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소중한 날의 꿈]꿈과 희망을 잃은 당신에게 전하는 메시지!

송씨네 2011. 6. 24. 04:04



최근 문화계에 부는 바람중의 하나가 복고풍의 부활입니다.

'세시봉' 신드롬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써니'가 흥행돌풍을 일으키면서 과연 이 복고바람이 언제까지 이어질까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오래전부터 이런 추억을 이야기하려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기확과 제작에서 십여년의 기간이 나왔다고 하는 이 애니메이션, 오늘은 70-80년대 복고로 돌아갑니다.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입니다.


체육대회가 열리고 있는 어느 지방의 고등학교...

계주(이어달리기)가 열리고 있는 이 곳에 한 소녀가 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등이 힘들 것 같네요. 소녀는 갑자기 달리던 운동장에서 넘어집니다.

그리고 그녀는 육상부에서 탈퇴합니다.

그렇게 이랑은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듯 합니다.

그런사이 서울에서 수민이라는 친구가 전학을 오게 되지요.

참으로 까칠한 그녀는 이랑이랑은 좀 안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레코드 가게에서 대면한 두 사람은 나름대로의 공통점을 찾게 되지요.

고장난 라디오를 들고 전파사로 향한 이랑은 한 소년을 만납니다.

그런데 어디서 본 적이 있군요. 큰 대형 연을 타고 하늘을 날다가 추락한 그 소년, 철수 입니다.

삼촌대신 전파상을 돌보고 있는 그는 부끄러워서 이랑에게 말도 쉽게 못건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점차 친해지고 이랑은 철수의 아지트로 향합니다.

우주에 관심이 많은 철수와 그의 삼촌은 하늘을 나는 꿈을 꿈꾸고 있지요.

꿈을 잃은 자와 허황되지만 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

마음을 가다듬고 이랑은 다시 뛰고 있습니다.

어딘가 자신의 존재를 밝히기 위해 발자국을 남겼던 공룡처럼 말입니다.





과거 이야기를 다루는 이야기들은 대부분이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거나 아니면 회상장면 없이 과거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작품은 두번째에 해당되는 경우이지요.

이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고증을 많이 살리고 있느냐의 것입니다.

실사영화의 경우 장소 섭외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간혹 비상구 간판같은 것도 현재의 것이 등장하는 옥의 티가 등장하지만 고증면에서 상당히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애니메이션 종류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시대적 배경을 70년대에서 80년대 사이로 잡았습니다. 이는 앞에 이야기한 영화 '써니'의 방식과 동일합니다.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는게 아냐'란 명대사를 남긴 영화 '러브 스토리'(1970)나 나훈아 씨의 히트 넘버 중 하나인 '갈무리'도 등장하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는 정겨운 가게들의 모습입니다. 이발소, 전파상, 빵집, 그리고 구멍가게라고 불리우는 가게에서 마시는 시원한 병사이다 한 잔... 


시대적 고증에 또 하나 숨은 공로자는 송혜진 씨로 박흥식 감독과 주로 작업을 하던 시나리오 작가입니다. 전작 중에는 전도연 씨 주연의 '인어공주'(2004)도 있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시대적 고증도 고증이지만 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추억을 이야기로 만드는 힘에 있어서는 최고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시대적 고증을 하긴 했어도 정확히 시대에 대해 시대적 상황을 정확히 못박지 않았습니다. 이 역시 '써니'와 닮은 점이죠. 가령 우주비행사가 달착륙을 하던 시절이나 CCTV가 등장한 시기,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생된 시기 등은 모두 그 시기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아랑 가족들이 프로레슬링을 보다가 광고로 잠시 흘러나온 것중에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 대한 광고는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모 그릅의 기업광고로 1990년대 이후 만들어진 광고이기 때문에 이 역시 일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 장면은 의도적으로 시대적 고증과 상관없이 작가의 상상에 맞게 집어넣은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해보기로 하죠.)





이 작품은 추억을 이야기하지만 한 편으로는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랑이 육상을 포기했을 때 청각장애를 지닌 철수의 삼촌은 이랑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합니다.  또한 영화의 끝에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관객에게 보여주지요. (엔딩 크레딧에서 철수의 삼촌이 수화를 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너무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그 수화는 영화 속 엔딩크레딧에 대한 부분의 노래가사를 수화로 나타내었다고 하는 군요. 이 작품의 메시지와도 관계가 있는 듯 싶군요.)


