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7광구]괴물 이미지는 합격점, 시나리오와 3D 구현은 글쎄?

송씨네 2011. 7. 28. 16:44



※본 리뷰는 1차 기자시사 후 작성된 글입니다. 따라서 보정이나 수정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 후 작성한 리뷰라는 이야기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에서 괴수,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는 과거 미니어처 풍경에 사람이 탈을 쓰고 연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당연히 그 방식에 어설픔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죠.  봉준호 감독이 '괴물'과 심형래 감독의 '디 워'로 괴수 SF의 가능성을 이야기하였고 신정원 감독의 '차우'도 그 가능성을 꾸준히 유지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봅니다.


얼마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최근 영화계 대세는 강우석 사단이 아닌 윤제균 사단이라고 이야기 드렸습니다. 물론 그 이야기는 지금도 유효하고 앞으로도 경쟁자가 나오지 않는 이상 그의 독주는 계속 되겠지요. (물론 여전히 강우석 사단의 시네마 시네마서비스는 건재한 편이며 강제규 감독은 '마이웨이'로 반전을 기대하고 있지요.)


'7광구'의 기자시사가 열렸던 얼마전... 사실 괴물 CG의 구현보다도 궁금한 것은 한국 액션영화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3D영화에 대한 기대였습니다. 그걸 기대하고 극장을 향했으니깐요. 과연 예상했던대로 영화가 만들어졌을까요?

유전을 탐사하는 시추선에 과연 무슨일이 벌어졌을까요? 영화 '7광구'입니다.



망망대해의 바다 어딘가에 우뚝솟은 시추선... 

석유 시추선인 이클립스 호는 석유 탐사 작업을 하는 곳이지만 생각과 달리 석유 시추작업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결국 이클립스 호의 선원은 철수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본부에서 내려온 정만... 그는 석유가 있다고 이야기하며 현 이클립스 호의 캡틴인 인혁에게 자신이 책임질테니 몇 일만 남아있자고 제안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통신 담당관 치순은 정체불명의 생물에게 입술을 물려 고생하고 생태 연구원 현정은 뭔가 숨기려고만 합니다.

그 와중에 벌어진 여러 사건으로 사람들이 하나하나 희생되면서 정체불명의 생물에 의문을 갖는 선원들...

아버지를 잃었지만 악바리로 살아가는 해준과 그녀의 곁을 지켜주고 싶은 동수...

그리고 선원들은 이 정체불명의 생명체와 대결을 벌여야 합니다. 도대체 넌 누구지? 





사실 이 영화는 이래저래 아쉬운 영화입니다.

괴물에 대한 움직임이라던가 캐릭터는 괜찮았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이 경우는 변이되고 나서의 캐릭터가 좋았다는 겁니다. 탄생과정에서는 빈약한 스토리가 느껴지는데요. 일단 이 영화는 다른 괴수나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처럼 괴생물의 탄생과정을 생각해 봐야합니다.

그러나 우선 이 생명체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이름도 없고 양서류인지 파충류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습니다. 갑자가 바다에서 나타난 생명이고 열을 오랫동안 내는 생물이기 때문에 잘만 연구하면 때 돈을 벌 수 있는 녀석이라는 것 정도이지요. 여기서 이 영화는 첫번째 실수를 하게 됩니다.


'에이리언' 같이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의 경우 사실 이름이 없는 생물이라고 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같은 경우 괴물의 이름이나 실체에 대한 설명은 없었지만 어떻게 돌연변이가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적어도 있었으니깐요.

설명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생물을 건드려서 충격을 받으면 생물이 변이된다는 방식은 너무나도 단순하다고 봅니다. 더구나 어디에 기초를 둔 생물인지에 대한 사전적 지식도 없습니다. 따라서 얘는 외계에서 온것지 원래 이름이 있는 생물인데 어떻게 변이 될 것인가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참으로 불친절한 소개인 것이죠.


