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애정만세]부지영 & 양익준 감독의 사랑에 관한 짧은 동시 상영관...

송씨네 2011. 6. 10. 18:47



전주영화제의 상영작 중에는 '숏!숏!숏!'이라는 행사가 있습니다.

행사라기 보다는 프로젝트이죠. 감독들이 모여서 단편이나 중편을 만들어서 관객에게 공개를 하는데 해마다 주제가 있는데 가령 2009년은 '돈'이었고 '황금시대'라는 제목으로 상영이 되었지요. 얼마전에는 2010년 주제로 나온 작품이 상영이 되었는데 주제는 '극장'이었지요. 


올해의 주제는 '사랑'입니다. 참으로 단순한 주제이지요.

 더구나 옴니버스 영화답게 많은 감독들이 메가폰을 잡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단 두 명의 감독으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감독이나 제작진이나 부담감이 덜하겠지요. 단편의 경우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짧은 시간안에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요. 그런점에서 중편으로 제작된 영화는 이들 감독에게 부담감이 적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두 편으로 단판을 짓는(?) 느낌이라서 작품성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올해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의 부지영 감독과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이 참여합니다. 평범한 사랑이야기라면 상당히 재미없겠지요. 

사랑에 대한 두 가지 짧은 사랑이야기... 영화 '애정만세'입니다. 



#산정호수의 맛

꿈속에서 한 남자와 격렬한 사랑을 하는 꿈을 꿉니다. 

꿈에서 깨어나지 않길 빕니다만 역시 꿈입니다.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순임... 그녀는 같이 일하는 동료인 준영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산정호수 야유회에서 느꼈던 그 기분이 그립고요.

무작정 찾아간 산정호수... 

푸르던 봄날의 하늘은 겨울로 온 세상이 하얀색이고 오리배는 얼어서 탈 수도 없습니다. 

딸의 부츠도 가져와서 신었겠다... 낭만을 망끽하려고 하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사치였을까요?


#미성년

한 남자가 일어납니다. 일어나보니 웬 여자와 같이 자고 있습니다.

작업장... 뮤지션인 진철은 여고생과 잠을 잤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차,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여고생 민정은 협박반, 사정반으로 그와 자주 만나게 됩니다.

짬뽕과 아사이 맥주를 좋아하는 그녀는 그렇게 그에게 다가오지만 예전 남자친구 형석이 자꾸만 그녀 주위를 맴돕니다. 

어긋난 오해로 세 사람의 관계는 애매해지지만 진철과 민정의 관계는 어느 애인보다도 더 다정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들의 사랑은 점차 꼬이기 시작합니다.



중편 '산정호수의 맛' 중에서...


첫번째 '산정호수의 맛'은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의 부지영 감독의 작품입니다.

그녀의 작품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여성이지만 로드무비를 즐기는 감독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자연 지물이나 상황 등을 잘 이용합니다. 물론 옴니버스 단편 '시선너머' 중 '니마'의 경우 모텔이라는 제한된 공간이지만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잘 다루었거든요.

그런점에서 '산정호수의 맛'은 그녀의 특기인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점에서는 탁월하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여기서 부지영 감독은 한 단계 더 나아가는데요. 짝사랑하는 중년 여성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초반에는 준영과 순임이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후반으로 넘어갈 수록 이것이 순임의 허황된 망상이라는 것을 보게 됩니다. 물론 준영과 순임은 산정호수에서 회사 야유회를 가진 것도 맞고 게임을 갖은 것은 맞지만 그녀의 생각은 이미 2인 1각 달리기에서 우승을 한 것처럼 입력이 되었지만 실제로는 중도 탈락하여 준영의 심기를 상당히 건드렸지요. 


사실 어떻게 보면 순임의 모습은 과대망상에 가까웠습니다. 커플로 휴대폰 고리를 샀다고 생각하고 있고 같이 오리배를 탔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스스로 기억을 조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망상은 그녀가 언덕 아래로 떨어지면서 원상태로 돌아옵니다. 스스로를 향해 자위에 가까운 행동을 하지만 그것 또한 자신의 짝사랑을 해소시키는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지요.

야간근무를 하러 다시 일터로 돌아왔지만 돌아온 것은 냉대와 무시입니다. 

현실은 순임의 환상과는 전혀다르다는 것이죠.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자 부러진 초코바를 준영에게 강제로 먹이고 유유히 사라지는 순임의 모습에서 짝사랑의 종료를 이야기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보통 영화라면 이 과대망상이 정신병으로 이어져서 자신은 물론이요, 남에게 피해를 주지만 여기서의 망상은 자연스럽게 본인 스스로가 치유하도록 만듭니다. 그것이 어떠면 다행이다 싶더군요. 더 쓰라린 '미저리' 같은 사랑을 하지 않아도 되니깐요.


이 작품은 연극배우 서주희 씨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랑에 갈망하는 중년의 여성의 연기를 수월히 해냈으니깐요.

최근 개봉된 '마마'의 김해숙 씨와 더불어 철없는 엄마와 연기배틀을 벌여도 막상막하이지 않을까 싶어지네요.




중편 '미성년' 중에서...



'미성년'은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의 작품입니다.

여고생과 일반인이라는 소재 때문에 어떻게 보면 '똥파리'의 두번째 버전의 영화가 아닐까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똥파리'와는 차별화를 두는 점이라면 덜 자극적으로 변했다는 점과 건달이 아닌 일반인으로의 변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영화음악을 만드는 진철의 아침은 앞의 '산정호수의 맛'의 순임과 마찬가지로 잠에서 깨어남으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순임은 나름 행복한 아침을 맞이한 반면 진철의 옆에는 정체불명의 여인과 잠자리를 함께했죠. 이야기는 '똥파리'보다 훨신 순화된 것처럼 보이나 원조교제라는 쎈 소재가 추가가 되었지요.

하지만 생각만큼 이 원조교제라는 소재는 자극적인 이야기로는 다가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여고생과 30대 중반의 남자의 아슬아슬한 로맨스가 그 이야기이니깐요.

시치미 떼고 진철의 작업장이자 숙식처를 밥먹듯이 찾아오고 맥주와 짬뽕을 즐겨먹고 있으니 상당히 낮짝도 두껍다는 생각도 들지요. 하지만 그것이 사랑스러운 것은 민정의 애교였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사람의 질투는 여자만 있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전 애인인 형석은 민정의 뒤를 쫓아다닙니다. 그리고 어긋난 오해는 진철을 힘들게 만들지만 그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똥파리'가 김꽃비 씨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면 '미성년'은 류혜영이라는 새로운 신인을 발굴하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실제 나이는 스물이지만 당돌한 여고생 연기를 수월하게 해냈지요. 

진철 역을 맡은 허준석 씨도 사실 나이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어쩌면 제가 얼마전 이야기드린 동안 여배우들의 활약상을 기대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 있다는 부분은 류헤영 씨에게도 적용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상업영화도 동안배우들이 많이 탄생되지만 인디영화만큼 동안 여배우들이 많다는 것은 상당히 주목할 점이라고 봅니다.





'애정만세' 는 단 두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었지만 여성들에 대한 사랑이야기이자 각기 다른 여성의 사랑이야기이기도 하며 짝사랑과 더불어 힘들게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하나는 세드엔딩이고 하나는 해피엔딩이지만 중요하는 것은 결말이 아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랑이 있고 그 사랑은 언제나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피엔딩이던 세드엔딩이던 그 운명을 개척하는 것도 여러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