철거촌에서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만드는 철수와 그의 삼촌은 비록 도로 정비로 인해 자신들의 아지트를 잃었지만 날고 싶은 꿈을 다시 꾸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랑 역시 육상부 코치의 조언과 많은 사람들의 격려 속에 다시 한걸음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요. 그런 상황에 등장하는 공룡이 등장하는 판타지적인 장면은 판타지이기 이전에 희망을 잃어버린, 패배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대목이 아니었나 싶어요. 공룡들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그렇게 살아가듯 우리도 힘들지만 그 존재를 알리고 멋지게 살아가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는 것 같아요.


1 등 중심의 세상에 대한 경종은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 싶은바가 충분히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년도 고증에 안맞는 광고를 작품속에 집어넣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당시 이 광고는 크게 히트를 쳤지만 비판하는 부분도 많았죠. 이후 한 게그맨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외치며 1등에 연연하는 우리 사회를 꼬집기도 했지요.




저는 스타들이 더빙을 하는 부분에 대해 정말 잘하는 사람이라면 해도 괜찮지 않나라는 의견을 이야기드린 적이 있습니다. 다만 그 작품이 헐리웃이나 다른 나라 원작일 경우 그 나라 배우들이 참여한 오리지널 버전도 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소중한 날의 꿈'은 국내에서 제작된 창작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런점에서 일반 성우를 쓸 것이냐, 아니면 스타를 성우로 기용하느냐의 고민이 뒤따를 것입니다. 스타를 기용하는 것은 작품의 흥행성과 상당히 큰 연관이 있습니다만 이 부분 역시 예전같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점에서 이랑 역을 맡은 박신혜 씨나 철수 역을 맡은 송창의 씨의 목소리도 인상적이죠. 아울러 드라마 '동안미녀'의 오연서 씨나 '최고의 사랑'에서 작가 역으로 등장한 전혜영 씨 등의 배우들을 등장시킨 것도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중견 연기자 홍순창 님의 목소리도 들리네요.


사실 이런 작품들은 셋 중 하나입니다. 일반 성우를 기용하느냐, 일반 배우를 기용하느냐, 아니면 안알려진 성우나 혹은 실제 고등학생이나 일반인을 목소리 출연으로 캐스팅으로 기용하느냐입니다. 분명한 것은 일반 성우로 기용할 경우 엣된 목소리와 거리가 멀어서 작품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깐 너무 성우 같은 느낌은 별로라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옆집 학생의 느낌이 나는 목소리로 연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그런점에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목소리는 대부분이 어색하지 않다는 겁니다.




이런 추억 가득한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배금택 작가님의 '영심이'처럼 여고생들의 심리를 이야기하고 '검정 고무신'처럼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요. 하지만 한 편으로는 추억을 이야기하고 오랜 기획끝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임에도 관객들의 호흥을 끌지 못했던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점이죠.

시대를 잘 만나야 하는 점도 있지만 이와 더불어 관객을 끌어당기는 이야기가 아니고서는 쉽게 사랑받긴 힘들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애니메이션의 주 관람층이 10대 중에서도 미취학 아동들이나 초등학생들임을 생각한다면 이 작품은 상당히 걸림돌도 많은게 사실입니다.

이 작품은 그런점에서 주객이 전도되는, 애들 때문에 억지로 끌려오는 작품이 아니라 반대로 아이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봐야할 작품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아울러 이 이야기는 어린 친구보다는 세상에 치여 살던 우리들 혹은 희망을 잃어버린 이들이 봐야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멸종된 공룡도 치열하게 그 세상을 살았던 것처럼 힘들지만 우리도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PS. 이 작품에는 상당히 낯익은 얼굴들이 나옵니다.

육상부 감독은 차범근 님을 닮았고 수민이 짝사랑하는 중년의 화가는 얼굴은 배철수 님에 성격은 이외수 선생님을 닮은 분이 등장합니다. 거기에 철수 삼촌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손석희 님과 닮았고요. 

엔딩 크레딧을 보면 고마운 분들에 차범근 님이 등장하는데 실제로 편지를 써서 양해를 구했고 얼굴을 사용해도 좋다고 허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실제 두 감독이 존경하는 분들이라는 군요.

PS 2. 써니(추억+청춘)와 소중한 날의 꿈(추억+청춘+육상부)을 보다보니 윤성호 감독의 신작인 '도약선생'이 떠오르더군요. 웬지 이 작품에도 청춘과 육상부라는 키워드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세 작품을 묶어서봐도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