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도약선생]윤성호 감독... 관객을 향해 도약, 관객에게는 웃음 보약...

송씨네 2011. 7. 2. 02:20




도약, 슬픈 믿음의 도약... 약도, 약도를 들고 도착...

도착, 제 시간에 도착... 아아 그러나 나는 성도착... 애착, 가쁜 착오들의 고착...

 

사자 자세... 심장을 드높이...

수평과 수직 사이... 애절한 너의 운동...


나 한점, 그대는 멀찌감치 떨어져 한점.

흐릿한 발자국은 그리움에 사무친 노스텔지어.

 크게 한번 뛰어 올라도 당신 곁에 갈 수 없는 비련의 4m

 나는 너에게로, 너는 나에게로, 사이좋게 2m씩,

사라진 그리움의 노스텔지어. 우리는 그렇게 도약...


패턴, 자기만의 패턴, 아니 어쩌면 자기기만의 패턴...

유턴, 너를 목격하고 유턴, 아니 어쩌면 너에게로 돌아가는 P턴...

그렇게 나는 아직 인턴, 너에게 훌쩍 뛰었다 착지하는 나는 영원한 인턴...

랜턴, 너는 나를 비추는 랜턴... 윈스턴, 피아노는 역시 조지 윈스턴...

볼턴, 이청용이 있는 볼턴... 워싱턴, 오바마가 사는 워싱턴...


8월 27일 대구에서 큰 대회가 열립니다. 대구육상선수권 대회...

그런데 이 사실을 그동안 모를 뻔 했습니다. 알 방법도 없고요.

그렇다면 영화블로거라는 사람이 왜 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분명 관련이 있습니다. 대구육상선수권 대회조직위원회와 캐이블 TV인 아리랑 TV는 근사한 프로젝트를 제안하게 됩니다. 육상에 관한 영화를 만들자는 겁니다.


그런데 이 제안에 순순히 응한 감독이 있네요. 바로 윤성호 감독입니다.

'우익청년 윤성호', 은하해방전선' 같은 범상치 않은 작품을 만들었으며 '신자유청년'(옴니버스 '황금시대')이나 인디 초단편 시트콤인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등을 통해 여러가지 새로운 장르라던가 방식을 시도했습니다. 결정적으로 그는 기존에 사회 문제에 웅크리지 않고 직설적인 방식으로 비판하거나 풍자하기도 하였습니다. 

다시한번 생각해보자구요. 그런 윤성호 감독이 육상에 대한 영화를 만들겠다고요? 일부에서는 우려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역시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윤성호 감독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짧은 중편으로 이루어진 육상 꿈나무의 사랑과 우정에 대한 묘한 이야기... 

영화 '도약선생'입니다. 



무능하다고 손가락질 받는 코치가 한 명 있습니다.

다행히 깨어나니 꿈이더군요. 하지만 웬지 모를 찝찝함...

검은 뿔테 안경의 코치 전영록은 어김없이 새로운 선수 발굴에 나섭니다.

한편 원식이라는 여성은 과거 룸메이트인 우정과 헤어집니다.

여자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여성 그 이상이였지요. 우정에게 뭔가 보여주겠다던 원식은 그렇게 큰소리를 쳤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유원지 알바를 하고 있던 그녀에게 영록이 나타나 장대높이 뛰기 선수 제안을 합니다.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장대높이 뛰기를 하라니...

그리고 영록은 또 한명의 선수를 섭외하러 나서는데 과거 육상부 선수였다가 아이돌이 되고 싶어 과감히 이 일을 포기한 재영에게 다시 설득을 하기에 이릅니다.

어쨌거나 얼떨결에 영록의 제안을 받은 두 사람은 육상 중에서도 힘든 높이뛰기 선수가 되기로 합니다.

이들이 넘어야 할 것은 옥상을 넘어, 하늘을 넘어 자신과의 보이지 않는 벽을 향해 넘어야 합니다. 과연 그들에게 비련의 4m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짧은 단편으로 윤성호 감독의 개성과 육상 선수권 대회의 홍보를 동시에 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이지만 다른 감독들은 그럴 경우 자신의 개성을 포기하고 대회측이 제시한 스타일대로 근사한 홍보물을 만들었을 껍니다. 

하지만 (이건 다른 예이지만) 아시다시피 전주영화제와 한지를 같이 홍보해야하는 임권택 감독님은 '달빛 길어올리기로' 자신의 스타일도 모두 살리는 효과를 보여줍니다. 의외로 임권택 감독님도 적당히 타협을 하셨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 경우도 많은 제작비와 러닝타임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이 경우는 어떨까요? 윤성호 감독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작비는 넉넉한 편이 아니었고 러닝타임도 제한적이라는 문제점이 노출되니깐요. 개성을 살리느냐, 늘 그래왔던 홍보물처럼 가느냐의 고민일껍니다. 하지만 윤 감독은 개성을 살리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만의 범작을 만들기에 이릅니다.



