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내 이름은 칸]발리우드 영화는 음악만 나오는 영화라고? 이건 아닌데!

송씨네 2011. 3. 27. 21:36




참으로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다른영화들은 잘도 수입하고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에서 정작 헐리웃 만큼 많은 영화를 찍어대는 인도영화들은 우리가 접하기가 여전히 힘든가라는 의문말입니다. 실제로도 인도영화를 볼 수 있는 경로는 국내의 영화제 행사나 인도영화를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인터넷 동호회(카페)에서 하는 정기적인 상영회 외에는 접하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인도 영화는 그런점에서 가깝고도 먼나라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몇 년 부천영화제에서 '옴 샨티 옴'이라는 영화를 접하고 한 인도 영화 카페에서 인도영화를 본게 전부이더군요. 물론 '슬럼독 밀리어네어'처럼 인도적인 느낌은 나나 인도 감독들이 만들지 않은 영화는 제외하고 말입니다. 영국에 사는 인도계 출신의 커린더 차다 감독('슈팅 라이크 베컴')도 있긴 합니다만 그녀의 영화에도 음악은 없지요.


발리우드 영화에는 특징이 있습니다. 러닝타임이 길기 때문에 중간 중간 춤을 추거나 식사겸 간식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러닝타임에는 음악들이 뒤 따라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최근 인도 영화는 약간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헐리웃과의 결합이 많아졌다는 것과 해외진출이 늘면서 그 음악에 대한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죠.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20세기 폭스사'에서 제작하였으나 배우나 스텝들이 모두 발리우드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하지만 집단 군무형식을 띄는 음악들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최근 달라지고 있는 발리우드 영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내 이름은 칸'입니다.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공항 검색대에 걸린 한 남자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리즈완 칸... 그는 이슬람 국가에서 왔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슬람 국가에서 왔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지적 장애를 가졌지만 그 누구보다도 많은 것을 압니다. 

사물을 고치는 능력도 뛰어나고요.  하지만 그는 걱정이 됩니다. 

자신이 힘든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어머니와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할 수 없을지도 모르니깐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동생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향합니다.

따뜻하고 자상하게 맞아준 심리학 박사이자 동생의 부인인 사라의 도움으로 미국의 생활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요. 

동생 자키르가 일하는 화장품 회사의 세일즈를 맡게 된 칸은 미용실에서 자신을 구해준 한 여인을 만납니다, 만디라라는 아름다운 그녀는 아들을 홀로 기르는 싱글맘이지만 누구보다 강한 여성이었지요.

적극적인 구애에 결국 칸과 만디라는 한 가정을 이루게 됩니다.

하지만 9.11 테러는 이들 가족에게서 많은 것을 잃었고 이슬람교와 흰두교의 대립은 점점 칸과 만디라를 멀게 만들어놓습니다.

무심코 만디라의 말 한마디, 자신이 테러리스트가 아님을 외치라고 말입니다.

그는 이제 대통령을 만나러 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외칠껍니다.

'나는 칸 입니다.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늘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지적장애를 가진 이들을 만나보면서 느낀 것은 그들은 바보가 아니라 약간 부족한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일반인들보다 무섭게 집중하는 사람들이고요.

그렇기에 그들을 이상한 잣대로 바라보는 것은 상당히 어러석은 짓이라는 겁니다.

'말아톤', '맨발의 기봉이', 그리고 약간은 다르지만 역시 재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최근 작품 '글러브'까지... 말이 어눌하고 혹은 말 못한다고,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그들은 나름대로의 비상한 두뇌를 가지고 있지요.


'내 이름은 칸'은 많은 이들이 인도판 '포레스트 검프'를 비교를 합니다만 다른 점이 있지요. '포레스트 검프'는 굴곡 많은 미국의 정치사, 역사들에 한 인물을 끼여들어 마치 진짜 그의 일대기처럼 나열하는 방식이라면 '내 이름은 칸'은 종교적 이데올로기를 뼈대로 하고 9. 11이라는 실제 사건이 더해져 많은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 상황이 적절히 혼합이 되면서 칸을 비롯한 주위의 사람들은 많은 영향을 받지요. 