물론 변이되고 나서의 괴물의 움직임은 CG 상태도 매우 자연스러운 편이었습니다. '괴물'이나 '차우' 등에서 보여준 기술을 가지고 만든 것들이라서 상당히 잘 만들었다고 보여집니다. 변이 후의 괴물에 대해서는 여러 해산물을 참고로 하여 흉직한 괴물을 만들었는데요. '에이리언'을 비롯한 생명체와 차별화를 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도 보입니다. 그건 인정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아쉬운 점은 또 있습니다. 시나리오의 설정이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 오류나 빈약함이 보인다는 겁니다.

먼저 시추선에는 여성이 없다는 점도 영화와 실제 시추선의 선원들과 다른 점이라고 하는데요. 물론 이런 점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한가롭게 바다 한가운데에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오토바이를 몰면서 내기나 시합을 하는 장면 역시 영화적 액션 상항을 고려하기 위해 만든 설정임은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억지에 가까운 설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더구나 영화속 정만은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인물로 등장하는데 JK 사단의 또 다른 작품인 '해운대'의 상황과도 약간 중복됩니다. 왜냐하면 두 영화의 여주인공 모두 하지원 씨이기 때문입니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도 아버지를 잃은 인물로 등장한 것을 보면 아무리 강인한 여성을 만들기 위한 캐릭터 설정이라고 하더라도 다양하고 창의적인 캐릭터를 만들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보고 싶은 캐릭터는 길라임 원, 투, 쓰리... 캐릭터가 아닌 하지원 씨가 연기할 다양한 모습의 캐릭터를 원하는 것이니깐요.






하지만 다른 것을 떠나서 무엇보다도 정말 용서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정말 이 작품이 3D로 만들어졌는가라는 의문입니다.

평론가 듀나는 트위터를 통해 이 작품은 3D 안경을 쓰나 벗으나 별차이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 역시 3D 입체감에 대한 의문을 나타냈고요.

저 같은 경우 시력이 나쁜 관계로 안경에 3D 안경을 쓰고 영화를 관람하는 편인데요. 3D 효과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제 안경을 벗고 안경을 닦기도 하고 혹시나 해서 3D 안경도 닦아서 보기를 여러번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3D 장면은 몇 장면 없었고 가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 느낌이 나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아바타'만큼의 효과는 기대 못하더라도 적어도 최근 개봉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정도의 3D 효과를 기대했는데 이것 역시 그 기대는 사치였나 봅니다.


씨네 21의 '7광구' 특집기사에는 괴물의 입체감을 나타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는데 특히나 촉수달린 괴물을 만든 이유에 대해 3D로 관람할 때 입체감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촉수로 사람들을 공격하는 일부 장면은 입체감이 보였지만 그외에 3D 효과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은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얼마전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 : 낮선조류'의 3D 버전을 보고 실망한 관객들의 평이 줄을 잇는 것과도 다름 없는 결과가 올 것이라는 겁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아무리 뛰어나도 시나리오가 빈약하다면 하나마나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박철민, 송새벽, 이한위 씨 등의 개성 강한 배우들이 총출동하였음에도 영화가 빛을 발하지 못한 것은 아마도 이런 이유가 아니었을까요?

어떻게 보면 이 영화를 제작한 JK 필름은 '퀵'보다 제작비도 더 많이 들은 '7광구'에 사활을 걸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요. 괴물을 만드는 기술이나 3D로 구현하는 것에 대해 많은 기자들이나 영화관계자들, 영화팬들이 기대를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만큼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촘촘하게 엮은 시나리오나 제대로 구현된 3D 효과였다면 아마 평들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인 법... 이번 작품을 계기도 우리나라의 3D 기술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PS. (8/4 11:31 업데이트 글) 기자시사를 여러번 한 것도 모자라 개봉 시간을 변경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다시 예매하고 하는 불편함도 생기겠지요. 

더 좋은 리뉴얼판을 보여주기 위함이라지만 사실상 관객과의 약속을 어긴 경우가 되어버렸지요. 개봉을 일주일 앞두고 개봉일을 연기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우는 관객들이나 기자들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하루를 앞두고 이런 식으로 변경한다는 것은 쪽대본 드라마로 사전제작제를 하지 못하는 일부 이른바 생방송 드라마랑 다를바가 없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