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시선 너머]인권에 대한 다양한 시선, 장수시리즈가 된 옴니버스!

송씨네 2011. 5. 4. 00:46




의무감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매년 영화인들과 함께 만드는 프로젝트는 점점 많은 감독과 많은 배우들과 스텝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임순례, 여균동, 박찬욱, 박광수, 정재은, 박진표, 류승완, 정지우, 장진, 김동원, 노동철, 정윤철, 홍기선, 방은진, 전계수, 이현승, 윤성호, 김태용... 물론 이외에도 더 많은 감독이 참여했으며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로 두 번이나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임순례 감독은 더구나 장편과 단편으로 모두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니 정말 많은 감독들과 배우들이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벌써 여덟번째 입니다. 그런데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아직도 우리의 인권은 바닥이고 새로운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는 이제 노동자를 넘어서 다문화 사회를 이루고, 탈북자들은 새로운 우리의 친구가 되고 있습니다. CCTV는 사람을 살리는 중요한 요소이자 죽이는 요소가 되어버렸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신상털기는 또 다른 사이버 인권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번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가 모두 담겨져 있습니다.

새로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버린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

여덞번째 인권 이야기, '시선 너머'입니다. 



탈북소녀 영옥의 이야기

저는 북에서 왔습니다. 가수가 되겠다는 철없는 남동생과 어머니와 함께 남조선으로 내려왔지요.

중학교에서 다니는 저는 남조선에 새로운 문물에 적응하고 있는 중입니다.

모르고 흔든 야구방망이에 남조선 준영이라는 친구의 이빨을 강타했습니다.

돈을 바라는 것같은 그의 가족들, 하지만 따뜻하게 대하는 준영의 모습을 보면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몽골 여인 니마 이야기

내 고향은 몽골입니다. 지금은 모텔에서 남들이 흘린 이런 저런 것들을 치우고 있습니다.

고향이 그리울 때는 가끔 자장가를 혼자 불러봅니다. 들어줄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자장가를 부르고 나면 위안이 갑니다. 같이 일하는 정은도 애엄마 같은데 좀 시큰둥한 표정이지만 알고보면 착한 친구인 것 같아요. 언제쯤 이 곳에서 나와 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커리우먼 희주 이야기

나는 디자이너입니다. 좀 규모가 큰 업체에서 잘 나가는 디자이너입니다.

그런데 그 망할 직장상사가 자꾸만 제 몸을 더듬습니다. 그야말로 치한이죠.

저는 용기내어 그 놈을 신고했지만 경찰도 회사도 내 편은 아무도 없습니다.

CCTV가 그 증거이고 적금 만기일이 끝나간다는 점이 증거랍니다. 정말 내 편은 없는 건가요?


이삿집 센터 봉주 이야기

작은 이삿집 센터에서 일합니다. 과거 비디오 가게를 운영했지만 쫄딱 망해서 지금은 이 곳에서 일하고 있지요. 꿈은 별 것 없습니다. 돈많이 벌어 이 대한민국을 떠나는 겁니다. 보라카이 같은 곳이면 더 좋고요. 

그런데 말이죠, 견물생심이라고 해야할까요?

이삿짐을 나르다가 고객의 물건을 품쳤습니다. 그런데 그건 저만 그런게 아니더군요.

젊은 부부는 필리핀 친구 알빈을 의심하고 있으니깐요. 알빈... 혹시 너도 그랬니? 


임산부 보정의 이야기

저는 곧 출산을 앞두고 있어요. 하지만 아픈 경력이 있는지라 이번 출산이 용기가 나지는 않네요.

큰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와중 시어머니에게 드리려던 큰 돈이 사라진 사건이 발생합니다.

남편과 시어머니는 큰 병원이니 CCTV하나는 잘 갖추어졌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당시 CCTV가 고장났다고요? 억울한 마음에 이 사실을 인터넷에 올리니 제 신상이 공개가 되었더군요. 돈 잃고 아이를 잃은 것도 억울한데 왜 제가 당해야만 하죠?




단편 '백문백답' 중...

 


오히려 시선 시리즈는 재미있는 점이 여덞번째가 넘어서서 그런지 몰라도 이야기가 더 다양해지고 짜임새가 더 견고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좋은 징조이지만 한 편으로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재가 다양해져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새로운 인권에 대한 문제가 생겨나가고 있다는 겁니다.

