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고지전]신선한 소재, 진부한 전개, 아쉬움 남는 전쟁 비하인드 스토리!

송씨네 2011. 7. 13. 23:31



전쟁이야기는 흔해빠진 소재이지만 어떤 전쟁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냐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질 것 같습니다. 물론 이는 한국전쟁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석정리 실제 일화를 다룬 '적과의 동침' 처럼 괜찮은 이야기도 있지만 과연 비하인드 스토리를 어떻게 발굴해서 어떻게 영화화 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봅니다.  그런점에서 개봉을 앞둔 영화 '고지전'은 또 하나의 숨겨진 한국전쟁의 뒷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애록고지 전투 이야기는 신선하게 우리에게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선덕여왕', 그리고 최근작인 '로열 패밀리'까지 개성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이야기꾼 박상연 작가가 장훈 감독과 만났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또 하나의 전쟁 이야기, 영화 '고지전'입니다.




1950년 6월 25일 전쟁발생...

그리고 몇 년 뒤 전쟁은 끝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얼떨결에 애록고지로 전출당한 강은표 중위... 그의 임무는 애록고지에서 발생한 의문의 사고를 파해치는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이 고지는 수시로 남한의 승리가 되었다가 북한의 승리가 되는 정신없는 곳입니다.

도착한 애록고지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수혁을 만나게 됩니다.

이른바 악어중대라 불리우는 동부전선 10사단 3연대 1대대 1중대...

그러나 이 중대는 어딘가 이상합니다. 

어린나이에 대위가 된 일영, 평안도 출신이지만 남한 군인인 상사 효삼, 엉뚱함이 느껴지는 대위 기영, 열 일곱에 소년병사가 된 성식까지... 

쑥대밭이 된 고지를 정리하던 도중 발견한 의문의 편지와 선물들...

하지만 이 것이 남한과 북한 병사 모두 이 끝날 줄 모르는 싸움이 빨리 끝나길 바라고 있는 것 같군요.

수많은 전투끝에 휴전소식이 들려옵니다.

하지만 그것은 마지막 12시간 남은 최후의 전쟁을 뜻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합니다.

최후의 12시간... 그 후 이 고지를 점령한 편이 38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합니다.

전쟁은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1953년 7월 27일의 진짜 그들의 싸움이 끝나는 그 시점을 이야기한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몰랐던 한국전쟁에 대한 또다른 이야기입니다.

괴짜들로 이루어진 중대이지만 실제 이 중대의 비밀을 알기전까지 그들이 왜 괴짜가 되었는가를 이야기하는 대목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그들의 적은 인민군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친구같은 존재였겠지요.


그러고보니 이 이야기 어디서 많이 좀 들어보지 않았나요? 박상연 작가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남북은 적대관계였지만 알고보면 똑같은 사람들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역시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은표는 악어중대가 숨겨놓은 비밀의 상자를 발견하게 됩니다. 

더러운 분비물으로 시작된 그들의 비밀의 상자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어서는 안된다는 상자로 생각되었지만 이 상자가 이 전쟁을 이야기하는 중요한 소재가 되리라고는 예상 못했던 것이죠. 북한병사들의 편지를 남한 군사우편 소인이 찍인 상태로 도착한 것을 확인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거기에는 병사들의 희노애락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지요. 또한 '전선야곡'이라는 노래를 통해 고향에 있는 부모를 생각하는 모습 또한 우리가 왜 전쟁을 해야만 하는가의 의문을 관객에게 하고 있습니다.

의문의 편지, 의문의 상자, 그리고 전선야곡... 전쟁이라는 물리적인 사태에서 과연 무력없이 평화는 가능한가에 대한 생각은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에도 절대로 잊지말아야 할 이야기임은 분명합니다.


'전선야곡'하니 재미있는 일화가 있지요. 

이 영화에서 '전선야곡'을 부른 사람은 극중 성식 역의 이다윗 군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 친구 정말 노래 잘부르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실제 이 노래는 다른 사람이 불렀다고 하네요. 박칼린 씨의 지도를 받아 노래를 불렀습니다만 생각보다 잘 안나와 다른 이가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대체가 되었다는데요. 영화에서는 이다윗 군이 두 번 이 노래를 부릅니다만 두 번 모두 대역을 썼는가라는 의문이 드네요.





