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천녀유혼(2011)]그 누구도 장국영과 왕조현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송씨네 2011. 5. 14. 14:01



저는 '천녀유혼'을 볼 수 있는 나이는 아니었습니다.

1987년 만들어졌으니 저에게는 상당히 어린나이죠.

하지만 간간히 TV에서 방송되는 이 영화는 은근한 매력을 풍겼던 것은 분명합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왕조현은 소피 마르소나 기타 여배우 만큼이나 최고의 배우였고 아이콘이었습니다. 누구나 책받침이나 브로마이드로 그녀를 소유했겠지요. 그리고 장국영은 그야말로 훈남이었을테고요.

'천녀유혼'은 세번의 시리즈로 만들어지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됩니다.

귀신과 인간의 애틋한 사랑과 우정은 상당히 괜찮은 이야기꺼리라는 겁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돌아온 '천녀유혼'...

너무 어려서 볼 수 없는 우리들에게는 새로움을,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안겨줄 이 영화를 다시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얼굴, 새로운 감독, 새로운 이야기로...



악한 기운을 가진 나무요괴는 연적하, 하설풍뢰와 합심해 그를 봉인하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스승을 잃었고 누군가는 한쪽 팔을 잃었지요. 그리고 다시 수십년이 흘렀습니다.

관리(지금의 공무원)로 일하고 있는 영채신은 물이 없어서 고생하고 있는 흑산이라는 마을로 갑니다. 그런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난약사라는 절에 들어가서 요괴들과 혈투를 벌여야 하는 것뿐입니다.

물부족은 해결되었지만 영채신은 사랑에 빠져버리고 맙니다. 아름다운 여인인 소천을 만났기 때문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도 요괴였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영채신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일행들은 마을을 구하고 위기인 소천을 구해야 합니다.

과연 인간세상으로 그녀는 환생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질까요? 






오리지날과 리메이크를 보신 분이라면 하나 같이 말하시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장국영과 왕조현의 기억과 추억에서 얼마나 지워질 수 있을 것이냐는 의문입니다. 그 잔상이 확실히 지워진다면 오리지널을 능가하는 리메이크가 되었다는 것이고 잔상이 지워지지 않는다면 오리지널이 좋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왕조현은 은퇴하여 홀로 살고 있고 장국영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 장국영과 왕조현을 대체할만 인물이 있는가라는 의문도 드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점에서 의외의 인물들이 보인다는 점에서 의아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장국영이 맡았던 채신 역은 여소군이라는 배우가, 왕조현이 맡았던 소천 역은 유역비가 맡았습니다. 프로필에도 많은 영화에 출연한 것 같지는 않지만 유역비의 경우 의외로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배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싱크로율은 얼마나 비슷할까라는 의문도 드실텐데요. 장국영과 여소군을 비교해 볼 때는 상당히 비슷한 외모를 지닌 모습으로 등장하고요, 유역비와 왕조현의 경우는 미모를 판가름하긴 그렇지만 왕조현에 뒤지지 않는 미모를 지닌 배우인 것 만큼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원작과 리메이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등장인물은 크게 변동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연적하의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는 것이죠. 원작에서는 그냥 나이 많은 퇴마사였지만 회상장면도 많고 거기에 소천과 채신을 포함한 삼각관계가 더 보강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스토리가 더 구체적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채신의 직업도 변화가 있었죠. 수금을 하러다니는 상인에서 암행어사만큼은 아니지만 관료직에 종사하는 이를테면 공무원으로 신분상승이 된 것이 상당히 달라진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소천도 변화된 모습을 보입니다. 과거 그녀의 몸이라면 그녀의 유골이 들어 있는 호리병을 찾아야 하는 것이 채신의 미션이었다면 리메이크에서는 여우라는 동물을 등장시켜서 그녀의 몸과 일치시키려고 합니다. (덕분에 CG가 좀 더 많아졌고 한편으로는 여우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CG가 어설프다는 소리도 듣게 되지요.)


