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풍산개]김기덕은 그대로, 하지만 변하고 있는 것은 김기덕 사단!

송씨네 2011. 6. 14. 15:12




문제적 감독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대표적인 감독을 이야기하라면 김기덕 감독을 생각하실 껍니다.

영화제작에 힘을 쏟던 그가 갑자기 활동을 중단하고 제주도로 은신아닌 은신을 하였고 이 문제적 감독에 대한 소식을 의외로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죠.

김기덕 감독은 직접 메가폰을 잡는 대신 후배 양성에 신경을 더 많이 섰습니다.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감독, '아름답다'의 전재홍 감독이 대표적이지요.

아이러니하게도 장훈 감독은 김기덕 감독과의 불화설에 시달리다가 '고지전'이라는 상업영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전재홍 감독은 두 번째 장편을 만들게 됩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영화 '풍산개'입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이런 커플, 이런 사람들이 있는가 의문스러울 정로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나 시나리오네는 격정적인 사랑이나 충격적인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오락적인 영화로 가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김기덕 사단의 영화를 보면 제작비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적은 제작비에 오락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죠.

배우들의 노게런티 희생으로 화제가 된 이 작품, 기자시사로 만난 영화 '풍산개'를 이야기합니다.



모든 것들, 사람이나 물건 모두 3시간안에 배달 가능...

퀵서비스 광고가 아닙니다. 풍산개라고 불리우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하는 일입니다.

그는 늘 그렇듯 분단된 남한과 북한 사이를 넘나들며 물건을 배달하거나 사람도 배달하며 이산가족의 가슴아픈 소식도 배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 대한 소식이 국정원까지 들리게 되지요.

마침 국정원은 북에서 귀순한 고위급 간부의 요청에 따라 그의 애인을 모셔오기로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에 대한 특급 문서 작성이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국정원은 암호명 '풍산개'라 불리우는 이 남자를 수소문끝에 찾아내고 북측 고위급 간부의 애인을 데려오라고 지시합니다. 풍산개는 세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하나 이해하지를 못하지요.

이렇게 풍산개라 불리우는 사나이는 인옥이라는 여성을 세 시간만에 데려오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수고비는 커녕 이 사나이를 붙잡아 놓았고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온 그는 고위층 간부와 인옥을 다시 납치하는데 이르는데 의외로 호의적입니다. 

하지만 이 간부... 인옥과 그의 관계를 의심합니다.

그런 사이 정말로 인옥과 그는 점차 마음이 가까워집니다.




 

이 작품은 전반부와 후반부가 분명히 나뉘는 이야기입니다.

초반 풍산개라 불리우는 사내가 남북을 오고가는 아슬아슬한 상황들이 전반부였다면 후반부는 남한에서의 이들의 삶이 바로 그것이죠. 

남북문제를 다룬 작품답게 납치, 감금, 폭행등의 상황이 여러번 반복이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지루하지 않은 것은 적절히 유머코드를 잘 버무린 덕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히나 국정원 요원들을 무능한 이들로 그리면서 약간의 유머코드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만 이것이 국정원을 친근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실제 국정원 측에서 보면 술접대에 로비, 탈출을 도와주는 직원까지 등장한 점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지 않을까 싶어집니다. ('7급 공무원' 같은 작품으로 그나마 살려놓은 좋은 이미지가 다시 훼손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 듯 이 영화는 드라마적 성격을 띄고 있으나 멜로나 코미디, 액션 등의 상황을 적절히 혼합시킨 작품입니다. 초반에 남북을 넘나드는 액션을 취하다가 중간에 호흡을 위해 코미디적인 상황을 배치하고 멜로로 넘어가더니 다시 액션과 코미디를 집어넣는 방식이지요. 

