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시간을 달리는 소녀(2010)]다양한 방식의 요리, 혹은 사골같은 이야기?

송씨네 2011. 4. 3. 17:54



스테디셀러는 오랫동안 사랑을 받기 때문에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 등의 다양한 영상으로 만들기 좋은 것들입니다. 그런점에서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시리즈를 뽑으라면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아닐까 싶습니다. 츠츠이 야스타카의 단편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드라마는 5회, 영화로는 이번 버전과 애니메이션 버전 포함해서 총 4회가 만들어집니다.

자, 이제 아홉번째 타임리프를 떠나 볼까요?


아키리는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숙녀입니다.

대학진학이 실퍠한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당당히 대학교 시험에 붙은 아키리...

대학교 연구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녀의 어머니 카즈코가 아낌없는 응원을 해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카즈코는 기억속에서 잊혀진 사진 하나를 발견합니다.

학창시절 정체모를 남자와 찍은 사진... 기억속에서 가물가물해지는 1972년의 그 기억...

그녀는 마침 타임리프를 위한 약을 연구중이었거든요.

기억 속 그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갑자기 뛰는 그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코마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잠시 의식이 깨어날 쯤 1972년 그를 만나야 한다는 카즈코...

아키리는 어머니를 대신하여 시간여행을 가기로 합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합니다. 착오로 인해 2년 늦은 1974년으로 시간여행을 간 것이죠.

어머니는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되었을 시절... 

거기서 료타라는 대학생을 만납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오타쿠였죠.

그리고 어머니의 두번째 사랑으로 의심되는 고데츠를 만나게 되죠.

하지만 첫사랑 사진속의 그 남자는 보이지가 않습니다.

료타와 함께 사진 속 그 남자를 찾기 위해 신문광고를 내는 두 사람...

그런데 어머니의 첫사랑을 찾을수록 료타와 아키리의 감정도 주체할 수 없게 변합니다.

1974년에 만난 그 남자...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며 리메이크가 된 작품입니다.

우리에게는 호소다 마모루의 애니메이션으로 익숙하지만 주인공 가즈코로 시작된 이 시간여행은 그녀의 일가친척을 다 동원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애니메이션 버전은 그녀의 조카인 마코토가 여행을 하였으며 이번에는 카즈코의 딸인 아키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지요.

수많은 변주가 있었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정체불명의 라벤더 향을 맡으면서 시작이 됩니다.

다시 오래전 과거로 돌아가고 사랑을 끔꾸게 되는데 다른 아닌 그 남자는 미래에서 온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되는 것이지요. 애니메이션 판 버전은 여기에 코믹한 요소를 가미해 하이틴 영화스러운 느낌을 집어넣었다면 2010 년 버전은 기존 원작의 뼈대를 그대로 끌고오되 그 사랑하는 사람이 어머니가 아닌 가즈코의 딸 아키리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이야기는 세 개로 나뉩니다.

하나는 어머니 가즈코의 어릴 적 첫사랑인 가즈오를 만나야하는 미션을 수행해야하는 것이 그 목표라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우연히 만나게 되어버린 료타와의 사랑입니다. 세번째는 료타의 대학 동기이자 가즈코의 두번째 사랑인 코테츠입니다. 

그러나 이 세 가지의 이야기는 타임리프와 영화라는 두 가지 소재를 고스란히 집어넣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공상영화를 만들어내던 영화동아리 학생인 료타와 코테츠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랑과 자신이 꿈꾸는 열정에 대한 두가지 이야기를 보여주는데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라던가 이런 모습은 같은 일본영화인 '무지개 여신'을 떠오르게 만들기도 하죠.






시간여행은 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소재입니다.

'백 투 더 퓨쳐' 같은 영화라던가 '닥터 후' 같은 작품들은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잘 이용한 작품들이지요.

하지만 이들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운명은 뒤바뀌어서는 안되는 존재들이라는 것이죠. 순리에 따라 움직여야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이가 희생을 당한다는 것입니다.


아홉번째 리메이크 버전인 이 작품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여행을 통해 료타가 위험해질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시간여행자이자 가츠코와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된 카즈오는 운명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없어 절망감에 빠진 아키리에게 그는 한가지 선물을 남기게 되지요. 기억 속에 지워져 료타의 기억을 잊어버린 아키리에게 료타가 그녀에게 남긴 무성영화 한 편은 알 수 없는 감정과 감동을 자아내기 충분합니다. 어머니의 첫사랑,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온 첫사랑을 통해 아키리는 의젓한 성인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죠. 무섭고도 슬픈 성인식을 치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가 묘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키리 역할을 맡은 배우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죠. 애니메이션 '썸머워즈'와 애니메이션 버전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목소리로 등장한 바로 그녀, 리카 니이사라는 배우죠. 제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여리고 순수한 모습의 이미지에서 요즘 사랑받고 있는 아이유를 떠오르게 하는 이미지의 배우이더군요. 애니메이션의 아기자기한 느낌과 달리 이 영화에서는 차분하게 아키리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는 점에서 같은 듯 다른 두 작품을 소화하기에 많은 힘이 들지 않았을까 싶어집니다.


제가 과거를 소재한 영화들에 대해 고증을 많이 이야기하는데요. 1974년이라는 일본이라는 배경답게 오래된 환타 음료수 병이나 아기자기한 소품이 1970년대의 일본상을 잘 반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거기에 휴대폰이 등장하는 이 오묘함은 또 다른 재미를 주기 충분하지요.




봄입니다.

벗꽃이 아름답게 피어난 그 거리를 당당하게 걷는 아키리의 모습처럼 우리도 봄을 향해 당당히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에 대한 아픔을 걷어내고 당당하게 걸어봅시다.

아무렴 그런 사랑은 또 올지도 모르니깐요. 아무도 모르게 당신에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