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전작 '퀴즈쇼'는 대충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물론 장진 감독도 신작을 준비중인 것에 대한 일종의 워밍업처럼 이 작품을 이야기했고 제작비도 적었다고 이야기했으니깐요. 그럼에도 수많은 출연진들을 불러모았고 그것이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역할을 하게 만들었지요.
그래서 그럴까요?
장진 감독의 신작 '로맨틱 헤븐'은 대충만들것 같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일종의 자신이 죽게 된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유서처럼 써내려갔다는 장진감독의 이야기는 허튼 소리같지는 않거든요. '킬러들의 수다'나 '간첩 리철진'등의 초기 그의 작품을 기억한다면 이 작품은 그의 영화들의 초심으로 돌아간 느낌이 듭니다. 심지어는 거기에 감성적이기까지 하니깐요.
이와이 순지처럼 감성남이 되어버린 장진 감독의 영화 '로맨틱 헤븐' 저는 이렇게 봤습니다.
천국에서 내려온 필립스 미니 오디오...
택시 운전을 하는 지욱에게는 상당히 당황스럽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렇게 셋이 살고 있는 지욱은 시간이 나면 할머니와 같이 병원에 계시는 할아버지의 병수발을 맡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미미라는 소녀도 있지요.
미미는 어머니의 골수기증 대상자를 찾고 있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죠.
그러던 어느 날 골수기증 대상자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지만 그 남자는 살인용의자로 수배중입니다.
형사들과 같이 잠복아닌 잠복을 하면서 수소문하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미미의 어머니의 병실에 찾아온 또 한 명의 남자...
변호사 민규는 세상을 떠난 아내의 유품인 가방을 찾으러 왔지만 결국 가방을 찾지 못하죠.
그런 상황에서 민규에게 앙심을 품은 건달 허수가 그의 곁을 미행하기 시작합니다.
다시 택시운전기사 지욱의 이야기로... 지욱은 운전도중 한 할머니를 손님으로 모시게 되고 최면처럼 그 할머니에게 빠져 버리고 결국에는 교통사고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눈떠보니 천국... 그렇다면 내가 죽었단 말인가?
그런데 천국사람들 우리가 알고 있는 천국과는 너무 달라요.
지옥도 보이지 않고 사람들은 양식, 일식, 한식으로 식사를 즐기며 한가롭게 음악감상을 하고 있으니 말이죠. 거기에 하얀양복의 정체불명의 노인은 너털웃음을 짓고 있고요.
아직 죽을 때가 아니야... 그렇게 지욱은 세상속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천국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나 소설, 드라마로 많이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천사나 저승사자를 다른 이미지로 묘사하기도 하며 천국과 지옥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하곤 하죠.
분명 이 영화는 판타지입니다. 장진 감독의 상상에서 나온 천국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그 천국의 기존의 천국과는 달라보입니다.
아무렇지 않는 듯 조용하게 음악 감상을 하면서 식사를 즐기고 이승에서의 아름다웠던 삶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조용히 지켜보는 한 노인이 있지요. 바로 하나님...
전에는 하나님에 대한 존재는 그냥 보이지 않는 존재로 스피커에서 말하듯 이야기만 하고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요즘은 얼굴을 드러내고 계시지요. 대표적인 것이 이른마 '마이티' 시리즈로 등장했던 모건 프리먼이 아닐까 싶습니다. '브루스 올마이티'나 '에반 올마이티'에서 등장한 모건 프리먼의 모습과 이 영화에서 등장한 이순재 선생님에게는 묘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인자한 할아버지 인상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평범한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기에 어디엔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성경이나 말씀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과연 6일을 하늘과 땅과 사람, 동물을 만들고 마지막 7일에 해당되는 일요일에 그 분께서는 쉬시면서 참 좋았다고 하시는데 정말 좋으셨을까라는 의문이 더해진 것이죠. 영화 속에서의 지욱과 (어린) 분이 할머니도 그에게 이 질문을 하지만 그의 대답역시 애매모호하지만 장진 감독식으로 하나님이었다면 이렇게 답변했을것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이야기는 천국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한 편으로는 사람사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것에는 죽음이라는 것을 전재로 하고 있지만 사람이 살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거나 병이 들거나 사고로 죽거나 사람들의 인생은 정해진 운명대로 행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요.
