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킹스 스피치]말더듬이 왕자, 세상과 맞써 싸우는 법!

송씨네 2011. 3. 1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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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얼마나 말을 더듬으시나요?

음... 저는 말을 조리있게 잘한다고 자부하지만 흥분하면 모든 것은 엉망이 됩니다. 말을 무진장 더듬고 목소리는 더욱더 커지죠. 참으로 나쁜 버릇입니다만...

그러고보면 참 재미있지요. 웅변학원에 말더듬이 교정학원이 아직도 존재하는 것을 보면 지금도 소심하고 어딘가에 숨어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나라를 이끄는 왕자가 말더듬이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헐리웃이나 최근 영화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한다는 것은 주목할 점이지만 영화적 상상이 아닌 실제 이야기가 영화화 되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로 만들 수 있는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말더듬이 왕자와 세상에 겁날 것이 없는 말더듬이 전문 코치...

그들의 노력과 우정을 다룬 영화, 올해 아카데미에서 많은 화제를 모은 이 영화...

영화 '킹스 스피치'입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질 쯤의 영국...

한 남자가 연설을 하기 시작합니다.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라디오 연설에서 이 남자는 자꾸만 말을 더듬고 있습니다. 

괜찮다는 치료사를 구해서 교정을 한다고 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의 이름은 버티... TV가 나오지 않던 시절 방송 울렁증에 걸린 영국 왕자...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 여왕은 수소문해서 괴짜 치료사 로그를 만나게 됩니다.

많은 실패로 인해 실망도 많이 했던 버티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로그에게 치료를 의뢰합니다.

하지만 사사건건 의견충돌에 감히 왕족에게 본명을 부르겠다고 하지를 않나, 담배를 피려고 하면 담배를 뺏는 등의 일도 서슴치 않습니다. 하지만 점차 그의 진심을 알게 되고 그의 가르침을 이해하게 되지요.

그러나 버티에게는 큰 고민이 있습니다. 

형인 에드워드 6세는 왕위 계승보다는 유부녀와 바람이 났기 때문이죠.

설상가상으로 히틀러는 전 세계를 공격하려하는데 영국도 그 대상입니다.

힘든 상황에서 형이라는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국정운영은 포기하였으니 걱정이 아닐 수가 없지요.

결국 그 우려는 현실이 되고 형은 황제직을 포기하고 동생에게 권한을 위임합니다.

히틀러는 쫓아오고 민심은 어둡고 말은 더듬거리고... 

이 유쾌하지 않은 정국에 희망은 과연 있는 것일까요?

이럴때는 F로 시작하는 욕들을 신나게 내뱉고 싶어질 뿐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신나게 욕을 할 때랑 노래를 부르며 이야기할 때는 말을 더듬지 않으니 말이죠.






말더듬이 왕자와 학위 하나 없는 박사아닌 박사...

이 언발란스한 두 사람은 개그같은 상황이지만 실제 이야기입니다.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는 실존인물이고 그가 살아생전 섰던 일기중에는 실제 조지 6세(버티)를 가르친 일화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지요. 이 극적인 이야기는 라이오넬 로그의 손자가 이 영화의 감독읜 톰 후퍼에게 건내주면서 빛을 보기 시작합니다.

조지 6세는 실제로 1936년부터 1952년까지 영국을 다스린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엔딩 크레딧에서도 실제 나치 히틀러에 대한 최후통첩을 라디오 연설로 이야기하는 장면 이후에도 그들의 우정은 변치 않았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권위와 허울을 걷어내고 똑같은 사람으로 인격을 대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저는 웬지 이 영화를 보고 오래전 제가 봤던 영화 '일 포스티노'가 떠올랐습니다. 스타급 시인과 별볼일 없는 우편배달부가 계급과 지위를 뛰어넘어 우정을 보여주는 이 모습과 이 영화는 상당히 일맥상통한다는 점이 그것이죠. 



