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위험한 상견례]지역감정 해소에는 코미디가 최고?

송씨네 2011. 3. 30. 00:41



♪ 지금 들으시는 음악은 OST 곡이 아닌 박남정 씨가 영화 속에서 춤을 추던 장면에 등장한 음악입니다.

그의 대표적인 히트작인 '널 그리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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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 악플러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상당히 못된 버릇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종교만큼이나 이데올로기로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정치와 바로 이 지역감정입니다. 편가르기는 이제는 보고 있는 사람들도 지겨울 정도이지만 시대가 변해도 이 세 가지는 죽어도 변하지 않는 모양인가 봅니다.


지역 색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좀 위험한 부분이 있습니다.

잘못건드리면 요즘 말로 훅~가는 이야기들이라는 것입니다.

이준익 감독의 역사 시리즈인 '황산벌'이나 '평양성'도 삼국을 이야기했지만 알고보면 지역적 특성 그러니깐 지역별 사투리를 영화에 잘 활용한 경우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이런 영화들은 성공하지 못하거나 쉽게 건드리지를 못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점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위험한 상견례'는 너무나도 흔해 빠져버린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비극적이면서도 운명적인 사랑에 지역간의 대립이라는 신선하지 않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소재로 중무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영화는 어떨까요? 주말에 미리 만나본 이 영화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여기 닭살스럽다 못해 행복한 바퀴벌레 같은 한 쌍이 있습니다.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사는 현준은 전라도 태생이지만 순정만화를 그리면서 살아가는 순수한 청년입니다. 

팬팔로 만나 사랑을 키우고 있는 여인은 경상도 여자인 다홍으로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는 평범한 여인입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좀 큰 예식장을 운영하고 있고요.

전라도와 경상도는 상극이라고 생각하던 이들 부모님들과는 달리 이들은 운명을 거스르는 사랑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현준의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현준은 다홍이 살고 있는 부산으로 찾아가서 단판을 지을 계획입니다만 전라도 남자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서울말을 배우고 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다홍의 오빠이자 현준의 만화 팬인 운봉을 만나면서 사태는 잘 넘어가나 싶지만 여기저기 문제 투성입니다. 나이트를 운영하는 현준 아버지의 충직한 부하인 대식은 적군인지 아군인지 모르겠고 다홍의 고모인 영자는 사사건건 이들 커플을 훼방중입니다.

부산에서 롯데 안찾고 해태 찾으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곳이 이 곳 부산...

과연 이들 커플은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 사랑의 결실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부산에는 해태껌은 정말 없는 것일까요?  






'로미오와 줄리엣' 식의 사랑 방식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한편으로는 식상한 소재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이런 소재들이 대부분이 과거에는 세드엔딩이었다면 요즘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부분이 많기에 그 작품이 코미디 영화라면 나머지 결말도 미리 유추가 가능할 정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이 영화도 마찬가지이지만 앞에도 말씀드렸듯이 지역적 상황을 고려한 상황들이 이야기의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 영화는 단지 이들이 전라도와 경상도에 사는 이유로만으로 원수가 되는 것이 아닌 몇 가지 장치를 더 심어놓고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는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이 영화에서 만화와 야구라는 소재는 상당히 중요한 소재로 등장합니다. 가령 꼬마 이대호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이 영화가 예사로운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죠.)



가문끼리의 대립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한 작품인 '가문' 시리즈 ('가문의 영광','가문의 위기')를 생각하게 만드는데요. 공교롭게도 '가문' 시리즈에 등장한 배우와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죠. 바로 김수미 씨 입니다. 두 작품 모두 사투리를 쓰고 있지만 사투리를 쓰는 방식은 두 영화 모두 다르다는 것입니다. '가문' 시리즈에서는 사투리를 드러내고 사용하는 방면 이 작품인 '위험한 상견례'는 사투리를 숨기면서까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장면이 등장하지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은 영화 후반에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적인 갈등은 앞에 말씀드린 하나의 소재에 의해 치유가 됩니다. 속을 썩히던 것도 그것이었지만 갈등해결 도구도 바로 이것이었다는 것이죠. (뭔지는 영화를 보시면 아실껍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80-90년대 초입니다.

