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자는 과연 어떤 것일까요?
눈에서 레이져가 나오거나 사람 마음을 읽기도 하며 심지어는 조정도 하는 사람들이 초능력자일 수도 있겠지요. 벽을 뚫거나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이들의 능력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죠.
아직까지는 눈에서 레이져가 나오는 사람도 없으며 벽을 뚫는 사람도 없습니다만 이들을 육성하는 기관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믿거나 말거나 같은 이 이야기는 실제 미국의 국방문서에 존재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원작자인 존 론슨은 이 이야기를 취재하면서 책을 냈고요. 영국 BBC가 나설정도로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또 다른 놀라움을 주었지요.
이 황당한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조지 클루니, 이완 맥그리거, 케빈 스페이시가 이야기하는 이 황당한 '전설따라 삼천리' 스토리는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영화 '초(민망한)능력자들'(이하 '초능력자들')입니다.
밥 월튼은 기자입니다.
어느 날 '세상에 이럴수가'에 나올 법한 초능력자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지만 '미친놈'라는 낙서처럼 그냥 무시하기에 이르죠.
특종에 목마른 그는 부인과 헤어지고 나서 이라크 현장에 종군기자로 나서기로 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취재 과정 도중에 린 이라는 한 사내를 만나죠.
사업차 왔다는 알고보니 초능력을 연구한 직업군인이었고 지금은 전역을 하였지요.
컴퓨터 시스템을 마비시킬 능력을 소유한 린의 모습을 보고 감탄한 빌 장고는 린을 비롯한 부대원을 모아 초능력 부대를 창설하게 이릅니다.
하지만 린이 너무 잘나가자 동료인 래리는 그를 무시하기에 이르지요.
실험도중 한 대원이 사망하면서 초능력 부대는 그 기능을 잃기 시작합니다.
어쨌든 세월은 흘러 이 민망한 부대는 다른 이름으로 운영중이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밥과 린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죠.
벽을 뚫고 염소를 노려봄으로써 사살을 시키는 주 임무를 띈 이 초능력 부대...
총탄이 난무하는 이 전쟁터에서 과연 이 초능력 부대는 그 기능을 할 수 있을까요?
초능력자의 존재여부는 여전히 말이 많습니다.
가짜도 많고 과학적으로 이들의 존재에 대해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SF 영화에서 CG를 넣어가며 멋지게 사용되기도 하지만 코미디 영화에서 조롱꺼리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CG가 거의 사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초능력자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선천적으로 초능력자였던 사람도 있지만 여기서는 후천적으로 초능력자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일반 초능력자들을 다룬 영화와는 차별화를 키우고 있습니다.
더구나 억지로 설정된 초능력자들, 혹은 코믹스에서 본 그 탄생과정을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인물들로 설정했다는 것이 그것 입니다. 결정적인 것은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것이죠.
맨땅에 헤딩을 할 정도로 이들의 무모한 초능력 연마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지만 의외로 큰 웃음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슬랩스틱의 코미디라기 보다는 블랙 코미디의 요소가 가득한 영화라는 겁니다.
더구나 이 작품에서는 초능력자를 키우는 배경에 있어서도 자유로움을 강조하는 모습이 모이는데요.
영화 속의 빌 장고는 히피 문화와 뉴에이지 문화에 빠진 듯한 모습으로 묘사가 되는데요. 그럴 것이 일반적인 군사훈련을 받으면서 초능력자를 키우는 것이 아닌 춤추고 노래하면서 나름 초능력을 연마한다는 것이죠.
이 어이없어 보이는 초능력 군인은 후반 실제 적군을 교란시키는 목적으로 미국에서 대대적으로 이들 병사를 훈련시킨다는 대목에서 더욱 사실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실제 이라크 포로들에게 고문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재미있게도 무력이나 무기를 이용한 것이 아닌 어린이 프로그램 주제가를 계속 적군에게 틀어줌으로써 스트레스와 압박을 가하도록 하는 고문을 하는 장면은 믿을 수 없지만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사실에 더욱더 이 작품이 블랙코미디라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이 영화 '초능력자들'의 원제는 'The Men Who Stare at Goats'로 우리말로 하면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입니다.
앞에도 이야기 드렸지만 다큐맨터리 작가인 존 론슨의 취재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졌으며 실제로 그는 이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 내용의 책이 나와 있고요.
그 중 이 영화의 원제인 염소 노려보기도 이들 훈련 중의 하나였다는 겁니다. 벽을 통과하는 훈련도 있었으며 상대방의 생각을 읽거나 적을 교란시키는 훈련도 있었으며 실제 미국에는 1981년부터 1984년까지 심령스파이 부대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지금은 그 형태는 다르지만 과거에 비하면 과학적으로 변했다는 것이 다른 점이지요. 하지만 여전히 비 인간적이며 비 도덕적인 방식으로 고문과 협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상당한 아이러니가 될 것 같네요.
이 난해한 유머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에 제작사에서 내린 캐스팅 결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지 클루니, 이완 맥그리거, 케빈 스페이시 등의 명 배우들이 총출동합니다.
조지 클루니의 경우 중년이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배우인데요, 진지한 드라마가 그의 주 무기이지만 반대로 코엔 형제의 영화처럼 슬랩스틱 코미디나 블랙 코미디에도 상당히 강한 면을 보여주고 있지요. 더구나 '굿나잇 앤 굿럭'과 같은 작품을 직접 제작하면서 이 사회에 관심을 갖는 얼마 안되는 배우라는 점에서도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배우이지요.
이완 맥그리거는 '스타워즈' 시리즈 이후 다시한번 제다이라는 단어를 듣게 된 배우가 되었는데요. 그가 이번 영화에서 제다이 용사(?)가 되었는지는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찌질한 병사로 조지 클루니와 라이벌 대결을 펼쳤던 케빈 스페이시나 '트론'과 '아이언맨' 등으로 사랑을 받은 제프 브리지스의 연기도 볼만 합니다.
'초능력자들'은 예고편과 달리 웃음을 기대하고 극장에 오셨다면 실망하셨을지도 모릅니다.
관객에게 이 배우들이나 제작사나 배급사가 최면을 걸지 않는한 이 영화는 그렇게 재미있는 영화로 다가오지는 않을껍니다.
하지만 벽을 뚫고 염소를 향해 노려보는 이 허황된 초능력자들의 무모한 도전은 지금의 미국을 군사대국으로 만든 또 하나의 요인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어처구니 없는 요인 중 하나이지만 그게 사실이라는 점이 더 웃기는 일이죠.
코미디가 웃긴 것이 아니라 코미디 적인 상황을 만들고 있는 이 세상이 더 코미디 같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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