소통하면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준 이 말더듬이 왕자는 결국에는 일반인에도 담기 힘든 욕을 혼자서 대뇌입니다. 네, 여러분도 알고 계시는 'F'로 시작하는 그 욕이 맞습니다. 미국에서는 그 덕분인지 R 등급(우리나라로 따지면 15세 관람가 정도죠.)을 받았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엿같은'이나 'X같은'이라는 직설적인 말로 번역하지 않고 '빌어먹을'이라는 단어로 순화해서 풀어서 그런지 이 장면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은 없습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상당히 안전한 등급인 '12세 관람가'를 받았습니다.)

실제로도 영화에서는 상당히 생각할만한 장면이 많습니다. 어려움을 겪은 이들에게 조지 6세가 그 어려움을 이겨낸 것은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하지요. 노력하면 안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요즘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 진정한 리더쉽이란 무엇인가를 많이 생각하는 작품이라는 겁니다.





의외의 모습은 이 영화의 주연인 콜린 퍼스에서 보여집니다.

역시나 영국신사답다는 모습이 보이지만 그동안의 큰 활약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고작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면 '브리짓 존스의 일기'나 '맘마미아!' 정도이겠지요.

하지만 '맘마미아!'의 세 남자 모두 심심해보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킹스 스피치'에서 콜린 퍼스의 연기는 기대해도 좋다고 생각이 되어집니다. 

아울러 엽기적인 여인들을 전문적으로 연기했던 헬레나 본헴 카터가 오랜만에 내조의 여왕으로 돌아와 버티를 내조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외에도 사고뭉치 에드워드 8세는 가이 피어스가, 이들의 아버지이자 정신적인 지주 킹 조지 5세는 '해리포터'의 덤블도어 교장으로 친숙한 마이클 갬본이 맡았습니다.





올해 아카데미는 이 영화에게 4개의 트로피를 선사합니다.

작품상과 남우주연상과, 감독상, 각본상을 안겨주었지요.

사실 이렇게만 상을 받았어도 대단한 것이지요. 또한 이런 입소문으로 알아서 관객들이 보게 될테니깐요.

실제로도 '블랙스완'은 아카데미 후보작 이전에는 별 관심을 못끌다가 이 영화의 주연인 나탈리 포트먼이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관객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니깐요.


그런데 이 영화의 수입/배급사는 좀 멍청한 짓을 하고야 맙니다.

영화의 오프닝에 해당하는 지점에는 영화를 제작한 제작사의 로고가 나와야 하지만 그 자리를 아카데미 트로피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몇 개 상을 수상했다면서 수상내역에 대해 시간을 까먹습니다. 상당히 쓸대없는 시간으로 오프닝을 낭비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말로 괜찮은 작품이라면 관객들이 알아서 오는데 쓸대없는 자랑질로 시간 까먹고 오히려 자화자찬으로 유치찬란함을 보여주지요.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영화들의 국내 버전 포스터도 상당히 질 떨어지는 포스터들이 다반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작 포스터를 최대한 살리던가 혹은 우리식으로 잘 맞게 재구성을 했어야 함에도 최근 국내 버전의 포스터들을 보면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를 강조한 문구로 오리지날 포스터의 멋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런 것들이 제 살을 깎아먹는 미련한 짓이라고 생각됩니다. 


영화를 홍보하고 수입하며 배급하는 분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영화를 선택하는 고르는 기준은 관객에게 있으니 그 선택권에 너무 관여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포스터도 원작의 느낌으로, 영화를 수입함에 있어서도 원작에 가깝게 번역하고 쓸대없는 화면을 인위적으로 넣지 말라는 것입니다. 원작의 감동을 깨뜨리는 것은 의외로 이런 것들일 수 있으니깐요.





'킹스 스피치'는 것은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말더듬이도, 몸이 불편한 사람도, 그리고 하나씩 약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모두 모두 소중하고 하나의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영화부분에서 제가 이야기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로그의 정체가 탄로나는 순간입니다. 말더듬이를 치료하는 역할이지만 그 역시 삶에 무게에 고뇌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꿈에 대해 좌절감도 맛본 사람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 로그는 언제나 웃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영화를 보고 나시면 제가 질문한 부분에 답변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