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적과의 동침]'웰컴 투 동막골'과는 다른 관점의 이데올로기 이야기?

송씨네 2011. 5. 3. 00:10





대한민국이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중에 독특한 소재라면 아직도 분단중인 국가라는 것이 아닐까요? 

6. 25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요. 남북이 하나가 될 수 있다면이라는 만약이라는 상황은 '웰컴 투 동막골' 같은 영화를 만들어냈지요.

'킹콩을 들다'의 박건용 감독이 이 작품 '적과의 동침'을 들고 나왔을 때의 반응은 대부분이 '웰컴 투 동막골'의 짝퉁버전이 아닐까라는 우려였습니다. 예고편만 보면 영락없는 느낌이 들고 포스터만 봐도 코믹한 영화라는 느낌이 너무 든 것이지요.

하지만 요즘 영화들...  '속지 말자 에고편, 속지 말자 포스터~!'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포스터로만 볼 때 이 영화는 절대 만만한 영화는 아니었거든요.

조용한 마을에 반공호처럼 움푹 파여버린 그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영화 '적과의 동침'입니다.



조용한 시골마을 석정리...

너무 평화로운 이 마을은 곧 있으면 시집가는 새색시를 보게 됩니다.

작은 초미니 소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설희는 사랑하는 남자와 혼인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 날벼락... 북에서 사람들이 내려온다는 소식입니다.

서울도 함락되었다는 소식은 설마 이 작은마을까지 내려올까라는 생각을 하지요.

정웅이 이끄는 인민군 부대가 나타나 한바탕 석정리 마을은 아수라장이 되는가 싶습니다.

하지만 정웅이 이 곳을 온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독립군으로 활약하던 아버지를 보면서 같이 꿈을 키웠던 설희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설래임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웅이 어렸을 그 사람이 맞는지 모르는지도 모르는 건지, 정웅을 무시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석정리 주민들은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네요. 

배척할 줄 알았던 사람들이 열렬히 환영을 외치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조금씩 인민군 부대도, 설희도 마음을 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그들에게 반공호를 만들라는 지시가 내려오죠. 석정리 주민들이 살고자 만들었던 그 반공호는 그러나 그들에게 부메랑처럼 그들의 숨통을 조이는 구덩이가 되고 맙니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중에서(시인 백석 1938년 작)




북한 군이 내려오고 마을 주민과 대립하다가 하나가 되는 장면은 '웰컴 투 동막골'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웰컴 투 동막골'(이하 '동막골')이 상상력으로 6. 25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이 작품 '적과의 동침'은 실화에 바탕을 두어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실제 북한 소년병들은 마을 사람들과 허울 없이 지냈고 폭격이 시작되자 정든 이 마을 떠나는 것이 아쉽다며 외마디를 남기며 그렇게 한줌의 재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됩니다.

'동막골'과 다른 점은 또 있습니다. 이 작품이 판타지 적인 요소가 강했다면 '적과의 동침'은 사실적 CG를 써도 과도하게 CG를 쓴 것 같지 않은 느낌을 줍니다. 멧돼지의 추격전이 최고의 명장면이 되어버린 '동막골'과 달리 석정리에 내려온 미사일 장면에서 잠시 정지컷이 쓰인 CG 장면을 생각하고는 CG를 심하게 과하게 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니, 그 빈도가 비슷하더라도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할 정도라고 해야할까요?



'적과의 동침'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방공호 입니다.

중반에는 석정리 주민들과의 대립과 우정이 이어지지만 사실 이 영화는 바로 이 반공호라는 소재를 위해 앞에 이야기를 질질 끌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는 이 영화의 엔딩크레딧에 등장하는 실제 석정리 출신 주민들의 회상에서 그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방공호는 말그대로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호(웅덩이)이지만 한 편으로는 인민군들이 주민을 처단하기 위해 만든 웅덩이기이기도 합니다. 바로 사람들의 생과 사를 공존시키는 중요한 도구이지요. 그러나 연출진들은 이 것을 마치 비장의 카드뭐냥 뒤에 숨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방공호라는 소재는 앞에 들어가도 뒤에 들어가도 임팩트를 주는 소재이지만 차라리 저는 앞에 이것을 보여주고 차차 이 것이 얼마나 그들에게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줌이 더 옮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박건용 감독은 전작 '킹콩을 들다'에서도 실화라는 소재를 담았지만 임팩트를 상당히 뒤에 실어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더구나 실화임을 너무 꽁꽁 숨기는 것도 상당히 닮아있지요. 역도 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잘 활용했지만 극적인 재미를 주기기 위해 주인공을 죽이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지요. 그러고 보면 이 작품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보여집니다.

죽임을 당해서 모든 것을 마무리시킨 것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장면에서 느껴지는 그 판타지가 '동막골'과의 유사성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 같고요. 열린 결말이나 재치넘치는 결말을 기대한 것은 너무 큰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6.25를 다룬 모든 소재들의 영화들은 하나같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런 영화라면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소개했어야 옮을 일이죠. 이 영화는 코미디영화로 포장되어 있지만 코미디 영화라고 볼 수가 없거든요. (그건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 변화입니다.

전쟁영화에는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김주혁 씨가 로맨틱이 넘치는 인민 장교로 등장하며 정려원 씨는 신여성으로 등장합니다. 김주혁 씨의 연기는 그렇다치더라도 정려원 씨의 연기는 점차 나아지고 있지요. '두 얼굴의 여친'에서 정려원 씨의 연기를 이야기하지만 사실 저는 '김씨 표류기'의 정려원 씨가 더 인상이 남았으니깐요. 

유해진 씨의 변화도 보이죠. 그의 사상 첫 맬로라는 말이 우스겟소리처럼 들리지만 코미디만 보여준 것이 아니라 자식 잃은 설움을 슬픈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이외에도 김상호, 신정근, 양정아 씨 등의 감초연기도 좋았지요. 더구나 양정아 씨는 영화에서 만나기 힘든 분인데 유해진 씨와 기막힌 커플연기를 펼치기도 했지요. 



'적과의 동침'은 '웰컴 투 동막골'과 닮아 있지만 한 편으로는 다른 영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앞으로도 이 영화와 비교 당활 확률이 높습니다.

유사성과 더불어 '동막골'의 인기나 인지도를 어떻게 극복하냐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배우들은 열연했지만 더 이야기가 짜임새가 있었고 반공호에 대한 사연과 에피소드를 보강했다라면 좋았을 아쉬움도 듭니다. 그리고 기왕 엔딩크레딧에서 실존 인물들의 증언에 대해 귀를 기울였다면 이들을 잘 이용할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히려 엔딩크레딧의 실존인물들의 인터뷰 장면이 더 듣고 싶어졌더군요.)





실화임을 강조하는 것은 좀 치졸한 방법이겠지만 저는 이 영화는 오히려 실화임을 강조했더라면 영화의 잔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실존 이야기임을 숨기고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보다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실화였음을 강조하는 것이 더 옮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킹콩을 들다'도 그렇고, 박건용 감독님! 

실화임을 숨기지 말고 드러내시길... 그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