영화는 전영록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는 성도착증에 걸렸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가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성불구로 인해 그기능이 상실되었다고 영화속에서는 간접적으로 묘사되었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그의 증상인 성도착증은 이 영화와 큰 관련도 없습니다. 물론 군 후배와 이야기를 잠시 나누기는 하지만 여기에서도 그가 왜 그럴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만약 했더라면 이 영화의 취지인 육상이라는 소재에서 크게 벗어날 것입니다. 윤성호 감독은 아마 운율적인, 코미디적인 상황으로 그의 캐릭터를 그려넣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 생각하면 높이뛰기로 인해 사랑도, 그가 금욕을 억제할 수 있는 것도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군대 후임들은 그만의 기술로 불법 의료행위(?)를 한 뒤 병이 나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신적인 존재로 그들 이야기하지만 재영과 원식은 과연 효과가 있을지 여전히 의문인 상태에서 사자자세를 비롯한 괴상한 요가를 배우고 다니죠.





짧은 중편이지만 이 작품에는 사랑과 일(여기서는 높이뛰기가 되겠지요.)을 모두 성실히 수행하는 청춘들을 보게 됩니다. 

우선 원식과 우정의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동성애로 생각하긴 쉽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로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적절히 그 수위를 조절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은 친구로써의 우정관계 그 이상을 가지고 있는 존재로 받아들여집니다. 우정이 떠나려고 하자 원식은 영록에게 무작정 높이뛰기를 배워서 우정에게 보여주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이 떠나가는 친구를 보내주어야 하는 그녀만의 방식이었던 것이죠.


재영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키가 작았기 때문에 육상을 포기한 재영은 아이돌이 되겠다고 전문학원에서 춤과 연기를 배웁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재미있는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재영 역을 맡은 박희본 씨는 실제 아이돌 출신입니다. SM이 키운 걸그릅 '밀크'의 맴버였지요. 하지만 보아나 소녀시대 등과 달리 실패한 케이스로 알려져 있고 그것을 연기로 승화하여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인디계열의 윤성호 감독 작품들에 출연하면서 아예 초심으로 돌아간 것이지요. 

무멋보다도 박희본 씨의 모습은 영화속 재영과 닮아있습니다. 방황하는 청춘을 보낸 경험이 있다는 것이죠.

그런점에서 윤성호 감독은 사랑하는 친구를 보내야하는 마음과 자신의 꿈에 좌절하는 두 소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적어도 그들에게 희망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윤성호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육상대회를 홍보할 생각은 없어던 것 같습니다. 

육상대회 측으로는 어리둥절하고 한 편으로는 불쾌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윤성호 감독은 여기서 또 다른 홍보효과를 기대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육상선수들 모두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도 있고 좌절도 맛보았다는 것이라는 겁니다.

이는 등수에 연연하지 말고 대회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을 응원한다는 격려의 메시지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겁니다.


과연 영화속 청춘들은 도약에 성공했을까요?

영화는 몰골이 되어버린 영록이 뜬금없이 연을 날리는 장면으로 마무리 됩니다.

어쩌면 정말로 날 수 없다면, 뛸 수 없다면 연을 날려 대신해보려고 했던게 아닐까 싶네요.




PS. 이 작품의 영화음악은 인디밴드 '9와 숫자들'의 맴버인 송재경 씨가 참여했습니다.

윤 감독의 인디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의 삽입된 곡 중 '말해주세요'라는 곡으로 알려진 팀이죠.

복고풍의 전자음을 자주 사용하는 이 팀은 '도약선생'의 주제가에서도 복고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나 엔딩크레딧에 삽입된 '도약은 패턴'이라는 곡은 윤 감독과 송재경 씨의 재기발랄 함을 엿볼 수 있죠.

엔딩 크레딧의 주제가에서 많은 관객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데에는 그 이유가 다 있습니다.

참고로 윤성호 감독님의 블로그에는 이 곡 '도약은 패턴'의 음원을 무료로 공개하였으니 한 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PS2. 이 작품 상영전 4 분정도의 러닝타임인 '두근두근 영춘권'이 먼저 상영됩니다. 초단편 영화제 상영작이었으며 박희본 씨가 여전히 등장하며 '9와 숫자들의 노래'도 나옵니다. 그리고 윤성호 감독의 단골 카페인 카페 가화도 등장합니다. (참고로 지금은 가화가 다른 이름으로 바뀌어 윤 감독님도 이제는 거기를 안가신다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