영화에서 칸은 이 세상은 세가지 시대로 분류된다면서 A.C/B.C... 그리고 9. 11로 나눈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공감이 가는 대목입니다. 칸의 가족들도 분명 행복한 삶을 살았고 종교와 인종의 편견없이 모두다 착한 아이들이고 착한 이웃들이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9. 11 사태가 벌어지고 이웃집 친구의 아버지(종군기자)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칸의 자녀와 이웃집 친구 두 사람의 갈등도 깊어집니다. 심지어는 무시하고 벽도 쌓이게 되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칸이 대통령을 향해 자신의 통성명을 해야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것이고요.






이 극적인 상황들은  관객을 흡입하기에는 충분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에는 바로 이 사람이 있지요.

바로 인도의 국민배우인 샤룩 칸입니다. 인도의 '안성기'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다작에 출연하였으며 인도 국민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는 배우지요.

이는 아마타브 밧찬과 더불어 흥행배우이자 국민배우로 칭송받고 있는데요. 

우스겟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인도영화에는 샤룩 칸이 나오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로 나뉜다고 해도 틀린말이 아닐 것입니다. 앞에도 말씀드린 '옴 샨티 옴'의 경우에도 마흔이 넘는 나이에도 짐승남 같은 복근을 가지고 있는 모습도 보여주지요.



잠시 이야기드렸지만 이 영화는 최근 인도영화의 스타일과 전혀 다른 모습의 영화입니다. '슬럼독 밀리네이어'는 영국감독에 의해 만들어졌기에 패스라고 이야기드렸고요. 대부분의 인도영화의 특징이 음악과 춤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요. 최근의 영화들에는 이런 음악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헐리웃 진출을 염두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인도영화에 액션영화가 많아졌다는 점과 이런 액션영화에 춤(마살라 무비)이 등장한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난호 씨네 21(796호)에는 작가 배명훈 씨가 인도영화를 진단하는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그의 글에는 '내 이름은 칸' 같은 영화는 인도에는 나올 수 없다는 얘기인데요. 그러니깐 이 영화를 단순 인도영화의 발전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였지만 저는 좀 강한 부정을 나타내고 싶습니다.


이런 인도영화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그렇다고 해서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변화는 할 것이지만 느리게던 어떻게라서도 음악이 많이 줄어든 발리우드 영화는 충분히 나타날 것입니다. 물론 헐리웃에 수출하기 위한 헐리웃 용과 발리우드 용으로 나눠서 만드는 일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식으로 생각한다면 영화는 절대 못만들죠. 일일히 수출용과 자국용으로 만드는 사람도 없을테고 그렇게 만드는 것도 바보같은 일일테니깐요. 


어떻게든 인도 영화는 변할 것이고 발전할 것입니다.

인도 영화가 헐리웃 영화를 많이 참고하다 못해 표절하는 현상을 본다면 발리우드 영화 시스템도 헐리웃에 맞게 충분히 길들여질 것이고 이는 영화의 스타일도 변화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절대 그렇게는 안나온다는 의견은 그렇기에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표절에 가까운 영화들은 사라질 것이고 헐리웃 시스템과 결합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공동제작사가 '20세기 폭스'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말이죠.




과연 칸은 그 이후에도 행복했을까요?

하지만 여전히 칸은 행복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종교적 이데올로기는 끝날 줄을 모르고 빈라덴은 행방이 묘연하니깐요.

영화 주인공 샤룩 칸이 공항 검색대에 걸려 곤욕을 치루었다는 이 아이러니한 사실은 웃기게도 영화가 만들어진 이후 벌어진 일입니다.

그러고보면 칸과 같은 사태는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게 샤룩 칸이건 리즈완 칸이건 간에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