시선 시리즈 초기의 여성 차별이나 비정규직 문제 등은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나 장애인, 탈북자들의 인권부분에서는 문제들이 발생되고 있는 것이 이 영화가 어쩌면 세상 끝날때까지 지속될지도 모르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첫번째 '이빨 두 개'는 남남북녀의 이야기를 중학생들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야기였으며 실제 탈북자들을 등장시켜서 이야기의 사실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소개한 '무산일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그들 눈에는 이방인으로 전략되어버린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빨 두 개'는 그나마 '무산일기' 보다는 희망적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젊은 청춘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면에서는 희망이 보일테니깐요.  '사과'를 연출한 강이관 감독의 작품입니다.


두번째 '니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과 여성들의 인권 문제를 동시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를 통해 여성 감독의 섬세함을 보여준 부지영 감독의 작품입니다. 그녀 작품답죠?

단속이 뜨면 숨어야 하는 몽골 출신 노동자인 니마의 모습만 보여준 것이 아닌 무방비 상태에서 폭행당하고 그것도 모자라 임신을 당하는 여학생의 이야기는 슬픔을 넘어선 분노로 이어지는 이야기이지요. 실제 영화속에서 등장하는 몽골 자장가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자장가라는 것은 국가와 인종을 넘어서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에서는 모두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번째 이야기인 '백문백답'은 우리의 삶에서 가장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직장내의 성희롱과 성폭행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상당히 덜 자극적이지만 어떻게 보면 충격적인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김현주 씨의 모습도 볼 수 있지만 감각적인 영상의 김대승 감독님의 작품답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라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하실 분은 없을 껍니다. 엔딩 크레딧 CCTV 속에 비춰진 천차만별의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단편 '바나나 쉐이크' 중...


네번째와 다섯번째 영화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기존의 스타일의 예상을 깨는 감독들의 작품들이었습니다.


네번째 이야기인 윤성현 감독의 '바나나 쉐이크'는 전작인 장편 '파수꾼'에서의 우울함을 완전히 걷어낸 경쾌한 작품입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범법자로 편견받는 세상에 대한 무서운 편견을 보여준 영화였지요.

물론 영화속 봉주와 알빈은 공범이었지만 알빈은 끝까지 봉주도 공범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야기가 마무리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하죠? 봉주가 가고 싶은 곳이라고 이야기한 보라카이는 알빈의 고향이었으니 말이죠. 필리핀에서는 너무 흔해빠진 바나나, 하지만 남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 필리핀의 보라카이와 바나나와 관련이 없다고는 생각되지는 않네요.


다섯번째 '반두비'의 신동일 감독은 '진실을 위하여'라는 작품을 보여주었는데 외국인 노동자의 이야기를 장편에서 다루었던지라 '바나나 쉐이크'에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예상을 뒤엎고 무방비 CCTV에 바보가 되어버리고 인터넷 신상털기에 또 한번 바보가 된 한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앞에 소개한 '백문백답'과 비슷한 소재일 듯 싶지만 인터넷 인권을 깊이 다룬 점이라서 그동안 소개된 인권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재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새로운 소재가 등장했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임순례 감독이 '날아라 펭귄'을 만들고 2년이 흘렀습니다.

사실 다음 프로젝트는 1년 후 만들어졌어야 정상이지만 국가인권위의 예산이 대폭 삭감이 된 상태에서 인권 영화 제작 프로젝트도 제작에 차질이 생겨버렸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년 후가 아닌 2년 후에 이 영화들을 만나보게 된 것이고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편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 정부에 비해 현재 정권은 인권에 대해서는 상당

히 낙제점을 준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인터넷에 솔직한 심정을 담아도 국가보안법 위반에 선거법 위반이 되며 언제부터인가 촛불은 시위반입 금지 물품이 되어버렸습니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임에도 반대로 뒤로 후퇴하고 있습니다.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이 인권영화 프로젝트를 2년 후에 다시 봐야하는가라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인권위 관계자 님들... 내년에도 이 보석같은 이야기들을 볼 수 있을까요?

볼 수 없다는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며 그 문제는 언젠가는 당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말았으면 합니다.




PS. 인권위 인권영화 프로젝트에서 중책을 맡으셨던 이현승 감독님이 트위터에 '이건 내 탓이다'라고 이야기하시더군요. 

감독님... 그건 감독님 잘못이 아니십니다. 

무능한 것은 감독님이 아니라 무능한 이 세상, 이 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권에 대해 관심없는 나라가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요? 

아... 있긴 있네요. 휴전선 너머에 있는 그 곳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