이 영화는 조연도 주연도 모두 초특급 배우들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영화라고 봅니다.

신하균 씨와 고수 씨가 거친 전쟁영화에 출연하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이 두 사람보다도 주목할 인물은 이제훈 씨 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최근들어 주목받는 신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이 이야기는 틀린 말이 아니죠. 어린나이에 리더가 되었지만 참옥한 현실에 모르핀에 중독된 모습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제훈 씨의 경우 '김종욱 찾기', '파수꾼' 등의 작품에서 열연을 했으며 특히나 '파수꾼'에서의 열연을 잊지 못하는 관객들이 많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고지전'은 배우 이제훈을 각인 시키는데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울러 명품조연들도 많이 출연하였죠. 얼마전 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고창석 씨를 비롯해 류승수, 조진웅, 류승룡 씨의 활약도 컸죠.

아무래도 전쟁영화라는 점 때문에 여성들이 등장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홍일점인 김옥빈 씨를 등장시킨 것도 의외의 캐스팅이었지요. 여성이지만 공포감을 줄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지닌 저격수 태경 역을 맡기도 했습니다. 다만 그 분량이 상당이 적어 김옥빈 씨의 모습은 조연급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아쉬움이 없지는 않습니다.

전쟁영화는 매우 뻔한 이야기라서 화염과 폭탄, 그리고 수많은 액스트라가 동원된다는 점은 이제 너무 익숙하다는 겁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포화속으로' 같은 최근에 만들어진 전쟁영화의 관습에서 벗어나야하는 것이 이들 영화의 과제였지요. 그렇다면 독특한 소재를 찾아야 하는데 이 독특한 소재를 어떻게 식상하지 않게 만드냐가 가장 큰 고민이었을 껍니다. 그런점에서 한국전쟁이라는 이야기 외에는 확실히 관객에게 각인시키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많은 전쟁영화에서 이야기하는 옥의 티 중의 하나라면 전쟁중에는 얼굴이나 복장 상태가 말끔하지 못할텐데 하나같이 얼굴이며 복장이 상당히 말끔하다는 것이죠. 오히려 북한군으로 등장한 정운 역의 류승룡 씨의 얼굴이 더 현실감이 있었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닐껍니다.


또 다른 문제는 (물론 이 영화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하시겠지만) 최근 불거진 장훈 감독과 김기덕 감독의 관계 개선입니다. '영화는 영화다'를 통해 그 재능을 인정받았고 '의형제'로 그 쐐기를 박았죠.

영화산업이라는 산업이 명감독 뒤에 제자가 되었다가 정식으로 상업영화에 도전을 하는 모습은 당연한 일입니다. 김기덕 사단에서 독자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도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짐 스승과도 같은 김기덕 감독과의 불화설은 그렇게 유쾌하지 못한게 사실입니다. 어떻게든 두 사람이 화해를 하여 그 이후부터는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고지전'은 분명 전쟁의 참혹함을 알린 영화임에 틀림없습니다.

저 같은 젊은 세대도 6. 25를 비롯한 한국전쟁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분명한 일이고요. 그런점에서 '고지전'은 우리 모두 생각해봐야 할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평화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정말로 무력 없이 평화는 가능한가라고 말이지요.



PS. '고지전'만큼이나 비하인드 스토리 하나...

'고지전' 홍보팀은 몇 달전 파워블로거를 대상으로 촬영현장을 공개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폭설로 인해 불가능했고 지방에서 1박 2일간의 촬영현장 공개는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이후 부천의 세트장을 공개하려고 하였으나 모이기 힘든 평일에 촬영현장을 공개하려고 했고 이것도 쉽지 않자 촬영현장 공개는 없던일로 되어버렸지요.

저는 여기서 파워블로거의 특권을 이야기하자는 건 아닙니다. 

다만 약속을 했으면 어떻게든 그 약속을 수행하는게 옮은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는 좋았지만 영화를 홍보하는 방법에 있어서 홍보사의 대응방식은 빵점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