은근히 장진 감독의 영화들에는 죽음이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물론 이 죽음에 있어서 다른 감독들이나 시나리오 작가들은 경건하게 준비하는데 비해 장진 감독은 읏기지만 그 죽음을 희화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흔적이 보이지요. '아는 여자'나 '퀴즈왕'에서의 여성들의 죽음은 공중부양을 하는 그 가운데에서도 많은 의미와 철학을 남기고 죽습니다. 그리고 그 죽음이 이야기에 중요한 실마리를 찾게 만들고 있고 '박수칠 때 떠나라'처럼 중요한 단서와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도구로도 활용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실껍니다. 미미 어머니도 죽지 않을 것이고 영화의 제목처럼 로맨틱한 천국의 모습과 죽음을 아름답게 그리지 않았을까 싶을 것이라는 것 말이죠.
물론 그 말에 반은 정답이며 나머지 반은 오답이라는 것입니다. 예상했던 사람들이 죽지 않고 살 것이라는 기대를 장진감독은 보기좋게 깨뜨립니다. 하지만 영화의 엔딩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인간 세상에서의 죽음은 슬픔을 이야기하지만 천국에서의 죽은 영혼들의 만남은 또 다른 그들만의 세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천국에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해지는 노을 속에서 한가롭게 음악을 듣는 두 사람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의외의 출연진이 많죠.
우선 장진감독이 정말로 이제는 정재영 씨를 놔주었다는 느낌이 강한 것이 정식 출연은 물론이요, 조연이나 심지어는 까메오로도 그의 흔적이 사라졌다는 것이죠. 대신 이 영화의 제작사인 KnJ의 또 다른 K인 강우석 감독이 정재영 씨를 자주 기용한다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러다가 정재영 씨의 페르소나가 강우석 감독이 되는게 아닌가 싶지만 강우석 감독은 같은 배우를 심하게 자주 기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뭔가 파격적인 캐스팅도 이루어지겠지요.
그 대신 장진 감독은 김수로 씨를 적극 기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퀴즈왕' 이후로는 두 번째이지만 그는 연극연출 시절 '택시 드리벌'을 통해 김수로 씨를 기용한 적이 있었음을 생각한다면 김수로 씨와 장진 감독은 어떻게 보면 뒤늦은 재기용이자 또 한 명의 장진사단이자 페르소나로써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겠지요.
또 한 명의 의외의 출연은 여주인공으로 등장한 김지원 씨 입니다. 2010 년 버전의 새로운 오란씨 걸로 등장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김지원 씨는 과거 오란씨 걸들은 신인들이 스타로 성공하는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던 것처럼 그 역할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임권택 감독님의 배우자로 알려진 채령 님이나 신은경, 음정희 씨 등도 이 광고를 통해 알려졌고 윤여정 선생님도 바로 이 광고 알려졌으니깐요. 하지만 CF 스타들의 취약한 점은 연기력 부족입니다. 그렇기에 김지원 씨가 앞으로 생각해야 할 점도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고요. 하지만 데뷔작치고는 일단 합격점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반응입니다.
이외에도 맨홀 뚜껑을 든 정체불명의 사내를 연기한 김병옥 씨나 어린 분이로 등장한 심은경 양도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지요. 장진 사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김동욱 씨도 주목해야 할 것 같고요.
음악이나 소품에도 재미있는 점을 볼 수 있죠,
어쩌면 속보이는 PPL일지도 모르겠지만 천국에서 사람들이 쓰는 이어폰이나 미니 플레이어가 필립스 제품이었다는 것은 재미있는 발상이죠.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의 노골적인 PPL 보다는 유쾌하고 위트가 있는 PPL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음악은 이병우 씨가 맡았는데 정체불명의 CD에서 나오는 천국의 노래라던가 전체적인 음악을 맡은 분은 이병우 씨로 만인이 인정하는 영화음악가이자 클레식 기타 뮤지션이죠. 장진 감독과는 '아들' 이후 두번째 이지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만남이지만 은근히 영화에서 많은 음악에 등장하여 장진 감독과의 어울림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장진 감독은 의외로 판타적인 요소를 좋아합니다.
그가 감독으로 참여하지 않았지만 '된장'에서의 공중부양 장면이나 '웰컴 투 동막골'에서 하늘로 휘날리는 팝콘이야말로 그가 판타자지 적인 영상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그에 버금가는 판타지적인 장면이 많이 등장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그것들이죠.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눈이나 비, 개구리 등인 것은 보셨겠지만 의외의 것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한 편으로는 그의 스타일이 알고보면 이와이 순지와 닮은 꼴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드네요.
장진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나가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다를 수도 있는 영화 '로맨틱 헤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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