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체포왕]박중훈... 형사물의 본좌로 오르다?

송씨네 2011. 4. 27. 00:17

 

 




형사물은 돈이 되는 소재이자 장르입니다만 한 편으로는 많이 우려먹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재미있게도 서로 다른 성격의 두 파트너가 나와 악당을 물리치고 서로 합심하는 것이 이야기의 주된 소재들이죠. '나쁜 녀석들', '베버리 힐스 캅', '러시아워' 등의 이들 시리즈가 여전히 사랑받는 것은 형사물에 대한 애정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내에서도 형사물은 많이 사랑받는 존재입이다. '수사반장'이 장수 프로그램이 되고 '투캅스'를 비롯한 시리즈가 사랑받은 것을 생각한다면 형사물은 여전히 사랑받고 앞으로도 사랑받을 장르들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최근 형사물에는 빠지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박중훈 씨이죠.

그러고보면 그가 출연한 형사물도 참 많습니다. '투캅스' 시리즈는 물론이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도 있고 외국에서 찍은 '아메리칸 드레곤'도 있지요. 유난히 그의 영화에는 형사물이 많습니다.

그런 그에게 '또 형사물이야?'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형사물은 웬지 하나같이 달랐거든요.

박중훈 씨의 또 하나의 형사물, 그리고 또 다른 파트너와의 멋진 작업...

영화 '체포왕'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사건이 터졌습니다. 우르르 출동하는 형사들...

그런데 협조해야할 형사들이 서로 자기 관할이니 자기가 맡아야 한다고 난리입니다.

심지어 실적 뺐겼다고 난리입니다.

마포서 팀장 재성은 경찰 홍보 포스터에 나올정도로 실적왕, 검거왕, 그리고 체포왕으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그런 그에게 라이벌이 생겼으니 건너편 서대문서 신입 팀장인 의찬입니다.

젊은 여성들만 골라서 희롱하는 이른바 마포 발바리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던 도중에 경찰청장은 마포서와 서대문서가 공조해서 마포 발바리를 잡으라고 합니다.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만 으르렁대는 두 사람...

그 사이 발바리는 더욱더 많은 여성들을 희롱하고 있습니다.

사건도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서 수사팀은 뽈뿔이 흩어지고 의찬은 연희동에 29 만원 가지고 계시는 분의 집앞의 순찰팀으로 파견되고 재성은 작은 동네 파출소로 파견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그 놈을 잡고 말아야겠다는 생각뿐!

한편 재성이 눈여겨 보던 소녀가장 수연이 발바리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사내에게 당한 것을 알게되고 그는 분노로 가득찹니다. 그리고 다시 의찬과 의기투합하기로 합니다.

이제 실적을 올리기 위한... 아니, 그 놈을 잡기 위한 체포 전쟁이 시작됩니다.






'체포왕'은 기존의 형사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영화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기존 형사물에서 보여주지 않은 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주었겠지요.

그래서 이 영화가 내세운 것은 바로 이 두 가지입니다. 바로 경찰서의 실적 올리기 전쟁과 발바리(성폭행범)와의 전쟁이 바로 그것이죠. 실적 올리기라는 점에서는 특이한 소재로 생각이 되지만 한 편으로는 저렇게 서로를 적대하면서 싸울까라는 의문도 사실입니다. 정말 저런 장면들은 경찰서 형사들을 붙들고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지요.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다른 형사물과 차별화를 보여야 합니다. 성폭행범과의 전쟁도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더구나 선한 모습의 사람이 알고보면 악인이었다라는 이야기는 '공공의 적' 시리즈를 비롯한 많은 작품에서도 차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진부한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체포왕'는 그럭저럭 볼 만한 영화라고 보여집니다.

주제는 확실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지요. 서로 다른 생각의 두 형사가 의기투합해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은 상당히 뻔한 스토리이지만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서로간의 대립하는 부분도 기존의 형사물에서 볼 수 있는 대목이고요,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도 익숙한 내용이지만 기존의 틀을 벗어나서 위험한 상황의  어지러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런 것들이 무난하니깐요.

실제 발바리 사건의 경우에도 뉴스에서 실제 다루어졌던 성폭행범들의 사건을 모티브로 이야기로 한 점도 사실감을 더하기 충분하지요. 실제로도 범인들중에는 벽타기에 능한 사람들이 많죠. 성폭행범이 벽타기에 능한 사람이라고 설정한 점이라던가 영화 중반부에 야마카시를 능가하는 곡예가 등장하는 장면도 이 영화의 볼꺼리중에서는 최고의 장면이라고 보여집니다.


 



 


 


 

 



사실 박중훈 씨는 어느 파트너와 집어넣어도 무방할 정도 누구건 간에 최고의 호흡을 자랑합니다. (물론 가장 큰 파트너는 안성기 님지만요.) 하지만 정말 저 사람과 의외로 어울릴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요. 이선균 씨와의 만남은 어떻게보면 의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젠틀맨적인 모습도 가지고 있지만 소리도 고래고래 지르는 어떻게 보면 호탕한 모습도 보여주지요. 각기 다른 성격의 두 배우이지만 그것이 만나 또 다른 시너지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주연 박중훈과 이선균의 힘으로 움직이지만 모터 역할을 하는 조연들의 활약상도 대단하죠. '고고 70', '해결사'의 이성민 씨나 '방가?방가!'의 김정태 씨 등의 최강의 조연 군단을 만날 수 있고요. 신인이지만 당찬 연기를 보여준 고주연 양은 커피믹스 소녀 수연 역으로 등장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중간중간에 감초 역할을 한 임원희 씨도 인상적이지요.(공부하다가 미쳐버린 남자... 바보 캐릭터는 많지만 공부하다가 미쳐버린 캐릭터는 그렇게 익숙한 캐릭터는 아니죠.)



아쉬운 점도 보입니다. 

즐겁게 달려가던 영화는 수연의 사고로 인해 갑자기 어둡게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모든 영화들이 하고 있는 실수 중의 하나입니다. 웃기다가 갑자기 슬퍼지는 상황은 많은 감독들의 고민입니다만 강중약을 조절하지 못하면 관객들의 흡입력도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마지막에 멋진 결말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리고 의외의 까메오가 등장해 의외의 재미를 주고 끝을 맺습니다. (참고로 엔딩크레딧의 음악 역시 이 까메오와 상당한 관계가 있습니다.)




'체포왕'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임에는 분명하지만 웃고 즐기기에는 성폭행 범들에 대한 문제점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네요.

아무렇지 않게 겁탈하고 죄의식이 없는 그런 사람들에게 분명히 충분한 응징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고 보면 전반적으로 재미있는 영화에 성폭행이라는 소재는 좀 언발란스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네요. 그럼에도 이 영화는 재미있고 관객들이 가볍게 극장문을 나설 수 있는 영화라고 보여집니다. 

유쾌한 실적올리기 경쟁, 영화 '체포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