감.

송씨네 2011. 3. 4. 12:57

 


 

 



1991년 3월...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습니다. 대구 다섯 어린이 실종사건.

보통 유괴사건이나 실종사건이라면 한 명 이상 사라지는 경우가 없었는데 무려 다섯이라는 아이들이 사라졌으니 말이죠. 한간에는 유괴설 외에도, UFO 납치설, 심지어는 후뢰시맨설(지구용사가 되어 먼 훗날 나타날 것이다.)라는 황당한 소문까지도 있었으니깐요.

그렇다면 이 아이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몇 년 후 시신을 찾았지만 여전히 범인은 오리무중인 사건... 화성 연쇄살인 사건, 이형호 군 납치사건과 더불어 시신은 있으나 범인은 없는 미해결 사건...

그리고 아직 영화화 되지 않았고 영화화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 그 영화.

영화 '아이들...'입니다.



1991년 3월 26일...

기초 의원선거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어른들에게는 새로운 인물을 뽑아야 하는 중요한 날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즐겁게 놀 수 있는 또 하나의 공휴일입니다.

몸에 통증을 느끼는 종호 어머니... 어쩌면 그 불안은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선거날 아이들이 사라져 버리고 경찰은 투표인력에 인원이 쏟다보니 힘들다고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수색시작... 대규모 수사인원까지 동원했지만 아이들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 편 고라니 다큐 조작에 징계를 받은 PD 지승... 그는 울며겨자먹기로 대구로 발령받게 됩니다.

그는 대구 어린이 실종사건이 벌어진 몇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관심과 보도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어합니다.

그러던 중 그는 이 실종사건의 주범이 가족들 중에 있을 수도 있다는 인터뷰를 했던 심리학 교수인 우혁을 찾아가게 되죠. 그리고 엉뚱하게 범인으로 몰린 사람은 종호의 아버지...

그러나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된 것입니다. 

어쩌면 이들의 실종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는 지금부터일지도 모릅니다.






저도 이 사건을 기억합니다만 오죽했으면 어느 가수는 이들을 위한 노래를 불렀고 한 세제 업체는 이 아이들을 찾는다는 공익성 광고를 방송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정도로 사회적으로 많은 이슈를 낳았던 사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 영화는 분명 영화제작자들에게는 탐이 났을 영화입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손을 대기가 쉽지 않았죠.

앞의 화성사건이나 이형호 군 사건의 경우 사건의 유가족이나 피해자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부터가 사실 힘든 것이었고 그것이 성사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아품을 왜곡되지 않게 찍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것입니다.  그렇기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어떻게든 욕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직면할 것입니다.


일단 이 영화는 사실에 기초하여 실제 벌어진 일화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인물들이 실존인물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부모가 범인이라고 구들장이며 화장실을 파낸 일화는 실제로도 있던 이야기이고 그 교수 역시 지금도 강단에서 활동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슬프고도 한편으로는 웃을수 밖에 없는 황당한 상황들이 오히려 가족들을 더 가슴아프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향하면서 실제로도 다섯 어린이의 가족중 하나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일도 벌어졌으니 이보다 사실적이고 비극적인 일이 어디있을까요?





하지만 이 영화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이규만 감독은 분명 '살인의 추억'과 '그놈 목소리'를 많이 참고한 듯 싶습니다. 실제로도 그런 상황들이 영화에 녹아져 있는데요. 

영화 속 다큐PD인 지승과 범인으로 지목된 주환은 영화속에서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입니다. 이 영화가 우연인지 몰라도 실제로 모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야생동물에 대한 다큐를 찍다가 조작설에 휘말린 적이 있었는데요. 

마치 특정작품을 디스한 느낌도 드는 설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문제점은 다섯 어린이의 유골이 발견된 그 이후의 시점입니다.  다른 영화같으면 거의 끝부분에 해당되었을 지점인데 상당히 아직도 많은 러닝타임이 남아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제작진의 상상이 더해진 부분이 등장하는데요. 범인으로 지목되었으나 알리바이로 풀려난 주환은 시나리오에 신경을 섰더라면 30~40대의 인물로 설정했어야 옮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의 주환은 범인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엣된 모습입니다. 20 여년 전의 사건이라면 이 영화속의 주환은 10대 초반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상당히 복잡해지는 것이죠. 시나리오를 읽어보지 않아서 모를 일이지만 캐릭터의 나이에 대한 설정이 확실했어야 옮은 것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더구나 '살인의 추억'을 생각하게 하는 범인 지목방식이나 취조방식은 형사에서 기자로 바뀌었을 뿐 상당히 비슷한 설정이라는 것이죠. 거기에 엉뚱하게 유괴장면을 집어넣는 장면에서는 영락 없는 '그 놈 목소리'였고요. 

주환 역의 박병은 씨는 분명 역할을 못한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맞는 캐릭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빛 만큼은 끝내줬는데요. 다른 좋은 작품에서 만나길 기대해봅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고생한 사람은 악당의 역할을 해야했던 류승룡 씨와 졸지에 피해자에서 피의자가 되어버린 종호 아버지 역의 성지루 씨였을 겁니다. 류승룡 씨의 미친존재감은 여러번 이야기했으니 생략하기로 하고요. 정말로 고생한 사람은 성지루 씨였는데 이 분은 악한 모습과 선한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는 배우입니다. 한마디로 포커패이스에 능한 배우라는 것이죠. 눈빛은 정말 아이들을 어떻게 했을 눈빛 같지만 후반에 들어서면 그 눈빛이 원통함과 슬픔의 눈빛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포커패이스에 가장 고생했을 성지루 씨의 연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정말로 이 영화는 잘 만든 영화이지만 너무 과대한 상상력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앞에 우스겟소리로 이야기한 후뢰시맨설 보다는 설득력은 있을지 몰라도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은 상당히 어술했다는 점입니다. 

아니, 허술했다기 보다는 너무나도 의욕이 과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후반의 유골을 찾은 후의 장면을 줄이고 소년들을 찾는 장면에 더 중점을 두었더라면 좋았을 아쉬움이 남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정말 범인이 있었다면 분명 이 영화를 보았을 것입니다.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이제는 이들 피해를 입은 가족들에게 무릎꿇고 사죄하는 것이 옮지 않을까요?

물론 용서를 할지 안할지는 그 분들이 결정할 일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