사실 이런 부분은 잡탕장르라고 비난받기 쉬운데 적절히 배치를 했다는 점이 주목할 점입니다. 더구나 그동안 봤던 김기덕 감독 스타일과는 좀 다른다는 점입니다. 물론 '영화는 영화다'를 시작으로 이런 김기덕 감독의 스타일과는 변화가 있다는 것이죠. 김기덕 감독이 다른 후배 감독들에게는 오락적인 요소의 시나리오를 줌으로써 기존의 스타일과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마치 영화 '쏘우'처럼 밀폐된 공간에 국정원 요원과 북한 간첩요원들이 싸우는 장면일 것입니다. 풍산개라 불리우는 사나이는 한 명 한 명 이들을 자신이 살던 곳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방비로 이들을 집어넣습니다. 1 : 1의 싸움은 1 : 2가 되고 다시  2 : 2가 되다가 나중에는 4 : 3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거기에 총을 집어넣으면서 누가 먼저 죽느냐는 식의 그야말로 개싸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풍산개는 북한을 대표하는 개이자 사나이가 즐겨피던 북한 담배의 상표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남한을 대표하는 진돗개처럼 충성심도 강하면서 절대 한 번 놓은 먹잇감을 놓지 않는 녀석이기도 하죠.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사나이의 복수방법은 어떻게 보면 치졸할지도 모르지만 한 명, 한 명 제거하는 모습이 축소된 이 사회의 진흙탕 싸움, 혹은 개처럼 물고 늘어지는 싸움처럼 보이더군요.






이 영화는 윤계상, 김규리 씨의 두 분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요소 요소에 감초배우들을 많이 배치한 것이 눈에 띄는데요. 국정원 요원으로 등장하는 최무성 씨나 북한 첩보요원으로 등장한 유하복 씨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셨습니다.

감독을 맡은 전재홍 감독은 '아름답다' 이후 김기덕 필름에서 두 번째 영화를 만들었는데요. 김기덕 감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는 특이하게 성학을 전공한 감독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영화속에서는 그가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으며 OST로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는 군요. (기자 시사회장에서는 김규리 씨는 안들어보는게 좋다, 윤계상 씨는 수준급이다 말이 약간 다르시더군요.)


김기덕 영화의 변화라면 다양해진 PPL입니다.

김기덕 영화에 PPL이 있었는가 의문이었지만 자동차라던가 카메라 등의 PPL이 보이는데 카메라의 경우 니콘이 사용이 되었습니다. 실제로도 니콘 카메라로 예고편과 일부 장면을 찍었다고 하죠. 

영화나 드라마에서 최근 DSLR로 영화를 찍는 것은 붐이 되었고 그것에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 니콘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영화 관람 후 기자와의 간단한 질의 응답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윤계상 씨와 김규리 씨에 관한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가령 최근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따뜻한 한의사 윤필주 역으로 인기를 얻는 것에 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만 '풍산개'에서는 말없는 남자이자 까칠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윤계상 씨의 경우 아무래도 자신의 성격은 풍산개의 사내 역할과 드라마 속 윤필주 역할 사이가 아닐까라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평소 운동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그는 GOD 시절부터 꾸준히 운동을 하였으며 액션 스쿨에서 체력을 어느정도 길렀을 뿐 이 영화를 위해 몸을 가꾸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김규리 씨의 경우 단만극이나 기타 활동 때문에 크랭크 인을 앞두고 합류를 했던지라 북한 사투리 같은 경우는 북한 아나운서의 방송 녹음내용을 참고하면서 북한 사투리를 익혔다고 합니다. 촬영 횟수는 짧았으나 타이트하게 운영이 된지라 많이 힘들었다고 배우들은 고백하고 있습니다. (아참, 예전 이름인 김민선 씨라고 부르면 김규리 씨 바로 정정 들어가기 때문에 그녀의 이름을 기자분들이나 관객분들도 제대로 불러주었으면 하네요.)





좌측부터 전재홍 감독, 배우 김규리, 배우 윤계상...








영화는 배우들의 노게런티로 화제가 되었고 배우들도 나름대로의 희생을 한 것 같아보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배우들이 노게런티로 참여한 만큼 스텝들의 차후 개선은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아쉬움이 들더군요. 저예산이거나 독립영화라고 불리우는 영화들은 아직까지 스텝들의 차후 개선은 쉽게 변화하지 않는 부분이어서 말이지요.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 스타일답지 않은 작품입니다.

전재홍 감독도 이번 영화로 김기덕 감독이 일어섰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강조한 것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김기덕 감독의 자전적 다큐인 '아리랑'이 공개되면서 김기덕 감독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김기덕 감독은 이 영화를 전후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