88 올림픽으로 서울은 떠들썩하던 시절이고 가수 박남정은 ㄱㄴ춤으로 인기를 누리던 시절입니다. 프로야구는 광주는 해태(현 기아타이거즈)가, 부산은 롯데가 천하를 호령하던 시절이고요. 

정말로 지역적인 편차라던가 지역감정 부추기기 딱 좋은 소재들이죠.


그런데 말이죠, 사실 이 영화는 굳이 시간적 배경을 넣지 않아도 이야기를 잘만 활용해도 나쁘지 않은 영화입니다. 

가령 야구 경기장에서 광주에 사는 기아팬임에도 부산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롯데를 응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던가 지금은 거의 찾기 힘든 해태껌(물론 아카시아 껌도 있고 해태껌이 없는 건 아니지만...)을 찾으러 슈퍼에서 실갱이를 벌이는 대식의 모습은 현재의 상황으로 집어넣어도 손색이 없는 부분이지요. 그럼에도 많은 영화들이 과거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 시절 고증을 하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은 시대적 고증에 실패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죠.

가령 고속버스 터미널에서는 요즘 등장하는 칠성사이다 로고가 등장하는 자판기가 저만치 있고 1980년대는 영업용 버스건 일반 자가용이건 초록색 번호판인데 노란색 번호판이 보이는 등의 옥의 티가 많이 보였으니깐요.

사실 그런점으로 따지자면 이 영화는 굳이 당시 상황상을 그려내기 보다 현대적인 상황에서의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킬만한 소소한 애피소드를 활용했어야 옮은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어색한 고증을 그렇게 나쁘게 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령 왕년의 인기스타인 박남정 씨가 실명으로 그대로 등장해 웃음을 주고 그 시절 그 춤을 선보인 장면 같은 경우는 향수를 일으키기 충분했고요. 음악 다방에서 흘러나오던 '세월이 가면'등의 당시 인기가요를 들어 볼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잔재미 중의 하나이지요.





전라도 대표, 경상도 대표로 등장하는 배우들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주로 감초연기를 주로 맡으셨던 김응수 씨는 현준의 아버지로 등장해 이들 전라도, 충청도 커플의 밀당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경상도 아버지로 등장하는 백윤식 씨는 모두가 인정하는 연기의 달인으로 이번에도 코믹연기를 유감없이 선보입니다. 또한 박철민 씨나 김정난 씨는 이 두 커플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방해를 하는 인물로도 등장해 재미를 주고 있고요. 특히나 연극무대에서 말고는 뵙기 힘든 정성화 씨를 영화를 통해 만나는 점은 매우 좋았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남녀 주인공의 역할을 잊어서는 안되지요.

현준 역으로 등장하는 송새벽 씨는 이 영화로 첫주연을 맡았지만 기존 영화에서 봤던 그 어리숙함은 여전히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 연기변신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다홍 역의 이시영 씨는 신인은 아니지만 영화에서는 자주 보기 힘든 배우이지요. 더구나 연기보다는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축구팬, 여성 복서, 간담 마니아)이 더 유명해진 배우라서 그런지 연기력보다는 다른 이미지를 생각하는 점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의외로 영화 속 다홍이 사람을 때리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죠. 아무쪼록 연기와 여성복서로써 모두 대성공하시길 빕니다.




일단 이 작품은 그동안의 영화들이 조폭을 이용하여 이야기를 구성한 영화가 많았다는 점에서 조폭없이도 코미디 영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준의 아버지와 대식이 나이트 클럽을 운영한다는 점은 약간 아쉬움이 남죠. (아무래도 조폭과 나이트 클럽같은 유흥업소들은 관련성이 많은 업종이니깐요.)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들이 경계해야 할 점은 바로 조폭이라는 소재와 갑자기 최루성으로 변하는 스타일로의 영화는 지향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그런점에서 다양한 한국형 코미디의 필요성이 느껴지고 그런점에서 이 작품은 많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아울러 이 영화로는 힘들겠지만 전라도 사람이건, 충청도 사람이건, 경상도 사람이건 간에 지역감정에 대한 오해가 많이 풀렸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하시는 분들, 그리고 댓글로 낙서하시는 악플러 분들... 이제 이런 것 끄덕이는 것도 지겹잖아요? 안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