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플레이]풋풋한 청춘으로 노래하는 사람들...

송씨네 2011. 7. 12. 06:15



최근 독립영화계에 재미있는 현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독립영화에 인디밴드들의 모습이 보여지기 시작한 것이죠.

시초를 따라가면 이 영화가 나오겠지만 우선 윤도현 씨가 언더그라운드 시절에 활동한 '정글 스토리'가 있겠고요. 크라잉 넛이 출연한 '이소룡을 찾아랏!'도 있겠죠. 상업적인 성격이지만 노브레인이 출연한 '라디오 스타'도 있지요. 하지만 이들 영화는 음악이 주축이 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상업적 성격이 강했고 그나마 '이소룡을 찾아랏!' 정도가 실험적으로 만든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음악과 영화는 의외로 공통점이 많습니다. 

저예산으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모두 예술이라는 겁니다. 

여기 세 젊은이가 있습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세 젊은이가 음악을 하겠다고 하네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죠, 영화 '플레이'입니다.



타국에서 살아가고 있던 준일...

자신이 주문한 악기도 제대로 도착하지 않아 당황하지만 그는 제대로 된 음악을 하기 위해 한국으로 향합니다. 한편 뮤지션들의 백그라운드 역할만 하고 있는 헌일은 답답한 마음에 자신의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라이브 카페에서 일을 하기로 하지만 이 곳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알아주는 사람하나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준일이 헌일의 음악실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헌일의 후배인 드러머 헌재를 영입하여 3인조 밴드로 움직이기로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음악을 하기 이전에 서로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습니다. 준일은 사랑하는 여인 수현을 소극적으로 감정을 숨기고 있다가 결국 보냈고 헌일도 미술 무대장치를 전공한 은채가 다시 떠날 외국으로 떠날 준비를 하지만 역시 용기를 못내고 혼자만 앓고 있는 중이죠.

그들은 무작정 자신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글렌 한사드가 속해 있는 팀인 스웰 시즌의 공연을 담당하는 홍보팀에 무작정 노크를 합니다. 

그리고 실패할지도 모르는 버스킹(거리 공연)을 하려고 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들 팀 이름이 없다네요. 이름은 뭐가 좋을까요?





이 이야기는 인디 밴드 '메이트'의 실제 이야기입니다.

물론 영화적 상황을 고려해 각색한 것도 있지만 서로 다른 세 남자가 의기투합하여 이 팀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진짜입니다. 심지어는 글렌 한사드를 만난것도 진짜입니다.

아시다시피 글렌 한사드는 영화 '원스'로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이지만 배우이기 이전에 유명한 뮤지션이기도 합니다. 실제 이들 세 젊은이의 음악실력을 유심히 지켜보던 글렌 한사드는 자신의 공연에 이들을 등장시켜 크게 알려지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앞에도 이야기하였지만 인디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영화에 등장하는 일은 이제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 

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에는 홍대 여신 요조가 등장하며, 그녀의 라이벌인 한희정 씨는 몽구스의 맴버 몬구와 '춤추는 동물원'이라는 작품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외에도 '좋아서 만든 영화',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이야기' 처럼 다큐형식으로 인디 뮤지션들의 삶을 이약한 작품도 있었지요. 아, 그러고보니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이란 작품도 있었군요. (하지만 제가 이야기 해야할 영화는 극영화입니다.)

다시 앞에 이야기를 계속 드리면...  이 작품 '플레이'를 포함하면 이 세 영화의 공통점이 바로 나옵니다.

언더그라운드가 중심이지만 이들은 매우 인디계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사랑받고 있는 뮤지션들이라는 겁니다. 라이브로 음악활동도 많이 했던 점도 그것이며 앞에도 말씀드린 인디 뮤지션이라면 한번쯤 해보았을 법한 버스킹도 해보았다는 것이죠.


음악영화의 장점은 음악과 영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바로 그것일 것입니다.

더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이 나온다면 더 좋겠죠. 물론 최근들어서 뮤지션들의 공연 실황까지 극장에서 상영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이들의 연기와 음악이 같이 어우러지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이는 젊은 인디 뮤지션들의 메카인 홍대 스타일을 그대로 잘 반영한게 아닌가 생각이 되고요. (그렇다고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악용하면 안되겠지요. 홍익대 관계자분들처럼 말입니다. ^^; )

자유롭고 끊임없이 시간과 장소에 굴하지 않고 노래하는 그들의 모습은 매우 멋지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최근 이들 뮤지션들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내리고 있고요.


이 영화의 감독은 남다정 감독으로 단편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했으며 단편 옴니버스인 '황금시대'중 '담배값'이라는 작품으로 인정을 받은 감독이기도 합니다.

노숙자와 학생이 담배값 심부름을 두고 실갱이를 벌이는 이야기로 다소 충격적인 작품이었지요.

눈치가 빠르신 분이라면 영화 평론가인 남다은 씨와 자매관계로도 알려진 그야말로 영화로 똘똘 뭉친 자매들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분들이기도 합니다.





메이트의 맴버들도 참으로 멋지고 인상적인 모습이었죠.

바가지 머리가 인상적인 정준일 씨의 경우 보컬로 활약하고 있으며 윤종신 씨의 싱글앨범 '말꼬리'에서도 그의 음성을 들을 수 있지요. 얼마전 군입대를 했다고 알려진 임헌일 씨는 정원영 밴드를 비롯하여 실력있는 뮤지션들의 음악들에 참여하면서 멋진 실력을 가진 뮤지션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국적인 외모를 지닌 이현재 씨는 영화에서는 모델일을 겸하는 뮤지션으로 등장하는데요, 실제로 모델일도 겸했던 경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미국인이지만 토종 한국인처럼 살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분인 것 같더군요. 이렇게 각기 다른 모습과 성격을 지닌 이들임에도 멋진 음악들을 보여준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죠.


상대역으로 등장한 여성배우들은 뮤지션이 아닌 실제 배우들입니다. 어쩌면 가장 대하기가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맴버들과 대화하는 장면보다 더 자연스러웠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 점이죠. '초능력자'에서 신인이지만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정은채 씨나 신인인 김수현 씨의 활약도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의외의 출연도 있었지요. 환상의 아카펠라 실력을 자랑하는 팀인 4인조 그릅 스윗소로우의 깜짝출연이 그것이며 개콘에서 까도남으로 등장해 개성있는 개그를 선보인 송영길 씨도 등장합니다. (송영길 씨는 여기서도 자신있게 자신의 외모를 뽐내고 계시네요. 남다정 감독은 송영길 씨가 한국의 잭 블랙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친구라고 평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들의 연기였습니다.

사실 음악만 하는 뮤지션들에게 연기를 바라는 것은 억지이겠지요.

오히려 그 약간의 어설픈 그들의 모습이 순수하게 더 다가온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극중 여배우들과는 호흡이 잘 맞는데 같은 맴버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약간 어설프다는 느낌이 들었죠. 아무래도 평소 자유롭게 나누는 대화가 아닌 대사전달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화하듯 이야기하려고 하니 그것도 쉽지가 않았을껍니다.

하지만 자유분방함 속에 그들의 순수한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죠. 음악을 하려는 의지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설픈 연기이더라도 우리가 이 팀에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는 겁니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이른바 어설픈 발연기는 이 영화의 문제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열정이니깐요.

그런 점에서 음악도 못하고 연기도 못하는 일부 아이돌 가수들에 비해서는 그나마 이들이 더 실력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젊음이 있기에 멋진 그들... 영화 '플레이'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