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헤어드레서]이 시대의 모든 실패자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

송씨네 2011. 7. 20. 11:23




나폴레옹은 키가 작은 것이 컴플렉스였고 아이슈타인은 의외로 건망증이 컴플렉스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천재들이나 대단하다고 여겨진 사람들은 각자의 고민과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지요.

현대인들의 큰 고민은 뭘까요? 뚱뚱하고 마르고, 키가 작고 마르고 등의 이런 수 많은 고민들...


여기 한 뚱뚱한 여자가 있습니다. 남편에게도 버림받고 자녀는 무시합니다.

직업도 변변치 않고 사람들은 뚱뚱한 그녀를 손가락질 합니다.

그래, 너희들은 그냥 손가락질 하던지... 난 그렇게 살련다!

개성강한 똥보가 세상에 외칩니다. 그래도 세상은 해피엔딩이라고 말이죠.

이 여자의 사연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파니핑크'의 도리스 되리의 신작 '헤어드레서' 입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독일의 한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는 카티는 남편과 이혼을 하였습니다.

그녀는 딸 율리아와 같이 살아가지만 두 사람이 살아가기에는 집도 작고 힘든 일상의 나날입니다.

아침만 해도 그렇습니다. 육중한 무게를 이끌고 일어난 그녀는 엄청난 칼로리를 자랑하는 크림 센드위치를 입에 달고 살아가지요.

미용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미용실은 많고, 건물도 많지만 그녀가 일할 곳은 없습니다.

번번히 고용센터에서 퇴짜 맞은 그녀는 미용기술로 취직을 하려고 맘먹습니다.

거대한 백화점으로 들어선 그녀는 그러나 현실의 벽에 무너집니다.

그녀의 모습을 본 백화점 미용실 원장은 바로 퇴짜...

그런데 카티는 오기가 생깁니다. 마침 폐업한 중화요리집이 보이고 거기에 점포를 내기로 합니다.

그러나 같은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하지 못하는 법...

동종업계가 한 건물, 한 층에 있겠다는 것은 거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니깐요.

급히 권리금을 땡겨받기 위하여 그녀는 창업센터에서 만난 실케와 함께 동네 양로원을 돌아다니며 무료 봉사를 핑계로 팁을 챙겨 수입을 벌기로 합니다.

하지만 멋지게 염색해보시려는 어르신이 저 세상으로 가시면서 이들의 사업에는 위기가 찾아옵니다. 설상가상으로 고용센터는 파업중...

거기서 카티는 난민들을 몰래 제 3국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브로커 조를 만납니다.

이들은 베트남 난민들을 국경에서 만나 제 3 국으로 보내면 되는데 일이 꼬이게 되면서 졸지에 카티의 집은 임시 난민촌이 되어버리지요.

그래도 이들 베트남 사람들과 카티와 율리아는 최고의 친밀감으로 친해지게 되지요.

특히나 베트남 남자 티엔과 서로의 호감도 보이지만...

다시 시작된 하루... 그리고 미용실 창업... 하지만 그녀에게는 만만치 않은 또 다른 사건이 기다리고 이있습니다.






저 보고 뭐라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못본 영화가 많습니다.

최악의 단점이죠. 그런 점에서 도리스 되리의 '파니 핑크'를 봤냐고 물어보실테고 당연히 저는 못봤다고 대답하는 것이 맞을껍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파니가 외톨이로 살았지만 결코 슬퍼하지 않았고 슬퍼할 틈이 없다는 겁니다.

'파니핑크'와 '인셉션'은 완전히 틀린 영화지만 영화 속 에디뜨 피아프가 부른 'Non, Je Ne Regrette Rien'는 어떠면 환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킥을 때려주고 싶었던 영화가 아니었을까요?

그런점에서 '헤어드레서'는 더 현실적인 영화라고 이야기합니다



재미있게도 카티의 일상은 첩첩산중에 가깝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이고 출렁거리는 뱃살 속에서도 크림 듬북 담긴 센드위치는 절대 놓치지 않습니다. 멋내는 것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과일 모양의 목걸이와 귀걸이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이죠. 하지만 미용사라는 사람이 자신의 머리 스타일의 변화는 소심하기만 하죠.


당당한 카티하지만 당의 모습과 달리 독일의 번화가의 모습은 우울하기만 합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취업센터의 실직자들...

