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영화를 보면 눈물이 납니다.
하지만 의외로 이런 영화들을 싫어하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더구나 그것이 눈물을 쥐어짜는 듯한 강요라면 그렇게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최루성 맬로 혹은 드라마에 상한선은 어디일까요?
죽음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죽음을 슬프게만 바라보지 않은 영화가 있습니다.
민규동 감독의 신작이자 노희경 작가의 동명작품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그 이야기,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입니다.
인희의 하루는 오늘도 바쁘게 돌아갑니다.
의사인 남편은 허둥지둥 출근준비를 하고 철부지 아들에 딸은 밥도 먹다 말다 정신없이 밖으로 향하고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의 병수발도 힘들지만 누구에게 말하기도 힘듭니다.
병원에 갔다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에 남편인 정철은 그냥 가까운 약국이나 다녀오라고 합니다.
남편의 병원에 들려서 검사를 받은 인희는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검사를 받고 왔습니다.
그런데 동료 여의사에게 정철은 충격적인 소식을 듣습니다.
커다란 종양이 발견되었고 손을 쓸 수 없을 때까지 커지고 깊어졌다고 말이죠.
정철은 인희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는 너무 때가 늦었지요.
철부지 아들 정수는 자기 애인의 임신소식에 더 화둘짝 놀라고 있고 딸 연수는 유부남 납자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바람잘날 없는 것은 이 집안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인희의 동생인 근덕은 자신이 이렇게 된게 인희 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아내인 선애에게 매일 시비이며 구박하며 돈을 가져다가 노름에 탕진하고야 맙니다.
그리고 그녀의 시어머니는 정신이 왔다갔다하니 인희는 답답하기만 합니다.
내가 없으면 이들을 누가 돌봐줘야 하나라는 고민만 생깁니다.
그 사이 죽음의 그림자는 그녀의 앞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드라마 작가들 중에는 작가주의로 불리우는 이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괴팍한 성격을 지닌 괴짜들도 있다는 것이죠. 김수현 작가나 노희경 작가가 아마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욕하면서도 막장에 열광하는 임성한 작가도 괴짜중의 괴짜이고요.
어쨌거나 이들 작가들의 힘은 위대합니다. 드라마의 시청률을 올림은 물론이요. 그 시청률이 오르지는 않더라도 드라마가 끝난 뒤에는 많은 감상평이 줄을 이르고 있지요.
노희경 작가의 경우 시청률 제조기는 아니지만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작가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작품을 영화로 만든다는 것은 커다란 도전에는 틀림이 없지요.
재미있는 것은 이 드라마 작품을 영화하겠다고 한 사람도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죠. 바로 민규동 감독입니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로 공포보다는 순수하고도 위험한 사랑을 아름답게 그린 수작으로 평가를 받았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로 쉽지 않은 옴니버스 영화를 만드는데 성공했지요. '엔티크'는 먹는 즐거움만 보여준게 아닌 보는 즐거움도 보여주었고요. 어쩌면 노희경과 민규동이라는 특별한 만남이 기대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어집니다.
가족들은 하나같이 자신들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인희의 죽음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가족들은 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로 흩어졌던 가족들이 융합되고 인희의 살기 위한 몸부림에 적어도 조금씩 응원을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그녀에게는 철부지 자식들에 남편에 심지어는 감당할 수 없는 시어머니의 모습도 보입니다. 결국은 극단적인 시도를 하게되지만 어쩌면 영화를 본 관객도 인희가 시어머니에게 한 행동을 무조건 손가락질 하기 보다는 저런 상황이라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공감을 갖기에 충분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요즘 영화들의 인상적인 장면은 죽음을 그저 슬프게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죽음은 여전히 슬픈 것이지만 그것을 희망으로 바꿔내고 새로운 삶을 살기위해 다시 전진한다는 점이 과거의 영화들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지요. 얼마전 소개한 '써니' 역시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영화의 초반과 끝은 인상적인 모습이 등장하는데 정신없이 움직이는 가족들의 인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원테이크로 찍은 듯한 느낌이 들정도로 카메라는 영화속 인희의 모습을 비춰냅니다. 하지만 앞의 모습이 생동감 있는 평범한 일상의 가족들의 모습이라면 끝의 장면은 그런 장면은 아니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운 가족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모습이지요.
배종옥 씨를 비롯해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 이 영화에서 김갑수 씨의 경우 그동안 단명 전문배우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헌신하는 아버지로 열연했으며 류덕환 씨나 박하선 씨 같은 젊은 배우들의 모습들도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서영희 씨라던가 유준상 씨도 볼 수 있는데요. 영화가 아무래도 무겁다보니 가벼운 느낌을 주기 위한 장치로 정성화 씨를 기용한 것도 의외의 재미라고 보여집니다.
배종옥 씨의 인터뷰를 보니 그녀의 전작들에는 노희경 작가의 작품들이 있었더군요. 그런 점에서 볼 때 그녀가 이번 영화에 출연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았던 것이고요. 다만 TV판과 달리 주인공들의 연령을 살짝 낮춘점이 극장판과 TV판의 차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그렇게 눈물을 강요하려는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앞에 말씀드린 마지막 장면에서 그들으 아무일 없다는 듯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그저 슬프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새로운 탄생을 기다리는 모습과도 닮아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희가 그렇게 좋아하던 꽃잎들이 시들긴 했지만, 그리고 그녀의 삶이 꽃처럼 잠시 시들었을지 몰라도 겨울가면 따뜻한 봄이 오듯 우리에게는 희망도 곧 찾아올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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