난약사의 모습도 많이 다르죠. 과거에는 실내와 실외에서 고루고루 격투신이 많았다면 리메이크로 넘어와서는 야외씬이 줄어들고 난약사라는 공간적 상황을 잘 이용한 액션이 비중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나무 요괴의 아수라 백작스러운 남성과 여성의 중성의 목소리를 지닌 음성변조 효과일 것입니다. 나무요괴 역을 맡은 배우 혜영홍에 말에 의하면 목소리는 중성적으로 나오는 것은 여전하지만 외모에서는 남성, 여성을 모두 지닌 오리지널 버전과 달리 여성성을 강조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미묘한 차이이지만 의외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죠. 






액션이나 CG도 많이 강화되었습니다.

시대가 지난면에서 당연히 변화된 점이죠.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아크로바틱한 기교 섞인 액션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마치 스케이트 보드를 타듯 검 위에서 춤추는 듯한 묘기를 선보이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아슬아슬 칼이 지나다니는 기교도 많아집니다.

CG의 경우 분명 달라졌지요. 뱀의 형상을 한 물의 모습이라던가 검에 맞고 쓰러진 요괴들의 모습은 마치 불에 그을린 모습처럼 순간 잿더미로 변하는 CG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런 CG는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새롭지는 않네요. 하지만 과거 1987년의 기술보다는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킨 부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과거 홍콩(지금은 같이 흡수된 중국)영화에서의 액션은 최고라고 칭할 정도로 정교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1980~1990년대 홍콩영화는 무협물이 러시를 이루었고 '동방불패', '황비홍', '소림사' 등의 영화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런데에는 무협전문 감독으로 알려진 정소동이 있었고 그는 여전히 현역에서 여러 종류의 무협영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후 서극이나 오우삼 등의 감독들도 무협물과 르와르를 만들면서 홍콩영화의 역사를 새롭게 쓰기도 했지요.

그러고보면 리메이크 버전의 엽위신 감독은 과연 리메이크로 과거의 영광을 다시 재현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드실 껍니다. 코미디 영화로 시작한 그는 점차 무협과 액션물에 비중을 높이게 되지요. '엽문' 시리즈는 그것에 대한 출발점이고 홍금보를 다시 불러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죠.



늘 말씀드리지만 원작을 능가하는 리메이크는 없습니다.

그게 있다면 그 사람은 천재감독이지요. 그나마 천재 소리를 드는 감독이 배트맨 시리즈의 크리스토퍼 놀란 정도이니깐요. 그만큼 원작을 능가하는 리메이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소리입니다.

더구나 과거의 추억에 젖어 사는 분들에게는 '그 때가 좋았어'를 연발하실지도 모릅니다. 사실 그게 정답이거든요. 그 때만큼 어설펐지만 좋았던 때가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완벽해도 그 완벽함에서 소소한 빈약함과 옥의 티를 찾는 재미가 줄어드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점에서 주제가를 과거 장국영이 부른 '路隨人茫茫'(로수인망망/'인생길을 떠나세')과 2011년 버전으로 두 가지로 만들어 놓은 것은 과거 추억을 잊지 못하는 분들과 새로움을 기대하는 두 개의 관객층을 모두 살리기 위한 방안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영화 초반에 가사없는 경음악으로 시작되는 이 주제가는 끝에 한번 이제는 그리운 장국영의 음성으로 한번 더 나오게 되니 엔딩크레딧이 나와도 자리를 뜨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어쩌면 2011년 판 '천녀유혼'은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무장한 영화라고 보여집니다. 옛 것을 지키고 새로운 것도 받아들인다는 것이지요.

물론 아직까지는 과거의 이 영화의 팬들에게는 상당히 어색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단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시대를 풍미한 왕조현과 장국영이 있었기에 홍콩 무협 영화의 역사도 가능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PS.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주 개봉작은 과거 홍콩을 대표하는 애로티즘 작품들의 리메이크 작품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것도 홍콩(중국) 영화로 말입니다. 하나는 오늘 소개한 '천녀유혼'이고 하나는 '옥보단'의 3D 버전...  당신의 선택이 궁금해지네요.

PS 2. 이 영화는 엔딩크레딧을 잘 살펴보신다면 국내 기술진이 참여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국내의 CG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단, 앞에 이야기한 여우 장면은 제외하고 말이죠.




마지막으로 장국영을 기억하며 이 음악 한번 들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