실직자들은 창업센터에 문을 두드리거나 대출을 시도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인 카티는 아무런 해답을 듣지 못하죠. 오히려 뚱뚱하다고 무시하지만 의외로 카티는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기만 합니다. 은행에서 직원과 실갱이를 벌이는 장면을 보면 당당함 그 이상이지요.





카티가 전환점을 가진 사건은 두 가지입니다.

바로 미용실 창업이 바로 그것이며 또 하나는 베트남 이방인들과의 만남입니다.

그녀는 백화점의 미용실에서 미용사로 살아가길 원했지만 미용실 원장 선생님께서는 미적인 아름다움이 없다는 이유로 그녀의 취직을 거절하죠. 

독해질때로 독해진 그녀가 결국 차이니즈 레스토랑 자리를 인수하기로 하지만 역시 문제는 동종업계에 대한 방해일 것이며 또 하나는 보증금의 압박입니다. 딸의 비상금까지 털어가면서 미용실을 차렸지만 여전한 것은 동종업계의 괄시와 비난...


당당한 그녀에게 다가온 티엔... 그는 베트남 사람입니다만 서로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며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뚱뚱이와 홀쭉이가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게 되지요. 카티는 엉뚱한 이유로 미용실 창업에 애를 먹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하죠.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카티가 베트남 사람들을 데려오면서 국경근처에서 발견한 수많은 미용실이었다는 겁니다. 어떻게보면 카티가 여기서 자신의 고집을 포기하고 그냥 미용실 일자리를 구했더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하지만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포화상태라서 더 이상 미용실은 힘들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을테죠. 그럼에도 그녀가 미용실을 차려야 하겠다는 고집은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대한 순전한 오기였다고 봅니다.



참으로 이상합니다. 분명 독일 이야기인데 우리의 이야기처럼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망하는지도 모르고 남의 말만 믿고 창업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거리로 내몰린 노인들...

수많은 실업자로 발딛을 틈이 없는 고용센터와 창업센터의 사람들의 모습은 독일이 아닌 대한민국의 하나의 축소판처럼 보입니다. 도리스 되리의 경험담이 많은 이야기를 차지하지만 한 편으로는 우리나라 이야기를 알고 참고한 것이 아닐까 싶어지지요.


한편으로는 영화속 카티의 모습을 보면서 제 모습과 너무나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는 꽉찬 30대이며 불룩 나온 배에 할 만한 일은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땅덩어리는 넓은데 내가 일할 곳, 내가 살 곳은 없다는 것이죠.

카티가 사는 아파트를 비춰주는 것도 같은 의미라고 봅니다. 획일화된 개성없는 아파트... 그것도 마치 우리나라의 임대 아파트처럼 크기는 그렇게 커보이지도 않습니다. 엘리베이터는 늘 고장이고 사람들의 모습도 무미건조한 표정들입니다. 

어쩌면 그게 나의 모습이고 대한민국의 모습이자 통일된 독일의 모습처럼 훗날 남북한이 통일했을 경우의 상황같아 보이기도 해서 보는내내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카티 역을 맡았던 가브리엘라 마리아 슈마이더는 사랑스러운 뚱보 역으로 열연을 했고요. 감독인 도리스 되리가 특수분장을 하면서 현장취재를 한것처럼 그녀도 거대한 몸을 만들기보다는 특수분장을 하지 않았을까 싶군요. 하지만 이 충격적인 모습임에도 그녀가 사랑스러운 것은 앞에도 말씀드린 그 당당함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또하나 의외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베트남 사람 티엔 역을 맡은 사람은 한국인인 김일영 씨가 맡았다는 점이죠. 아무래도 동남아 필이 물신 풍기는 외모에서 그가 베트남 사람으로 연기를 함에도 어색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엔딩은 미용실에서의 화려한 춤사위로 끝이 납니다.

어쩌면 유쾌한 결말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지만 암울한 우리들의 삶을 보여준게 아닌가 싶어요. 딸도 유학갔고 남편과는 이혼했으며 베트남 남자는 잠시동안의 사랑을 했습니다. 고난은 다 겪었을 것 같지만 그녀는 또 다른 시련이 올꺼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산전수전을 다겪었으니 어떤 어려움이 다가와도 두렵지는 않겠죠.


카티에게 묻고 싶네요. 자신에게 정말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행복한지 말이지요. 그렇다면 그녀에게 어떤 불안한 미래가 발생해도 절대 후퇴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후회하지도 않을 것이구요.

왜냐하면 이미 그녀에게는 그녀만의 슬럼프이자 사춘기를 이겨냈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