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에일리언 비키니]가내수공업과 B급 정신에 바탕을 둔 SF 걸작!

송씨네 2011. 8. 4. 13:45





최근에 주위깊게 보고 있는 팀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웃집 좀비'를 만든 영화사 키노 망고스틴이라는 곳이죠.

그들은 작년 '이웃집 좀비'를 통해 저예산으로 큰 특수효과 없이도 좀비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니깐요. 더구나 그들은 B 급 영화의 스타일을 잘 갖추고 있는 팀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유머와 풍자를 적절히 조화시킬 줄 안다는 것이죠.

이런 그들의 신작이 얼마전 공개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외계에서 온 여성과 순결을 지키는 지구인 남자의 러브스토리입니다. 하지만 범상치 않은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군요.

영화 '에일리언 비키니' 입니다.



한 여성이 쫓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추적하는 사람들... 

정의의 수호자처럼 콧수염에 노란 트레이닝 복의 이 남자는 치안처럼 보이는 이 남자들을 혼내줍니다.

어쩌다보니 이 남자의 집에 들어온 그 여인...

도시지킴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그의 진짜 이름은 그의 이름은 영건...

그리고 웬지 모를 낯가림이 심해보이는 이 여성의 이름은 모니카입니다. 

성은 '하'요, 이름은 '모니카'입니다. 

그런데 알고보면 이 여성은 외계에서 온 외계인입니다.

그녀의 목표는 여기서 지구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생명을 만들어야 내는 것이 목표지요.

러브러브(!) 젠가 게임으로 친해질 때도 되었는데 아직도 두 사람사이는 어색함 그 자체...

하지만 이 남자 영건은 금주, 금연 캠패인에도 참가할 정도로 술, 담배도 모르는 순둥이입니다.

거기에 순결 서약까지 했답니다. 이런 맙소사...

그 남자의 정자가 필요한 여자와, 그리고 순결 서약을 지켜야 하는 남자...

팽팽한 대립이 감도는 가운데 정체불명의 사내들이 다시 이들에게 옵니다.

방금전 영건에게 신나게 두들겨 맞은 그 사내들입니다. 

과연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그 사내들의 정체는 뭘까요?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영화창작 집단인 키노 망고스틴은 독특한 분들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껍니다. 특수분장의 달인과 액션 무술의 달인들이 모여있는 그야말로 드림팀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그들은 늘 제작비의 고민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합니다. 그런 그들이 자주 이용하는 것은 그들의 작업실을 세트화 시키는 것이죠. 같은 집인데 벽지를 바꾸거나 신문지로 벽을 붙어서 각기 다른 다른 집처럼 묘사했던 그들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들의 아지트를 세트로 꾸밉니다. 

바로 여러 종류의 알록달록한 천조각과 의자들을 이용해서 영화속 주인공인 영건의 집으로 주무대를 삼은 것이지요. 당연히 제작비는 이번에도 절감이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되는 것은 특수효과... 

'이웃집 좀비'에서도 기막힌 특수분장을 보여준 장윤정 씨가 이번에도 큰 활약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기존의 외계인이 지구인을 공격하는 방식입니다. 보통 입에서 뭔가 나오거나 뱃속에서 나오는 방식과 달리 등의 척추부분을 이용한 특수효과가 등장합니다. 물론 외계 생명체의 출산 역시 이 곳에서 이루어집니다. 상당히 독특한 방식으로 공격을 하는 점이 이색적인데요.

기존의 식상한 방식의 외계인의 공격에서는 다른 방식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색적으로 다가옵니다.




 

사실 그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분명한데요.

모니카에게 공격당한 영건은 힘을 다해 모니카를 구타하기에 이릅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는 남자라는 점에서 처음에는 이 장면을 유쾌하게 바라볼 수 없었더군요. 그러나 다시 뒤집어보니 여성이기 이전에 외계인이기 때문에 공격한다는 점에서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당방위이겠구나라는 생각도 든다는 겁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힘을 다해 영건이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라는 겁니다. 그는 과거 이유없이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었고 그 때도 역시 힘을 다해 아버지에게 공격하고 결국 그의 아버지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보죠. 영화에서는 뜬금없이 중간 광고가 등장합니다. (마즙의 효능을 이야기하는 자막만큼이나 뜬금없는 장면이지만 말이죠.) 바로 시계 광고인데 중요한 것은 시계광고가 아니라 시계광고 너머로 등장하는 그림들이라는 겁니다. 

'아들을 잡아 먹는 사투르누스'라는 작품으로 스페인의 미술관에 실제 있는 작품이라는데요. 이 작품의 배경이 된 것이 바로 제우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인데 크로노스는 시간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크로노스는 자식을 낳으면 무조건 잡아 먹었고 이것이 시간의 소멸을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시간의 소멸은 사실 이 영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모니카는 다른 생명을 잉태하고 세상을 떠나는데  영건은 자신과 닮은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모니카가 낳은 또 다른 생명체이죠. 그러나 이 생명체는 미친듯이 성장하며 그 만큼 다른 생명체는 급속도로 늙어갑니다.

폭력에 관한 트라우마 만큼이나 탄생과 죽음이라는 이야기를 영화에서 함축적으로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사실 너무 어려운 장면이라서 저도 보도자료를 보고 나서야 이 장면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관객들이 오영두 감독에게 질문하지 않은 이상 뜬금없는 시계 광고는 그야말로 뜬금없는 장면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영화의 결론 부분에는 한번 더 이 영화의 메시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고서인 술이기(述異記)의 한 대목이 바로 그것이지요.)



이 영화는 뜬금없는 장면이나 이야기만큼 뜬금없는 출연진이 등장합니다.

바로 배우 김성민 씨이지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하차한 그가 왜 이 영화에 등장할까 싶지만 남자로써 도전하고 싶은 일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가 이 영화에 출연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초반 장면을 놓쳤는데 그 정도로 그의 출연 분량은 상당히 미비합니다.

하지만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출연하게 된 것은 오영두 감독에게도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말하고 있네요.




이 작품은 완성도를 떠나 그들의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해야 할 영화라고 봅니다.

맨몸으로 헤딩한 결과 이 영화는 올해 일본 유바리 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키노 망고스틴의 도전정신을 얼마나 계속 될지 모르겠네요. 누군가는 싼티나고 촌스럽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초저예산으로 찍기 위해 불꽃놀이 현장을 기다렸다 찍고 패브릭 천조각들이 세트를 대신한다는 것도 이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능을 불가능으로 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봅니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말이죠.




ps. 지금 갑자기 든 생각인데 '불청객'의 이응일 감독과 오영두 감독이 크로스오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세상에서 가장 불친절하며 엉뚱한 SF 괴작이 나오지 않을까요?